하루 한 권 독서

[이것이 내 마지막 영어 공부다]- 김지은

by 조윤효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고 싶은 책이다. 영어 공부를 대하는 자세부터 생활의 진한 농도를 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삶의 향기가 이처럼 진한 사람이 또 있을까.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학교 기간제 선생님으로서 자신만의 삶의 식탁이 참으로 다채롭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식탁에 다채롭게 음식을 차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어떤 핑계도 필요하지 않을 만큼 야무지다. 첫아이를 키우는 동안 1년의 공백 기간조차 아이와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까지 자신의 언어 스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현명한 사람인 것 같다.


영어와의 인연은 그녀 삶의 가장 큰 역사 같다. 그녀의 엄마가 초등 5학년 시절 쌍둥이 언니와 영어 회화학원을 등록시켜 준 선택은 당시에는 드문 결정이었다고 한다. 부모가 첫 마중물을 잘 주었을 때 아이의 삶은 어느 순간 맑고 깨끗한 물을 펑펑 쏟아내는 인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영어 강사로 일했고, 호주에서 6개월 동안 워킹 홀리데이 경험은 그녀가 바라본 영어라는 언어의 선을 넓혀 준 것 같다. 미국식 영어와 발음을 굴리는 것 같은 연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호주에서 만나는 또 다른 발음법과 사용어휘가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영어의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미국을 경험해 보고자 대학 시절, 선샤인 트랙이라는 여행법은 독특하고 꼭 한번 따라 해보고 싶은 여행 법이다. 독일, 프랑스, 한국 국적을 가진 다섯 사람이 미니밴을 타고 미국 여행을 하되, 저렴한 비용을 위해 특정 장소에서 각자 탠트를 치고 숙소 해결을 한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공동음식을 준비하면서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소통하고 추억을 만들어 낸 그녀 삶의 지나간 페이지가 멋스럽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오만에서 승무원 경험은 또 다른 영어 세계를 만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슬람권 문화에서 여자들이 승무원을 하기는 드문 경우라 전 세계를 상대로 영어를 잘하는 세계 여성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그들 만의 언어가 너무 많아 영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아랍권 특유의 영어 발음법을 익히는 생활도 그녀의 영어 역사의 페이지에는 제법 독특한 단락이 된 것 같다. 3년의 승무원 생활을 접고 한국에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주는 영어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는 바지런하다. 두 아이를 잘 키워 냈고, 셋째를 임신했지만 그녀의 쉼 없는 몸짓이 느껴진다. 책을 내고, 1년 과정인 신학 석사 과정을 8개월 만에 온라인으로 마스터한 그녀의 분주한 삶이 책 저자 소개 사진을 보면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호수의 백조처럼 아래의 발은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수면 위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랄까.


마지막 영어 공부에 대한 그녀 만의 의견도 소중 하다. 수년을 공부해도 영어가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논리적이다. 영어의 스탠더드를 정해 두고 완벽하게 그곳에 도달하려는 고정관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영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영어로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하고 상대와 충분히 소통하려는 자세가 우선이다. 결국, 언어는 상대와 나의 마음을 나누기 위한 도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또한, 인풋 In-put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아웃풋 Out-put을 잊곤 한다고 한다. 학습이든 습득이든 쏟아내는 절차를 거칠 때 진정으로 내가 입으로 발화하고 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가 아니면 안 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정말로 언어를 배우고, 자아를 깨트리고, 지신의 고정관념을 넘어서기 위해 일상에서 용기를 내서 실천해 보라고 한다. 저자처럼 대화할 상대가 없어도 혼자서라도 중얼거리듯 영어로 말하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다. 영어를 쓰는 환경을 스스로 쉽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무의식적인 일과의 반복 속에 영어로 말하기와 영어로 생각하기를 끼어 넣자.’


영어도 전략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말은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너무 당연해 가끔 잊히기도 하는 진실이다. 틀린 영어는 없다고 한다. 단지 좀 더 세련된 영어가 있을 뿐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세계의 20%가 영어를 쓴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쓰는 싱글리쉬도 있고, 인도인들이 쓰는 영어, 아랍권 사람들이 쓰는 영어 그리고 한국인들이 쓰는 콩글리쉬도 언어다. 영어의 목표를 원어민처럼 말하기고 잡기보다는 영어로 소통하고, 상대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함을 저자는 일깨워 준다.


언어는 사고방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도구임을 이야기한다. 영어는 주인공 중심으로 발화를 한다면 한국어는 배경, 환경, 관계 인식이 연계된 상태로 표현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결국, 내가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사고 인식의 범위와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영어 공부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 인지 영역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약한 영역을 정확히 알아야 더 필요한 영역을 서서히 추가시킬 수 있다. 지속적인 작은 시간은 가끔 큰 기적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시간의 조각들을 하나씩 연결하여 지속하는 인내력만 있다면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을 것 같다.


마지막 영어 공부부를 위한 독립 선언도 재미있다. 메타인지능력 키우기, 문법보다는 구문을, 당신이 좋아하는 영역으로 재미있게 접근하는 슈가 코팅 Sugar Coating, 습득과 학습의 유연한 사용, 전문가들의 조언 듣기, 정서적 조율을 통한 유의미한 소통을 올리기, i +1(크라센 인풋 가설로 자신의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공부하기), 아웃풋에 중심을 두기, 온라인 속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유비쿼터스, 영어 학습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해치지 않기가 그 선언들이다. 비고스키가 이야기하듯이 영어를 사적 언어로 조율하고 ‘사적 언어’로 사용빈도를 높여 보는 것이다.


책 후반부는 영어로 어떻게 그녀의 세계를 넓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녀 삶의 길에 영어가 미친 영향력은 크다. 고3 때 엄마를 잃고, 쌍둥이 자매 언니 중 한 명을 잃었던 경험들은 그녀 삶의 농도가 진해진 계기가 된 것 같다. 친정 엄마의 힘은 크다. 아이가 셋이든, 아이가 성인이 되었든 그 든든한 친정 엄마의 지지대가 삶에서 사라질 때 느끼는 아찔함은 누구에게나 힘들 것 같다. 영어와 삶이 조화로운 저자의 삶에 응원을 보낸다. 충분히 열심히 간절히 살아온 그녀의 삶이 역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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