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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Feb 26. 2024

하루 한 권 독서

[오이스터 영어교육법]- 조이스 박

세상모든 일에는 방법이 존재한다. 각 개인이 자신 만의 방식으로 행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그 일이 크든 작든 메뉴얼을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분명한 즐거움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빠르고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사람들은 언어 영역에서는 같은 방법을 쓸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절차와 계획된 행동 그리고 최종 결과를 유념해 둘 때 원하는 목표에 정확히 도착하게 될 것 같다. 영어 교육에 30년을 몸담고 있는 저자의 실용적 정보가 꽉 찬 책이 눈에 들어왔다. ‘뇌 과학이 알려준 읽기 발달 과정’이라는 표지 문구는 도서관의 수많은 영어 마스터 책들 중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 자 한 자 씹어 먹듯이 보았다는 독자 후기는 더욱 확고한 신념을 준다. 저자의 책을 읽고 활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강해진다. 


 ‘The world is your oyster! 세상은 네 굴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에 사용된 표현으로 ‘세상은 내 것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고 성취하라!’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한다. 책 제목을 오이스터로 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때,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에 자신감이 붙을 것이고, 더 넓은 세상에서 뜻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것 같다.

 

 책은 저자의 영어 교육 경험을 이야기하고, 뇌 과학이 밝혀준 영어 읽기 비밀, 잘못된 영어 교육법, 영여 코칭과 영어 독서 로드맵, 수용적 지식을 표현적 지식으로 풍부한 어휘력을 코칭하는 법, 그리고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팁과 부록을 제공한다. 가장 기본부터 시작하는 파닉스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도움이 된다. 언어 지식은 소리가 먼저 들어가고 문자의 패턴을 인식한 후 의미를 알게 되는 순서로 발달한다고 한다. 파닉스를 가르칠 때 소리가 들어가야 함은 당연하다. 첫소리를 먼저 인식시키고, 끝소리를 알게 한 후, 중간소리를 알려주는 절차를 거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파닉스를 구체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과 총체적인 언어 교수법으로 읽기를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대립 중 이만, 실제 전자의 방식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훨씬 좋아지고 우리 뇌의 언어 읽기와도 잘 맞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중학생이나 성인중 처음 만나는 글자를 잘 읽어 내지 못한 다면 파닉스 교정 수업을 추천한다. 영어는 70%가 다른 언어에서 차용을 해 왔고, 불규칙이 약 20% 이하 정도 차지 하지만 문장에서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규칙을 배워도 잘 활용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조금 놀라운 사실은 영국은 초등 5학년까지 이중 모음 몇 가지를 더 배운다는 것이다. 파닉스는 조급하게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함께 배워가는 과정으로 여기는 게 더 나을 듯하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규칙을 이해하는 것과 적용하는 거리가 멀어 인내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저자가 사용했던 역동적인 파닉스 게임들은 배우는 아이들과 가르치는 교사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 같다. 


 영어 읽기의 기본은 문자를 익힌 후 낭독단계를 거치고 최종 묵독 단계로 들어간다. 묵독 단계인 교사는 낭독 단계의 학생들이 언제 묵독으로 들어가야 더 효과적일지를 관찰해야 한다. 소리를 내서 읽는 낭독을 좀 오랜 기간 하는 것이 묵독 단계에서의 읽기 자동화가 더 쉬울 수 있다고 한다. 낭독은 자기의 소리를 스스로 들으면서 읽기 때문에 조금 더 역동적인 읽기가 된다. 묵독을 하면서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낭독을 했을 때 그 의미가 명확해지는 이유가 더 입체적으로 읽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뇌는 7~9개 단위인 덩어리로 읽는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영어를 빠르게 읽으면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덩어리로 찍는 템플릿을 크게 많이 하는 작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중급 이상의 단계 아이들에게 청크 단위로 스토리를 이해하는 방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얻었다. 단기 기억을 올리기 위해서는 5~9개 정도의 의미 덩어리를 만들어 기억하고, 그 의미 덩어리로 어휘를 기억하는 능력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할 것 같다.


 소래내서 읽을 때 끊어 읽기가 중요한 이유가 머릿속에서 찍는 판들이 계속 커지고, 읽기가 자동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끊어 읽기 연습을 많이 한다면 나중에 어디에서 끊어 읽기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고 하니, 청킹연습의 중요도를 알 것 같다. 반복해서 읽되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 또한 영어를 지도하는 교사나 부모가 알아야 할 내용 같다. 


 영어는 문자의 투명도가 낮다고 한다. 순수 영어는 30% 정도고 나머지 70%는 다른 언어에서 차용되어 온 언어라 더욱 그렇다고 한다. 반면, 스페인어는 문자 투명도가 높아 소리 나는 데로 다 읽을 수 있는 문자 투명도가 매우 높은 언어라고 한다. 그래서 영어 파닉스를 단기간에 마스터하기를 바라기보다는 꾸준하게 영어를 배워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려 가는 방법이 학습자에게는 더 부담이 없을 것이다. 


 북유럽 국가 대학들의 EMI(English Medium Instruction)가 성공적이라는 소개는 부러움을 자아낸다. 학부에서 50%, 대학원에서는 90%를 영어로 수업한다고 한다. 특히, 네덜란드의 대학졸업생 들은 4개 언어를 예사롭지 않게 구사한다는 이야기는 현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목표를 새롭게 다지는 게 시급해 보인다. 수도권 4년제 대학 신입생의 영어 읽기 수준이 미국 초등 2~3학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결과는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어려운 어휘와 복잡한 글 형식으로 수업생들의 등급을 나누기 위한 영어 교육이 아니라 의사소통 가능한 생활로서의 언어 교육으로 그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세계를 상대로 뛰는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한 교육 시스템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인재 양성이 국가 공교육에서 제대로 이루어져야 함을 알 것 같다. 교육이 오직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것에 목표를 둔 근시안적 목표를 가질 때 국가적 손실과 개인의 더 많은 희생과 재원 등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대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목표를 가지고 외국에 나가거나 또 다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과 돈을 쓰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만들어 가서는 안될 것 같다.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 성공한 인생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근시안적 목표로 아이들이 달리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삶은 생각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존재한다.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더 넓은 곳에서 스스로를 시험해 보는 그런 세상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게 기성세대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목표를 바꾸면 실천 방식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서열에 맞춰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원어민 교사들이 코웃음을 치는 쇼인도의 마테킹 같은 교육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 실제 사람들이 입고 걸을 때 편한 옷처럼 영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통 중심의 활용성이 높은 영어로 80% 이상의 학생들이 영어에서만이라도 1등급이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활용이 가능한 언어 교육에 중심을 둔 공교육 10년은 한 언어를 마스터하기에 충분한 기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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