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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Feb 28. 2024

하루 한 권 독서

[이젠, 함께 읽기다]- 신기수, 김민영, 윤석윤, 조현행

'함께 읽는다'는 의미가 낯설다. 독서는 홀로 조용하게 앉아 저자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다시 나만의 사색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만 여겼다. 숭례문학당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학습놀이 공동체라고 한다. 문학당의 당주 신기수 씨와 3명의 학사들이 쓴 책은 건축이 잘된 집 같다.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지켜내 줄 아기돼지 삼 형제 중 막내가 지은 집 같다. 홀로 독서가 주위에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늑대의 등장으로 사라질 수 있는 판자로 된 집이라면, 홀로 지켜온 독서 삶은 자아를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세상의 많은 도서가들을 향해 ‘책을 읽었으면 광장에 나와 토론하라’라는 외침을 전한다. 세상 어떤 풍파에도 견뎌낼 튼튼한 벽돌집을 함께 만들어 갈 때 건강한 개인과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 같다.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큰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이 가진 것으로 조용하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독서 공동체를 통한 개개인의 의식 전환일 수도 있다.


 함께 읽기의 효용성과 방법 그리고 각자의 독서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설득력이 강하다. 대학원 시절 독서토론을 주기적으로 했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를 책의 후반에서 언급된 독서 토론법에 대한 저자들의 구체적인 방법을 읽고야 깨달았다. 독서 공동체를 복원하고픈 저자들의 의지가 아름답다. 1인 가구 25%인 시대에 홀로 견디는 힘이 약한 자아들이 삶의 길을 즐길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으로 독서 공동체를 복원해 주면 어떨까. 여유와 느림, 사유의 가치 그리고 함께라는 느낌이 들 때 건강한 사회로 갈 것이고, 그 가는 길에 함께 읽는 독서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첫 글은 책 전반에 대한 전주곡이다. 첫 글에 소개된 조정래 작가의 인용글 ‘영혼의 배고픔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지 말자’는 말이 긴 울림으로 책을 넘기게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영혼은 건강한지 그리고 나를 어떻게 끌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야 우물을 찾는다. 책은 혼자 외롭게 걷기보다는 집단독서, 사회적 독서를 통해 함께 갈 때 더 멀리 즐겁게 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타는 목마름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서두에서 소개된 니체가 언급한 최악의 독자가 아닌지 경계를 해야 한다. 책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독자는 저자의 책을 더럽히는 최악의 독자가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책들로 하나의 성을 쌓아가는 것은 지적 영주가 되는 쾌감을 주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성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독재자가 될 수도 있으니 언제든지 서재 문을 열어둘 일이다.’ 골방 독서에서 광장의 독서로 나아가는 길이 함께 읽기요, 함께 토론하기며, 함께 쓰기다. 역사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과 독재자들이었던, 나폴레옹, 스탈린, 히틀러, 괴벨스, 무솔리니도 독서광들이었다고 한다. 홀로 독서의 위험성을 조용하게 언급해 준다. 


 책은 숭례문학당의 독서 풍경과 책으로 노는 과정, 왜 독서 토론인지, 또한 그 토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좋은 책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양서를 소개하고 있어 책 선정에 대한 정보를 가득 얻을 수 있다. 다양한 토론 형태도 인상 깊다. 주부독서, 함께 자서전 쓰기, 영화 함께 보고 토론하기, 가족 독서 토론 이야기들은 책의 맛을 더해 준다. 한인수 씨의 가족 5남매 중 결혼한 커플 8명이 2년 동한 진행해 온 독서이야기는 신선하다. 가족 독서를 통해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어른들의 독서 토론을 봐온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이 삶의 가장 큰 중심으로 잡는 것을 당연시 여길 것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책 중 자기 개발서만 읽었던 사람의 고백을 읽으면서 나 또한 그러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았다. 읽는 책 중 60% 정도로 그 범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서 편식인 것이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이 영혼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 같은 책들이기 때문에 지루하더라도 꼭 읽어 내야 할 것 같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인문학은 쉽게 소화시킬 수 없지만, 귀하게 얻어낸 지혜로 삶의 긴 길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것 같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문학을 읽어야 하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로보고 미래를 볼 수 있기 위해서 역사를 배워야 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적립하기 위해서 철학을 읽어야 함을 저자들은 조언한다. 


세상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눈과 지식을 위해 사회과학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읽을수록 읽어야 하는 책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독서지만 그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덕분에 제한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리 능력이 함께 자란다.


 독서 경영을 통해 소통의 길을 만들어 낸 회사 사내 독서팀들에 대한 예를 잘 보여 준다. 과제형이 아니라 토론형으로, 지식형이 아니라 소통형으로 이루어지는 독서 경영은 토론을 통해 지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정서적 유대감이 생긴다고 한다. 근면, 성실이 아니라 재미와 창의에 중점을 두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독서 공동체는 생기를 뛰고 나아갈 것이다. 독서 토론을 위해서는 좋은 논제가 필요하고, 진행자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개개인의 다채로운 음이 공동체 안에서 리듬을 갖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독서 토론을 마치 디베이팅처럼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 타인의 낯선 생각들을 만나는 계기로, 다른 시선으로 삶을 대하는 다양한 방식을 만난다고 생각할 때 토론은 즐거울 것 같다.


 읽어야 잘 산다. 하지만 함께 읽을 때 더 오래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니체의 인용글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잘 이끌어 준다. ‘어휘가 적은 사람은 사고도 마음가짐도 거칠고 난폭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들과의 대화나 독서, 공부에 의해 언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는 것은 자연히 자신의 사고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개짱이’, 개미처럼 노동하고, 빼 짱이처럼 예술을 하면서 살아가는 제갈인철 씨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책을 읽고 자신이 느낀 점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그의 노래는 커피 향처럼 진하다. 유튜브로 ‘맹자’와 ‘시인 동주’에 대한 노래를 들으면서, 광장의 독서로 나갈 채비를 한다. 시간 제약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지만, 곧 인연이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홀로 읽는 서재의 방문을 활짝 열게 만드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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