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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Feb 21. 2024

하루 한 권 독서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이근후

말로 위로가 되는 책이다. 늘 부족한 것 같아 양육 관련 책을 읽는다. 그때마다 성숙하지 못한 부모로서 실수했던 일들이 떠올랐다면 이 책은 우리 자체가 한 인간으로서 꽤 괜찮은 사람이듯이 실수 투성이지만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려는 부모 그 자체로서 괜찮다는 위안을 준다. 훈계보다 격려가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이는 원리와 같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괜찮다'는 기준으로 시작하는 노학자의 책제목이 그래서 포근하다. 


 4자녀를 잘 키웠고, 90을 앞둔 정신과 의사가 쓴 부모 지침서이다. 한 건물에 자식들과 손자들이 함께 사는 ‘예띠의 집’이 궁금해진다. 손자, 손녀 모두가 함께 만든 가훈 중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소개한다. ‘각 가정이 고유한 가치관과 종교관을 갖고, 간섭 없이 살아간다. 서로 같음을 나누면서 즐기고, 다름은 인정하고 존중한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경우라 티브이에도 방영되었다고 한다. 결국, 삶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많은 추억을 쌓는 과정이라면 저자의 삶은 충만한 추억으로 가득한 마음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장남인 천문학자 이명현 씨의 책의 마지막 글을 통해 인품은 세대를 타고 내려간다는 것을 알 것 가다. ‘부모와 자녀 관계의 기본은 서로 독립성을 유지 하는 것이다.’ 서로의 독립된 인격체를 존중해 주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아버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라는 표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부모와 같은 생각을 마음으로 느끼고, 그분들의 자식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때 삶의 꽃은 만개하는 것이리라. 


 책의 소제목들을 통해 저자가 생각하는 자녀 교육의 중심을 느낄 수 있다. ‘뜻대로 되지 않은 아이와의 관계에 대하여, 부모만 모르는 내 아이 속이 궁금할 때, 세상과 어울릴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큰소리치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긴 세월 동안 부모로서, 할아버지로서 그리고 가족 간의 소통 부족으로 생긴 여러 환자들의 정신적 치료를 도우면서 깨달으신 삶의 또 다른 지혜가 귀할 수밖에 없다. 


 책 사이사이 전해지는 인상 깊은 내용들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다가온다. 자녀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알고 있었지만 서로 한집에 부대끼다 보면 가끔 잊는다. 부모로서 근본적인 보살핌은 이아의 마음을 읽는 것이고 아이와 좋은 관계는 존중받을 때 그 보살핌을 느낀다고 한다. 좋은 관계는 마음이 통하는 관계임을 조용하게 언급해 준다. 아이와 마음이 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내가 주는 사랑이 아이에게는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긍정이란 모든 일을 좋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 상황을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좋다, 나쁘다’라는 판단을 넣지 않을 때, 판단이 들어가지 않을 때 감정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그다음 이어질 행동이 부정적으로 흐리지 않게 됨을 이야기한다.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보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은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다 보면 가능해질 것이다. 


 맞벌이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함께 하지 못했지만 당당하게 아이를 대하고, 또 도움을 부탁하면 아이는 지신이 받아들여할 상황으로 인식한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부모만의 기준을 세워두고 그만큼 시간과 애정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보상하듯이 말이나 물질로 덮으려 해서는 안됨을 이야기한다. 세 아이를 두고 저자의 부인이 하버드 대학에서 1년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흔쾌히 부인을 응원하고 지지해 줄 수 있었던 그의 인품이 대단함을 알 것 같다. 엄마가 없는 그 일 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마라톤 대회를 자녀와 함께 참여함으로써 또 다른 방식으로 그들과 추억을 만들어낸 현명함도 보인다. 


 3~4살이 되면 아이들은 고집이 생기는 시기다. 독립된 인간으로서 당연한 심리학적 발달 과정인데, 이때 부모의 태도는 ‘따뜻하지만 단호함’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은 존중하되, 행동의 범위는 규칙을 세워 지키도록 도우라는 기본 생활 안내 또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엄마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언이다. 


 엄마의 역할은 주로 정서적인 보살핌을 담당한다. 더불어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가 좋을 때 아이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높고 안정적이라고 한다. 저자가 노년이 되고 아이들이 장년이 되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상하 관계가 아니라 수직 관계에서 친구가 되었다는 표현이 인상 깊다. 부모는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받아주고 들어 주는 역할이 먼저가 될 때 나이가 들어서 서로 적당한 경험과 시간이 지난 후 인생 선후배로서 또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기질을 바꾸려 하지 말고 기 질 데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임을 알려 준다. 기질은 대부분 선천적이기 때문에 평생을 간다고 한다. 내성적인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잘한다고 해서 외향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단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소통 능력이 길러진 것뿐이라고 한다. 시시한 대화가 쌓여야 마음을 나누는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는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임을 명심해 본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부모 간의 갈등 사례를 통해 또 다른 조언을 준다. 아이들의 일탈은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는 하나의 신호탄이며, 자기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는 첫 과정으로 인식해야 함을 알 것 같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부모는 아이가 모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 아이가 성숙함의 증거로 오해할 수 있으나 실은 내면에 독을 쌓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도 안될 것 같다. 자녀와의 대화법은 배워야 하는 기술 같다. 마음 가는 데로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하기보다는 무엇이든 함께 상의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해보라고 한다. 아이가 감정음 편하게 쏟아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부모는 자녀의 열성적 팬이 되어야 한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법으로 내 생각을 뺀 ‘무조건 경청’을 조언한다. 화나 지시가 아닌 함께 정한 규칙으로 통제하면서 만들어 가야 한다. 오늘 내 아이가 몇 번 웃었는지 헤아려 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아이의 웃음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길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이유가 부모와의 건강한 상호 작용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을 즐겁게 인식하고 정서의 기틀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배려심이 많은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우선 사랑을 입금해야 한다고 한다. 가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를 무조건 나쁘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는 이기심을 만끽하는 과정은 이타심의 단계로 들어서기 위한 초석 같은 것이다. 그 이기심을 먼저 경험해야 이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이는 곧 미래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호기심을 살리는 법으로 부모가 아이의 말을 귀담아듣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 호기심이 꽃을 피운다. 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는 게으른 게 아니라 무기력하기 때문일 수 있다. 무기력은 호기심이 사라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키워주는 가장 기본적이 행동이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부모의 인내력에서부터인 것 같다. 공부란 내가 정말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너무 잘 키우려 애쓰기보다는 아이와 더 많이 눈을 맞추고 더 많이 웃으며 보내려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함을 알 것 같다. 


 사춘기인 아들을 위해 내가 갖춰야 할 덕목이 내 생각을 뺀 경청이며, 아이가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 공간을 제공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저자처럼 내가 노년이 되고, 내 아이가 중년이 되었을 때 서로 인생에 대해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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