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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Feb 05. 2024

 하루 한 권 독서

[미국식 찐 영어] -이진구

지구촌에 하나의 언어만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사고의 폭이 더 한 정적이었을 것 같다. 생각의 다채로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올 때이다. 각기 다른 언어는 각기 다른 사상을 표현해 준다. 아프리카의 어떤 민족은 색깔을 규정하는 단어가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은 색이 그들에게 주는 의미가 다른 것들에 비해 약하다는 뜻일 것이다. 다들 다른 언어를 구사하지만,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가 의식의 확장은 아닐까? 내가 구사하는 어휘가 정신의 한계를 만든 다면, 새로운 언어는 그 규정된 틀을 비집고 들어 오는 새로운 재료가 될 것이다. 자신의 틀 안에 새로운 틀을 끼워 보는 과정을 통해 삶의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 


 영어를 마스터한 사람들의 책을 보면서 삶의 영역이 어떻게 넓어지고 사고의 폭이 어떻게 깊어지는지를 관찰한다. 저자는 수능영어를 실패해서 3수까지 한 사람이지만 미국 대학에서 차석으로 졸업 후 뉴욕대학 교육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이다. 영어 교육에 대한 자신만의 교수법으로 미국 포림 대한 라이팅 센터에서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고, 미국 공립학교 교사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동부 최대 입시 학원에서 원장으로 현지 원어민과 한인 2세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분명 영리한 사람이다. 언어를 익히는 방법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단기간에 성취해낸 그의 영어 정복 이야기는 영리한 노력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단축해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영어로 세계로 들어가다, 영어에 날개를 달다, 품격을 높이는 영어의 길, 미국인스러운 영어에 도전 그리고 영어가 잡히고 인생이 바뀌다’라는 글들을 통해 그의 삶의 폭이 어떻게 넓어지고 있는 지를 잘 보여 준다. 그가 소개한 영어 마스터 법의 가장 기본 마인드는 ‘간절함’ 같다. 간절함이 있어야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문법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공감이 된다. 어려서부터 영어에 노출 빈도가 높고 소리로 자연스럽게 만나는 환경의 사람들은 쉽게 언어가 자기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미 모국어가 체화되어 버린 사람들에게는 언어의 규칙을 알았을 때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문법을 정확히 습득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련 예시를 통째로 암기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위한, 시험을 위한 문법이 아니라 정확한 말을 구사하기 위한 구어식 문법이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주어와 동사를 하나의 짝으로 만들어 말한 다면, 말하기나 글쓰기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 ‘I have’, ‘You have’, ‘She has’, ‘He has’처럼 이야기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관계 대명사(who, whose, whom, which, that, what)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연습을 통해 유참함의 자신감도 갖게 될 것이다. 어휘 사용에 있어서 강제성의 정도에 따라 ‘make’와 ‘have’ 표현도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전자의 어휘는 강제성이 더 강하다. 알고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상당하다. 대학을 미국에서 다니기 위해서는 저자의 추천 데로, 2년제 칼리지에 들어가 준비 운동을 하고 대학 주변에 있는 4년 유니버스티에 3학년으로 편입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대신, 자신이 들어갈 칼리지가 편입학할 유니버스티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미국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토플 시험이 필요하지만, 통과하기 위한 단순 시험으로 여기지 말고 그 자체가 미국 대학 생활에서 꼭 필요한 내용이라 생각하고 공부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생소한 단어와 친숙 한 단어를 조합해서 단어를 외운다면 보다 쉽게 망각의 강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글쓰기 전략에 대한 그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미국인 학생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할 정도니 그의 전법이 적확하다는 증거가 된다. 영어로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가끔 길을 잃는다. 제한된 어휘와 표현의 틀이 모국어에 비해 한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조언데로 우선 한국어로 제대로 된 글을 써본 후 그 틀에 맞춰 영어로 써보는 방법을 따라 해 보니 글의 흐름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는 반대로 영어로 써보고 일본어로 쓰는 과정을 통해 좀 더 글을 쉽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했다. 자신이 더 편하게 글로 쓸 수 있는 언어로 쓰고 나서 원하는 언어로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방법이 각자 개인에 따라 선택해 보면 좋을 듯하다. 


 미국에서 성적을 관리하는 구체적인 안내도 도움이 된다. 비싼 학비가 부담스럽다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이전의 긴 방학을 이용해 계절학기를 이용해 보라고 한다. 저자처럼 조기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비 부담이 한 학기 또는 일 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위해 쉬운 과목을 듣고 A+을 받는 것보다는 어려운 과목의 B+이 취업 시 더 안은 인정을 받을 수 있음을 조언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학생 OPT가 주워지는데, 합법적인 학생 신분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비자 기간 보다 OPT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라고 한다. 미국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 취업비자가 주어 지는데 이는 영주권 발급으로 연계가 쉽기 때문에 그 과정을 밟아 가도 좋을 듯하다. 


 저자는 언어를 배우는 방법을 다양하게 익혔다. 미드 스크립트를 가지고 공부하고, 이를 이용해  대학원에서 언어 공부법으로 발표를 했다고 한다. 영어 교육 전공자로서 덕분에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 같다.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테츠를 골라 첫째, 한글 자막으로 에피소드 전체 내용을 파악한다. 둘째, 영어 자막과 한글자막을 동시에 켜두고 구간 반복을 한다. 셋째, 자막 끄고 등장인물의 신제 언어에 집중하면서 듣는다. 넷째, 자막 없이 따라 해본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효과적인 학습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생활 시 공부만 하지 말고 인간관계, 생활 자세, 봉사 활동 그리고 추천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광대해 보이지만 추천서를 통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으로 에세이를 쓸 때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미래에 어떠한 인물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함을 알 것 같다. 


 대학 시절 점심시간이 길어 카페테리아에서 미국인 친구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잘 모르는 부분을 요청해 다시 그들의 생활 속 언어를 배우려는 적극성이 단기간에 빠르게 언어를 습득한 힘을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앙인인 저자는 군대에서 외운 10곡의 가스팰 곡을 기타로 연주하면서 한국인과 미국인이라는 분류의 선을 사라지게 한 것 같다. 그의 기숙사 방으로 기타소리를 듣고 찾아온 미국 학생들이 함께 찬송가를 불렀을 장면이 눈에 그려진다. 신의 이름으로 서로의 다름을 노래로 승화시킨 것 같다. 결국, 미국인 친구들은 저자를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하고, 그들의 부모와 친구들을 마음의 장벽 없이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언어란 결국, 사람과의 소통, 사람 간의 정을 나누는 도구 이기 때문에 저자는 스스로를 위해 그 통로를 잘 넓혀 미국 생활 10년 만에 영어의 유창성뿐만 아니라 현지아이들의 글쓰기까지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 같다. 


 목표가 있다면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현명한 방법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워내는 많은 한국인들이 자랑스럽다. 언어는 세상을 넓히는 도구다. 저자 덕분에 미국이라는 곳이 왠지 친숙해지는 기분이다. 미국 유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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