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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Feb 14. 2024

하루 한 권 독서

[인생 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삶과 죽음이 한 인생의 완성이라 책은 이야기한다.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반드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사촌의 떠남은 심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짧은 생이지만 삶과 죽음을 맞이한 그의 삶도 완성된 인생이 아닐까. 죽음은 떠난 자보다 남겨진 자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준다. 


 죽음을 눈앞에 앞둔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전하기 위한 책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뇌경색으로 몸의 왼쪽 부분이 마비되었고, 자신 또한 죽음의 문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죽음을 연구하고 책을 출간했다.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와 함께 책을 쓰는 동안 죽음의 데드라인 앞에 놓인 삶의 가치를 확장시켰다. 78세 엘리자베스의 장례식장에서 날려 보낸 나비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한 사람의 인생 완성을 축하하는 마지막 공연 같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책이라 더욱 믿음이 간 책이다. 타고르의 시를 류시화 시인만큼 맛깔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신뢰 때문이다. 그의 소개글도 인상 깊다.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이다.’

살고 Live, 사랑하고 Love, 웃으라 Laugh. 그리고 배우라 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류시화 시인의 4L을 삶의 철학으로 넣어 본다. 


 인생 수업의 소제목만 봐도 책의 농도를 느낄 수 있다. 

1.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2. 사랑 없이 여행하지 말라

3.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4. 상실과 이별의 수업

5.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6.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7. 영원과 하루

8.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9. 용서와 자유의 시간

10.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하는 방식이 독자의 마음을 진지하게 만든다.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놀이를 잊는다는 표현을 통해 삶의 무게 중심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1. 자신으로 존재하기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하고, 세상을 더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면의 평화가 삶의 평화를 불러온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배움, 곧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배움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배움이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정의가 인상 깊다. 배움을 위해 이 세상에 왔고, 아무도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고 한다. 발견하는 것이 우리만의 여행이다. 


 삶은 탄생에서 시작해서 죽음에 이르는 수업임을 알 것 같다. 불행이란 삶의 복잡성 때문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 흐르는 단순한 진리를 놓치기 때문에 온다고 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인정할 깨 비로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 또한 귀한 조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면 자신이 해야 할 일, 배워야 할 교훈을 볼 수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와 안에 있는 존재가 하나가 되는 일을 이루어 내야 함을 알려 준다. 


 2. 사랑 없이 여행하지 말라.

사랑이 봄날의 꽃처럼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단연 지속되어야 하는 인간의 정신적 양식이 사랑이다. 저자의 말처럼 지지 않는 사랑의 꽃을 피우고자 한다면 서로에게 거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기대를 버릴 때 평화롭고 행복한 사랑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보고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신과 신성함에 대한 경험이라 표현하는 저자의 글이 진한 커피 같은 향을 낸다. 


 3.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관계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얻으려는 자세를 가지라는 말에 다시 한번 내 생활을 점검해 본다. 우연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관계란 없다는 말은 매일 스치듯이 지나는 인연도 소중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특별한 누군가를 찾아 방황하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완성시키고 스스로 사랑받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완저한 삶이 나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우리 삶에서 더 많은 사랑을 원한다면 먼저 우리 삶과 사랑에 빠지라고 한다. 관계의 중심은 바로 우리 자신이 중심임을 알 것 같다. 


 4. 상실과 이별 수업

삶은 상실의 과정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매일 수많은 것들과 이별하고 있다. 막지나가 버린 시간도 상실이요, 뺨을 스치는 한 줌의 바람과도 만나자마자 이별한다. 그리고 어제의 나와 이별을 하고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사념들과도 헤어 지를 반복하는 삶이다. 상실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언젠가는 헤어질 운명을 알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상실들을 통해 배워 새로운 상실을 맞이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게 삶이기도 하다. 


 5.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저자들이 말하는 멋지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정의가 기억에 남는다. 하루, 하나의 계절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라 표현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 대신에 영혼을 성장시키고 풍요롭게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넣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랑 안에서 사는 것이 인간의 목표임을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통해 혼자 있을 때 시간을 근사하게 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삶은 인내의 연속이기도 하다. 인내는 삶의 중요한 자세중 하나이고, 이는 신뢰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말도 인상 깊다. 우리가 탄생한 이유가 주위의 모든 경이로운 일을 경험하기 위해서이고, 행복이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가 아니라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삶의 정의들에 대한 저자들 만의 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운다.


삶이 즐겁다면 죽음도 그래야 한다. 그것은 같은 주인의 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삶은 불치병을 진단받는 순간에 삶이 시작된다. 죽음의 실체를 인정하는 순간, 삶이라는 실체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삶은 어떤 것을 이루어 나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죽음은 그 이루어 나감의 완성입니다.’

저자들의 말처럼 ‘난 진정한 삶을 살았다’라는 말과 함께 이 세상과 작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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