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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r 22. 2024

하루 한 권 독서

[Salt to the Sea]- Ruta Sepetys

바다에서 소금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타이타닉호나 세월호와 얽힌 이야기는 잘 알려진 슬픈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소련의 공격을 피해 독일로 대피하려는 1만 4000명이 Wilhelm Gustloff를 타고 항해한 지 몇 시간 만에 소련 잠수함에 격침된 이야기다. 9000명의 익사사 중 5,000명이  어린아이였다고 한다. 실제 일어난 일을 소설화한 책이다. 책 후반부에 저자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수많은 사람들과 협력해서 하나의 책이 탄생되었음을 보여 준다. 


 전시였기에 독일은 배의 침몰을 알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그 비극이 베일 속에 뭍이게 된 것이다. 책은 전쟁의 전면을 보여 주기보다는 전쟁을 대하는 개개인의 감정과 상황들이 어떻게 일상을 만들어 가는지 보여 준다. 처음 읽을 때는 조금 혼돈스러웠다. 5명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장면들은 책을 읽어 가야 조금씩 자리를 잡는다. 


 Florian은 독일의 젊은 남성이다. 그림이나 서류를 위조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어, 자신의 신분증을 위조해서 배에 탑승할 기회를 갖는다. 나치는 유럽을 헤집고 다니면서 명화나 미술작품들을 빼돌리는 일을 했고, 플로리안이 그들의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하다가 탈영을 한 것이다. 미술품을 숨겨둔 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를 포함한 세명이지만, 결국 한 명이 죽고, 독일 고위 관리인 다른 한 명이 플로리안을 찾는다. 그는 비밀이 담긴 서류와 열쇠를 들고 부상의 몸으로 배를 타기 위해  항구로 향한다. 그가 전쟁을 보는 시선은 냉소적이다.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위해 독일정부가 돈을 요구했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가족 모두 죽고 오로시 여동생만이 살아남은 그에게 있어서, 삶의 동기부여는 동생을 찾는 것이고, 자신도 언제든 죽을 준비를 하고 있는듯 하다.


 Joana는 간호사로서 루티니안인이다. 그녀는 헌신과 사랑을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사촌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추위와 죄책감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의의 난민자들과 함께 항구로 향하면서 그녀가 보여주는 따스한 관심과 사랑은 잠시 전쟁을 잊게 한다. 


 Alfred는 배의 주인으로 첫 항해를 준비하는 나치당 회원으로 자신이 영웅이 될 것이라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책에서 그는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데 영웅주의와 나치의 세계관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 같다. 


 Emilia는 16살의 폴란드인이다. 유대인 학대를 피해 아버지의 친구집에서 은둔해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서서히 알려 준다. 어린 나이에 임신했고, 폴란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배에 탐승할 수 없어 길에서 주운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배에 오르게 된다. 10대 소녀를 상징하는 듯한 핑크빛 모자와 금발 머리는 그녀의 상징이다. 전쟁 전의 일상을 회상하는 장면은 안쓰러움을 준다. 임신으로 불러오는 배와 혼자 버려진 상황 그리고 파괴된 건물들과 수많은 난민들이 희망을 찾아 항구를 향해 간다. 자신과 동행이 되어 준 플로리안을 기사로 여기며, 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여행을 한다. 목숨이 위험한 플로리안을 돕기 위해 총을 들어 독일 병사를 죽이기도 했던 그녀는 결국, 배에서 여아를 출산한다. 


 시대의 아픔과 사람들의 이기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 아멜리아의 임신에 대한 고백 같은 이야기다. 안전을 위해 아빠 친구의 집에서 불편하게 생활하면서, 냉정하고 매몰찬 아빠 친구의 부인과 아멜리아를 두둔하는 그의 아들 August의 친절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소련군사들이 오거스트 여동생을 원하자 그녀의 어머니는 나무뒤에 숨어 있던 아멜리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그들에게 넘긴다. 그렇게 생긴 아이를 여행하는 동안 마치 오거스트와의 사랑으로 맺은 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출산 후 아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다행히 플로리안이 그 아이가 아멜리아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자신의 아이를 안을 용기를 갖는다. 


 구두 수선공이 함께 여행하는 동안 들려주는 시적인 표현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는 할머니를 잃고 홀로 된 6살 소년에게 큰 삶의 울타리가 되어 준다. 그들이 항구로 향해 걸어가는 길들에 대한 묘사는 삶의 고난함과 더불어 추위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어우러져 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 간의 작은 배려가 추위를 녹이고, 고난함을 덜어 주는 것 같다. 이미 버려지고 파괴된 대저택에 도착한 그들 일행은 한때 부를 누리던 저택의 주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버렸는지 보여준다. 세월에 희생되기보다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자결해 버림으로써 시대를 향해 작은 저항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항구를 향하는 여정 중에 언 호수를 건너가다가야 했다. 그러나 먼저 건너던 맹인 여인이 얼음이 깨져 빠져 죽고 만다. 그녀의 스카프가 바람에 나부끼는 장면에서는 막연한 절망감을 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수백 명, 수천 명이 죽어가지만, 애정을 가진 단 한 명의  죽음이 더 큰 충격을 준다. 


 조안나와 플르리 안이 서로 조금씩 호감을 가지며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 긴 과정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어떻게 서로에게 희망찬 삶에 대한 동기를 만들어 낼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서서히 가슴 중앙에 자리할 때, 배안의 굴뚝이 있는 공간에 숨어 지내던 플로리안의 신변 안전을 위해 머리를 깎아주는 조안나는 디디어 데이트 약속을 한다. 하지만 얼마 후 배는 잠수함의 격침을 받고 서서히 침몰하게 된다.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움짐임에 대한 묘사는 세월호를 연상시킨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출구를 향해 앞다투어 나가지만, 다른 사람의 어깨나 머리를 짚고 뛰어 나가는 상황에서 22척의 구명보트를 타야 하는 상황은 긴박감을 준다. 

 결국, 조안나와 플로리안, 아멜리아의 아이와 6세 소년은 구조되지만...... 이슬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생존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마지막 부분을 읽어 가면서는 조금 혼돈이 되었다.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아멜리아가 꿈꾸었던 미래의 일상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어느 바닷가로 떠내려 온 그녀의 시신을 잘 묻어 준 사람이 그녀가 품에 소중히 안고 있었던 플로리안의 가방을 통해 그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어렵지 않은 소설이지만, 인물들이 들려주는 상대에 대한 명칭이 명확하지 않아 읽어 가는 동안 초반 부분은 어렵게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인물들 간의 서서히 일어나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공유하는 과정이 느리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해도의 폭이 서서히 넓어지는 책이다. 

단, 두 사람의 리더가 전쟁의 원인이라 할 수 없지만, 평범한 보통의 시민은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생존을 위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인류 역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실수투성이들을 통해 성숙과 성장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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