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작가의 목소리]- 이경

흔히 읽기가 넘쳐나면 쓰고 싶어 진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자판 위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생각의 구체화 과정이 습관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끔 우려되기도 한다. 혼자만의 무대에서 쏟아내는 생각들이 타인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다고 느끼지만 쓸수록 제대로 쓰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은 자신만의 창작품이지만 마치 음악처럼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듣기 좋은 화음이 돼야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이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아내가 불러주는 애칭인 ‘이경’, 작가의 글쓰기 비법을 만나고 싶어 일독한 책이다. 작가의 헛소리, 작가의 쓴소리, 작가의 목소리 그리고 작가의 단소리로 구성된 책이다. 읽으면서 툭툭 튀어나오는 이경 작가의 장난스러운 말투들이 책의 생동감을 준다.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툭 던져놓는 진실은 마치 ‘임금은 벌거벗었다’라고 외치는 어린아이를 만나는 기분이다. 먼가 멋스럽게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싶은 허영이 순식간에 별거 아닌 듯이 그 민낯을 보게 한다. 

 혼자만의 글이 아니라 출판사의 요청으로 4번째 책을 출판한 저자의 글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책에서 잘 드러난다. 경어체를 쓰고 있지만 글은 무겁지 않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저자만의 기법도 그답다. 사무실에서 자판기로 뚝딱뚝딱 생각의 성을 지어 낸다. 그리고 글의 가장 기본 제1원칙이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쓴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다독, 다문, 다작, 다상량이 한 세트가 되어, 비판적 사고를 길러 낼 때 읽기만 하는 독서보다 쓰는 활동이 개인의 정신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흔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필사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저자는 필사나 함께 글쓰기(합평), 그리고 글쓰기 코치에 대한 효용성을 낮게 평가한다. 즉, 좋다고 무조건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필사를 조금 하다가 포기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밀린 숙제처럼 부담이 있었다. 마음이 가는 데로 따라야겠다. 해야 된다가 아니라 하고 싶어 질 때 해보는 자유를 가져야겠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단어 의심하기’가 중요하다는 말은 공감이 간다. 생각보다 단어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소정’의 금액이라는 말도, ‘적은 금액’이라 생각했었는데, ‘정해진 금액’을 칭한다고 한다. 간발의 차이라는 말 또한 ‘털하나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 또한 말의 뉘앙스 때문에 ‘한발’ 정도의 차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의심해 보는 것 또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임을 알 것 같다. 

 글쓰기 실력을 꾸준하게 올리고 싶다면,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됨을 알 것 같다. 영어 지문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듯, 우리말 또한 사전을 수시로 찾아 정확한 단어와 맞춤법을 사용할 수 있도로 노력해야겠다.

우리말 글쓰기의 90%는 ‘조사’에 있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술술 잘 읽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막히는 글이 있다. 그 한 끝의 차이가 조사의 적합한 사용에 있다고 한다.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라는 말이 있듯 쓰고 나서 다시 읽어 보면 조사의 차이로 글의 내용이 명확해지거나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경쾌하게 물 위를 걷는 고수처럼 글쓰기에 대한 저자만의 생각이 잘 보이는 책이다. 글을 읽는 사람보다 쓰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의 독특한 독서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과 만나면 듣기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듯이 읽고 쓰는 과정 또한 이를 닮은 듯하다. 

 독서의 속도를 줄이고, 쓰는 속도를 올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의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왜 읽는가?’와 마찬 가지로 ‘왜 쓰는가?’를 생각해 본다. 쉴세 없이 혼자 떠들어 대는 독백인지 점검하면서 써야 함을 알 것 같다. 글을 잘 쓰고자 한다면 저자가 전해주는 의견과 쓰는 법에 대한 정보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