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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r 11. 2024

하루 한 권 독서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김나윤

이수 엄마의 글이다. ‘이수의 일기’를 몇 년 전에 읽었었다. 가을 하늘처럼 맑은 이수의 마음이 인상 깊었다. 이수를 길러낸 그 엄마의 마음이 전달되었을 거라는 기대로 그녀의 양육철학을 만나고 싶었다. 네아이의 엄마인 그녀 또한 순수한 사람 같다. 동화 작가로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는 그녀는 약해 보이지만 강한 사람 같다. 이주마다 남편과 함께 하지만 삶의 고단함이나 힘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이를 관찰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고백한다. 한 명의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나는 더 많은 실수투성이인데, 네명의 아이들 속에서 그녀의 실수는 따뜻함을 키우기 위한 겨울 난로의 석탄 같다.


 이수, 유태, 유담이 외에 마음으로 낳은 유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큰 인품이 느껴진다. 공감받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아이들 입장에서 최대한 공감해 주고자 노력하는 엄마 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인 것 같다. 지하 단칸방에서 살아낸 이야기와 소록도에서 한셈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1 년간 봉사한 이야기 그리고 가난이 젊은 청춘시절 옷의 액세서리처럼 붙어 있었던 삶을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책의 머리말에서 처럼 ‘내가 되어가는 시간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에 의해 완성되어진다’는 것을 그녀는 보여 준다. 그녀가 살아낸 삶에서 배운 가치를 통해 아이들을 대하고, 지나온 어려운 길들을 통해 삶의 교훈을 발견하며 살아온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강한 인상을 준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보다 사람 하나를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야. 난 잠시 다른 값진 일을 하고 있을 뿐, 늦은 건 아니야.’

소박하고 꾸밈없이 자신의 감정을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캐리어가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 때 스스로 다독여 주는 말에 많은 공감이 간다.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내가 저 아이라면 지금 마음이 어떨까?’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긍정적인 의도를 먼저 생각하고 공감해주며,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저자의 낮은 자세가 아름답다. 남편이 아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엄마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어릴 적 추억이 어른까지 기본적인 정서를 결정한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간다. 그녀는 엄마와 아이들이라는 수직관계를 버리고, 인생 선배로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있다. 아이들과 함께 밀가루를 잔뜩 뒤집어쓰고, 물감으로 얼굴에 온통 색칠을 한, 사진 속 그녀는 아이들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어른 같다. 지붕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수와 함께 해를 맞이하는 장면이나, 함께 축구하는 장면들에서는 행복의 소리들이 함께 담겨 있다. 아이들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엄마를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데이트 시간을 만들어 낸 그녀의 지혜가 아름답다. 행복한 삶에서 필요한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다. 늘 욕망이라는 굴레의 크기가 커지는 일상에서 아이들과 나눌 작은 놀이들은 뒤로 밀려나기 쉽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녀의 생각들은 변화를 줄 것 같다. 


 부모가 가져야 할 아이에 대한 마음가짐과 서로의 관계를 보여 주는 칼린지브란의 ‘예언자’에 대한 소개도 다시 한번 삶에서 소중한 시간을 아이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아이는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거쳐 왔을 뿐이고,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어도 생각까지 주려 하지 말라는 시의 내용이다. 또한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어도, 영혼의 집까지 주려하지 말라는 시인의 가르침이 전해 진다. 시는 ‘너희가 아이처럼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너희처럼 만들지 말라, 너희는 활이요, 그 활에서 너희의 아이들을 화살처럼 날려 보내라’라는 말을 통해 다시 한번 나의 자세를 가다듬어 본다. 


 이수의 첫 책에 대한 이야기와 그 후로 계속되는 이수의 글쓰기는 엄마를 닮았다. 이수의 글들은 생활 속에서 자신이 느낀 위대한 감정들을 하나씩 담기 시작한다. 이수와 유태의 형제간의 수평적 지평 위에 서로를 위해 죽어줄 수 있다는 두 아이의 이야기는 마음 깊은 감동을 준다. 보육원에서 제대로 된 사랑과 치료를 받지 못한 유정이는 기이한 행동을 하고, 물건을 깨트리고, 아이들을 꼬집기도 하지만 서서히 그들 가족의 문화 속에서 위로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위염을 오랫동안 방치해서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을 전하는 저자의 가슴 아픔이 느껴지는 듯했다. 또한 유정이와 살아가면서 자신의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낸 저자의 어른다운 태도도 존경스럽다. 


 모래사장 위 조류에 쓸려온 수많은 불가사리를 그냥 지나치는 우리는 너무 많아 도울 수 없다고 쉽게 핑계를 된다. 하지만 단 한 마리라도 바닷속에 던져 주는 사람은 그 한 마리에게는 삶이 크게 변한다는 것을 알고 실천한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에 나온 일화가 저자의 삶과 닮아 있다. 부모가 없는 수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없지만, 단 한 명인 그 아이에게는 삶이 바뀌는 대단한 일인 것이다. 


 많은 제약은 아이들 마음의 거리를 제한한다는 생각도 공감이 간다. 최소한의 제약으로 무한한 자유를 가진 아이들이 사진 속에서 찬란하게 웃고 있었다. 마지막 이수의 글 ‘우리 엄마를 소개합니다’라는 말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연 내 아이는 나를 어떤 엄마라고 소개할지........

이수는 이야기한다. 엄마는 영원한 친구이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할 수 있는 엄마, 자신들의 연결선이 엄마이고, 언제나 엄마를 기억할 것이며, 사랑이 무엇이며, 배려가 무엇인지, 살아가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엄마라고......


 책을 읽어가며 부끄럽기도 했고,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아이를 대해야 하는지 배우기도 하면서 다시 한번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 귀한 기회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낼 아들을 키워내는 마음 가짐을 정돈해 보았다. 저자의 아이들 네명이 또 하나의 빛으로 세상을 빛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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