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 최재붕
번쩍하고 뇌리를 때리는 책이 있다. 기대 없이 읽었다가 마치 늪에 빠지듯이 쏙 빠지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다독을 통해 1~2권 만이라도 제대로 된 책을 만날 수 있다면 복이라고 했는데, 그 1~2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저자는 문명을 읽는 공학자이자 학문 간의 경계를 띄어 넘는 사람이며,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인 성균관대 교수다. ‘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혼란스러움 보다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는 휴대폰이 마치 신체일부인 듯이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똑똑함을 자신의 손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람들 덕분에 권력이 소비자에게 이동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조직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고, 기업도 진심으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야 성장할 수 있다.’
책은 ‘1장 포노 사피엔스, 신인류의 탄생, 2장 새로운 문명, 열광으로 향한다, 3장 오 디맨드, 비즈니스를 갈아엎다, 그리고 4장 지금까지 없던 인류가 온다’라는 내용으로 논리 정연하게 시대를 읽는 눈을 선물한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한 시점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신인류를 탄생시킨 크리에이터이자 혁명가 불릴 만한 사람 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역도 없고 경계도 없다고 생각한 스티브 잡스는 ‘사람이 중심이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일깨워준 사람이다.
소비 방식이 바뀌었다. 어느 순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게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편안한 삶의 패턴을 갖게 되었다. 이런 선택들이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든 지금의 생태계를 알아야 한다. 스마트 폰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문명사회를 이해해야 인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대임을 알 것 같다. 선택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디지털 문명을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밀레니엄 세대(1980년 초~2000년 초 출생자)가 포노 사피엔스 핵심 멤버로서 소비의 주력 세대이자 아이폰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자연스럽게 60대에서 30대로 권력을 이동시킨 주역임을 이야기한다. 포노 사피엔스로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그저 휴대전화로 사용하는 레벨 1에서, 은행업무나 온라인 쇼핑을 하는 레벨 5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는 레벨 10의 포노 사피엔스의 삶을 이야기한다.
포노 사피엔스 삶의 가장 큰 핵심은 모든 활동의 유희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불편해도 재미있으면 하는 시대이고, 낭비 자체가 부가되는 세상, 온라인 속에서 게임을 스포츠처럼 생중계를 하는 시대이다 보니 올림픽 경기 그 이상의 관심을 받는 세상이다. 게임이라는 틀에서 탄생한 우바택시(공유택시)와 에어 비엔비(공유주택)는 새로운 인류의 자발적 선택으로 거대한 거인으로 성장 중이다.
‘기회와 위기는 혁명의 두 얼굴이다. 기회를 무시하면 위기만 남는다.’ 상식의 교체가 필요함을 알 것 같다. 포노 사피엔스의 새로운 생활습관을 이해해야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명이 교체함을 인식하고 변화를 시도한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살아남았지만, 한때의 성공으로 변화보다는 기존의 강점지능에 투자한 소니와 노키아가 어떻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는지에 대한 예를 잘 보여준다.
‘우리 문명이 대륙과 큰 격차를 보일 때, 우리는 항상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저자는 쇄국 정책을 시행한 흥선 대원군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만든 시작점임을 다시 한번 언급해 준다. 세계 10대 기업 중 8개가 포노 사피엔스 기준으로 사업을 성공시킨 기업임을 잘 보여 준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에서 초격차의 기술력을 보이라는 것 그리고 문명의 표준을 다시 생각해 보라는 문명을 읽는 공학자의 최고 조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인재를 길러 내야 할까?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 양성된 한국형 인재들은 세계 7대 기업에 입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알 것 같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 집중하면서, 스마트 폰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SNS 같은 기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고, 유튜브 검색뿐만 아니라 직접 방송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인기 게임도 배워보고, 방송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은 아들에 대한 여러 금지 사항들에 대한 내 편견을 해제한 계기가 되었다. ‘나의 오래된 상식, 경험에 의한 지식들이 새로운 표준 문명,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도 유효한 건지 끊임없이 묻고 재정의 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우리의 상식도 바뀌어야 함을 알 것 같다. 스마트한 폰으로 세계를 누비는 포노 사피엔스들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공감능력이고, 또한 필요한 학문 중 하나가 심리학이라는 말도 인상에 남는다. 타인을 알아가는 방식이 달라졌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텍스트 보다 영상을 통해 쉽게 배운다. 책이나 글이 정보 습득의 주된 방법이라는 그 편견의 틀을 벗어나야 함을 알 것 같다. 디지털 문명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펄스트 무버가 되어야 하되 매력 있는 스토리를 담을 수 있을 때 성공이 보장되는 시대인 것이다.
변화에 대한 규제보다는 그 변화의 파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2017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서승우 교수는 자율 주행차 기업 ‘토르드리이브’를 창업하고 무인택재 실용화 사업을 시작했다.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미국 팰로엘토로 거점을 옮겼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가 시장의 기준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글로벌 경제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중입니다.’
문명의 전환은 모든 국가에 절대적 기회라는 것을 느낄게 해주는 책이다. 디지털 문명의 특징을 알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업이 왕이라는 시대에서 소비자가 왕인 시대로 흘러 왔고, 플랫폼 선점 경쟁이 치열하고, 국경도 정부 역할도 퇴색되는 시대다. 디지털 문명은 위험 하지만 배워야 할 숙명이라는 말도 공감이 된다. 디지털 문명의 핵심 기술이 디지털 플랫폼, 빅테이터,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서 성공의 길을 걸어가는 다양한 사례들은 독자들을 충분히 설득시킨다. 유튜브로 팬던 현상을 일으킨 BTS, 동대문 작은 의류가게인 스타일 난다가 6,000억 원에 팔린 경로,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노는 방법을 유튜브에 업로드해서 성공시킨 캐리 TV, 중국의 소비문화를 창조하는 왕홍들 모두 디지털 문명을 잘 활용해 성공한 예시들이다.
미세한 차이가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앵프라 맹스 이론) 시대에서는 데이터와 경험을 연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소비자와 공감대가 키워 팬덤을 형성하고 확장해서 사업을 이루어 내야 함을 잘 보여 준다.
앞으로 위기가 올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 제조 기술의 디테일이 팬덤을 담을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숨겨져 있다. 삼성 반도체 칩이 전 세계 휴대폰 속에서 1등을 차지하듯이... 저자의 책을 보면서 긴장감과 희망의 빛을 접할 수 있다. 달라진 문명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며, 디지털 문명에서 존재의 크기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