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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Feb 23. 2024

하루 한 권 독서

[게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이병준

나는 현대판 흥선대원군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게임을 아이들의 집중력을 뺏었고,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어 버리는 시간도둑으로만 여겼던 단단한 경계의 빗장을 풀게 된다. 내 생각만 고집하느라 빠르게 변하고 있는 흐름을 이해하기보다는 차단하려는 닫힌 마음으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몸짓을 만들 수 있다. 역행하지 말고 그 흐름을 타고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흥선 대원군이 변화된 세계를 향해 문을 닫을 동안 이웃인 일본은 그 변화를 적극 이용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쉽게 조선을 자신들의 손 안으로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개발자였고, 게임 관련 사업으로 실패를 맛본 저자는 두 아들의 아버지다. 미술을 전공했고, 미국에서 3년 동안 게임 개발팀에서 일했던 그 또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모든 일에는 양면적 성향이 강하다. 저자는 게임의 좋은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게임은 청소년 90%가 하는 디지털 놀이터로 자리 잡고 있다. 취미를 넘어 일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무조건 배척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게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전한 게임 문화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의 역할이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게임의 과몰입 현상을 줄여주고, 취미의 균형을 맞춰주는 조절자가 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한다. 아이와 소통하려면 정성, 공감, 수용이 필요한데 그들의 놀이 문화에 대한 존중이 그 첫 발인 것이다.


 책은 4가지의 주제로 게임 문화를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을 바꿔준다. 

1. 내 아이는 왜 게임에 빠져 드는가?

2. 게임은 탁월한 미래 교육 수단이다.

3. 게임을 즐기는 아이는 공부 방식이 다르다. 

4. 게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에서 놀이를 즐기는 호모 루덴스시대로 변화된 문화 속에서, 놀이를 잘 활용했을 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순기능은 공감이 간다. 유럽 청소년 3천 명을 상대로 프랑스 데카르트 대학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는 의외였다. 주 5시간 게임을 보상으로 공부했던 청소년들이 그냥 공부했던 학생들에 비해 학업 성취도와 정신 건강이 더 우수했음을 보여 준다. 미국 국립 과학원에서는 게임의 요소를 적극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8일에서 19일까지 매일 25분을 활용한 사람들이 유동지능(살아가면서 더 지능이 더 좋아지는 지능) 높아졌음을 보여 준다. 


 미국 심리학자 저스틴 카셀(Justin Cassell)은 가상현실 속 아바타가 자폐 아동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가상현실의 아바타가 의대생 교육에서 의료장비 숙달 훈련에 이용되고 있다. 실생활에 게임을 적용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임화(Gamification) 현상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남자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려 바닥에 소변이 흐르지 않게 한 아이디어도 게임에서 힌트를 얻었고, 인천 지하철역 부평역은 소리 나는 피아노 계단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하게 만들었다. 스웨덴 스톡 홀름은 제한 속도를 넘으면 벌금을 부과하지만 제한 속도이하로 운전한 운전자는 추첨을 통해 복권을 주자 평균 주행 속도가 22% 줄었다고 한다. 놀이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탐하는 영역이다. 생활의 게임화가 강제적 제도보다는 참여자들의 적극성을 쉽게 부를 것 같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지만, 칼의 양날과 같은 게임은 사용자의 현명함이 결과를 다르게 만들 것이다. 유저가 도둑인지, 요리사인지에 따라 칼의 이미지가 달라지듯이 게임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게임은 한낱 인간이 쾌락을 충족하는 수단에 불과한 게 아니라 현시대의 한 장르로 인정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매체로 볼 때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저자는 전한다.


 게임은 탁월한 미래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미래 세대는 필요한 정보를 찾고 조합하는 문제 해결을 통한 융합 능력이 필요한 세대다.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공부법이 교육과 게임이 연계된 활동임을 저자는 조언한다. 게임 교육이 콘텐츠 힘을 발휘하려면 게임의 순기능에 포커스를 맞출 때다. 세계 최고 교육의 질을 자랑하는 핀란드의 게임 캠프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다. 3박 4일 동안 청소년과 부모가 참여하는 캠프로, 아이들이 부모에게 게임을 가르친 후 부모 게임 대회를 연다고 한다. 캠프를 통해 부모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 공립학교 퀘스트 투런(Quest-To- Learn)는 중고등 학생(6학년~12학년)을 위해 게임 개발자와 교육 전문가 2년 동한 연구한 게임 설계 원칙에 따라 학습을 하도록 학교 시스템을 만든 세계 최초의 학교다. 단순히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수학자의 역할을 게임원리에 따라 실행시킨다는 말이 인상 깊다. 이 학교 수학반 아이들이 뉴욕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3년 연속 우승을 했고, 타학교에 비해 일제 고사에서도 50% 이상 높은 성적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테슬라의 일론머스크는 저소득의 문맹 퇴치를 위한 게임 개발자에게 50억이라는 상금을 내걸었다. 한국의 스타드 기업이 그 우승자가 되었고, 미국 1200개의 학교에서 사용 중이라고 한다. 한국 콘텐츠의 수출 70%가 게임이고, 사장 점유율은 세계 5위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게임은 다양한 예술이 연계되어 있기에 예술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함을 저자는 이야기 한다. 음악, 미술, 영상 등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상업 예술의 결정판이 게임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과 게임은 너무도 닮아 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한 중독을 가진 마니아인 ‘너드(Nerd)’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 예언하기도 했는데, 게임의 세계에 너드들이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을 듯하다.  기존 지식과 독특한 방식으로 게임을 활용한다면 창의적 혁신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편협한 사고로 선을 긋기보다는 어떻게 엮어내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게임과 공부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자발성, 목표, 보상이라는 3가지를 갖추고 있지만, 게임은 그 효과가 바로 보여주는 반면, 공부는 추상적이고 관심분야가 아닌 것까지 배워야 하기 때문에 게임에 비해 몰입도가 낮다. 공부할 때 스스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면 몰입감이 찾아올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교육 방식에서 추가되어야 할 것이 목표 설정이고, 시험대비를 게임처럼 단계를 올라가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다. 공부가 게임처럼 재미있어지려면, 관심 분야와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자신감과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저자의 조언처럼 게임의 미션 수행처럼 수학 문제 시간을 정해 반복적으로 풀게 해 보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공부와 게임은 마치 형제처럼 보인다. 점잖고 책임감이 강한 형 같은 공부와 자유분방한 동생 게임은 분명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게임을 통해 학습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의 순기능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게임을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서 우리 문화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자기 통제 능력을 키워주는 데 집중하는게 더 건설적일 것 같다. 삶은 어떻게 보면 자기 통제 능력을 갖추었을 때 능력이 더 커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책을 통해 어떻게 게임을 공부와 삶에 적용해 볼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이 놀이터가 될 때, 환하게 미소 지으며 놀이를 마무리 짓고 엄마 같은 신의 품으로 귀환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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