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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Feb 02. 2024

하루 한 권 독서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위하여]- 김창법

힘들고 외로울 때는 인생의 전망대에 올라서서 한 권의 자서전을 준비하라. 내 이야기에 내가 가장 목말라한다. 비록 서툴고 두서없다고 해도 내 자서전은 먼저 나를 감동시키다.’ 선교사이고, 실향민의 아들인 작가 김창법은 자서전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성공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 자서전이 아니고, 노년에 지나온 삶을 기억하기 위해 써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서전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길을 가지고 있음을 알 것 같다. 자신이 지나온 길을 써봐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명확해 짐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작가가 책 사이사이 들려주는 유년시절의 이야기는 정겹고 따스하다. 그 시대를 살던 작가의 마음이 보이고 스치듯 지나가던 옛날의 풍경들이 마음에 남는다. 한의사 아버지의 자전거가 상상이 되고, 2층집 다락방에서 사춘기를 맞이한 작가의 그 비밀공간도 잔잔한 공감을 부른다. 


 저자는 자서전이 삶에서 주는 중요성을 조용하게 어필한다. 책은 자서전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주고 100일 만에 자서전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남은 인생을 위한 첫걸음, 누구나 가슴에 책 한 권을 품고 산다, 내 인생에 던져야 할 7가지 질문, 구체적으로 자서전을 쓰는 법, 그리고 자서전 어떻게 인생의 방향을 알도록 도와주는 지'를 이야기한다. 


 자서전은 누구나 쓰고 싶은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우주의 긴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인간의 삶은 소풍처럼 잠깐 들렀다가 사라지는 시간이다. 그 짧은 존재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은 게 당연한 욕구 일 것 같다. 세상에 남기고 싶은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욕구가 더 강할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경험이라도 그것을 통해 무엇을 깨닫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게 자서전의 또 다른 역할이다. 저자의 말처럼 내 인생을 이끌어온 진정한 힘의 정체를 깨닫게 해주는 것 또한 자서전이 하는 중요한 역할 같다. 과거의 무거운 짐을 내려두게 해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미래를 향한 비전 선언문이나 목표 선언문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친절한 선생님처럼 잘 알려 준다. 


인생의 무게가 더욱 깊어가는 순간에 미래 자서전을 생각하는 것은 인생의 승리를 안겨줄 마지막 성공 지점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자서전을 ‘과거로 떠나는 1인 여행담’이라 부르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자서전은 인생의 황혼역에서 쓰는 게 아니라 중년이 될 때 써야 지난 인생의 스토리를 통해 남은 인생을 미리 준비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명료할 때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년이든 노년이든 자서전을 쓴다는 것 자체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보려는 개인의 시도임을 알 것 같다. 노년이라고 어찌 꿈이 없겠는가. ‘자서전이 노인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인생 계획서도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서전 형식으로 삶을 기록해 사람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과 책을 소개한다. 빅터 프랭클린 박사는 유대인으로 나치 수용소에 3년을 버티며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인생의 의미를 발견했다. 의미를 가지고 살아갈 때 인간은 더욱 의연하게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미륵 박사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꼭 만나야 할 책 같다. 일제 시절 학생이었던 이미륵 박사는 독립 만세 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독일 유학을 가게 된다. 이국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에 대한 향수가 절절했던 그가 펴낸 책이 1946년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 어떻게 삶을 살아내고 고향을 어떻게 그리워했으며, 낯선 타향에서 존재를 드러낸 그의 발차취가 궁금해진다. 


 흑인 해방이 된 직후라, 여전히 많은 흑인들이 백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시대를 살았던 조지 워싱턴 카버 박사의 이야기도 아련한 아픔을 준다. 양부모가 백인들에게 살해되고, 아기인 조지 워싱턴과 그의 형은 길거리에 버려졌다고 한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백인 양부모에게 발견되어 안정된 삶을 살게 된 카버 박사는 흑인들이 자생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획기적인 농업 혁신이라는 것을 알고 이루어낸 인물이라고 한다. 


 자서전을 위해 인생 키워드 3개를 찾아 보고, 자신의 인생을 요약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삶면서 크고 작게 겪은 일들을 마이너스와 플러스로 점수를 기록해 그래프로 도표화해보면서 인생 여정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나에게 영향을 끼친 사건과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을 스토리화해보고, 나에게 여향을 준 사람과 좋아한 사람들에 대해서 기록해 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기록해 봄으로 흰 백지 위에 쓸 것이 하나도 없을 것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매력적인 제목을 만들고, 장제목을 5개 정도로 정한 후 각 장에 6개 안팎의 작은 소제목을 만든다. 연대순이나 시간순을 따르며 하나의 주제가 전반적인 스토리에 흘러 가게 하면서 흐름을 주도하도록 해보라고 한다. 필력 훈련을 위해 필사 과정을 추천한다. 각 꼭지글은 쉽게 써보데, 첫 문장에서 시간과 정성을 쏟으라고 조언을 해 준다. 글을 형성하는 사고의 연결이 끊이지 않도록 하며, 에피소드와 예시를 충분히 제시하라고 한다. 내 안의 스토리로 독창성을 끌어내고 글을 쓸 때는 항상 억지로 쓰지 말고 즐겁게 써야 함을 말한다. 


 ‘이야기를 쓰다 보면 당신이 어디서 걸어왔고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이제 어디로 걸어야 할지 깨닫게 된다.’ 저자의 조용한 조언이 가슴 깊이 걸어 들어온다. 자서전은 과거의 인생을 재구성하는 것이고 인생을 다시 살듯이 쓰는 글임을 알 것 같다. 인생의 창고에 무엇을 채우고,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보게 만든다. 저자의 책은 인생 선배로서 살아온 실제 삶과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속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이 많은 이들이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책을 남겨두어야 할 것같은 의무감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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