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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23. 2021

하루 한 권 독서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한수산

바퀴 달린 카트를 구입해 요긴하게 쓰고 있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자주 애용하지만 이번엔 근처 서점에서 중고책을 카트에 실어 왔다. 아들의 책까지 30권 가까이 책을 싣고 오는 기분이 묘하다. 소유하려 하지 말고 빌려 보려고 했던 마음이 다시 사서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마음은 늘 변한다. 지금의 내 생각이 옳다고도 할 수 없다. 마음이란 이렇게 쉽게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온 책들을 맛있는 사탕 빼먹듯이 하나씩 읽어 가고 있다. 그중 한수산 작가의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라는 책이 마음이 바쁜 내게 어떤 해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읽어갔다.


책 사이사이에 그림들이 읽는 동안 편안한 마음이 들도록 해준다. 20년 전에 쓴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당시 50대인 작가가 20년 전에 가졌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염색이나 귀를 뚫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재로 올라온걸 보니 웃음이 난다. 책에 소재거리가 될 만큼 약간의 사회적인 거부감이 특히 기성 새대에게 거부감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거론할 소재 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의 책은 미술과 음악에 관련된 내용들이 사이사이에 많다. 책을 읽으면서 줄을 그어 두고 완독 후 인터넷으로 음악도 들어보고 그림도 찾아보았다.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 고야가 그린 '나체의 마야', 고갱의 그림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장욱진 화가와 나눈 친분 등  읽고 나서 더 바쁘게 뒤적거린 책이다. 책을 읽다가 작가에게 감흥을 주는  음악가나 곡은 들어보고 내 개인 밴드에 마음에 드는 곡들만 모으는 재미를 즐긴다. 내게 생소한 안네 소피 무터, 자킬 후샨의 인도 음악 '사막의 노래',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루비스타인이 연주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길옥윤 작곡가와의 인연과 그의 음악들을 들어 보았다. 아쉽게도 세월의 차이여서 인지 그가 소개한 음원이 유투부에 실리지 않는 곡도 있었다. 하지만 재즈 피아니스트 카운트 베이시 음악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재즈 음악도 가끔 듣게 될 것 같다.


들라크루아가 그린 쇼팽의 초상화는 밝고 경쾌하기보다는 무겁고 뭔지 모를 예술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후대에 천재라 불리고 현세를 정신적 고뇌와 암울 속에서 살아내는 게  과연 성공한 삶인가? 고흐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까? 아니면 내 자식이 그런 길을 가는 걸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그의 글들은 잔잔한 호수를 연상하게 만든다. 큰 감정의 변화는 없지만 일상의 소소한 일들과 그가 가진 생각들이 삶의 잔잔한 물결을 이룬다. 조금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소설가 황순원 씨의 제자였던 점 그리고 시인 박목월과 시대의 한 부분을 마주 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삶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책이 만날 때 다채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삶을 조금 느긋하게 바라보고 빠르지 않게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서로 동 떨어진 현상들을 나만의 시각으로 의미를 만들어 보는 재미를 만들고 싶다.


책 중 수묵화가 장욱진 씨의 말이 인상 깊다. "사람의 몸이란 이 세상에서 다 쓰고 가야 한다. 산다는 것은 소모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무엇을 위해 나를 소진할 것인가? 삶의 목적을 소유가 아닌 의지를 가지고 추구해야 하는 것들을 만들어야 하고 그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책 속에 아인슈타인의 성공 방정식을 생활에 적용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S(성공)= X (말을 아낄 것)+ Y(생활을 즐길 것) +Z (한가한 시간을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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