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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r 18. 2024

하루 한 권

[이미지로 글쓰기]- 이은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 누군가의 생각과 상상을 만들어 내는 재료가 되기 때문 일 것이다. 보여도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결국, 창의력이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는 것으로 잘 엮어내는 힘을 말하는 건 아닐까. 


저자의 책을 한마디로 일반 독자가 무심코 보는 그림이나 조각들을 보이도록 잘 이끌어 내주는 책이다. 보여야 존재를 인식할 수 있고, 보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명화나 그림은 항상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저자의 책은 그림들과 조각들을 몸에 맞는 옷처럼 입어 보고 싶은 욕심을 갖게 한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라는 저자의 첫 책은 10만 구독자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나를 포함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알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주요 언론 선정에서 국내 20명 파워라이더 중 한 명이라는 저자의 소개글을 보면서 글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이미지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면 좋을지, 이미지에서 무엇을 떠 올 리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글을 구성할지 그리고 전달력 있는 표현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이야기한다. 책 사이사이에 있는 그림들에 대해 소개를 하고, 그 그림과 관련된 글을 써내려 가는 저자의 글들을 보면서 그림으로 글을 풀어내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다. 단지, 아쉬우건 그림들이 흑백이라는 것이다. 색감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온라인을 통해 그 그림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 흐름을 깰 것 같아 자제했었다. 


 이미지를 찾아 공공 조형물이 있는 대형 건물과 미술관 그리고 개인적 공간을 활용해 나만의 프레임으로 보는 연습을 해보야 겠다. 저자처럼. 개미의 눈과 새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일상에 만나는 모든 느낌과 감각이 온전히 깨어 있을 수 있으리라. 가끔 지나온 시간이 흑백 사진처럼 오래된 기억의 저장고에 소각을 기다리는 수많은 쓰레기처럼 쌓여 있는 건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다. 지나온 삶을 다양한 색채로 기억해 내는 방법 중 하나가 그 기억을 잡아주는 순간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이미지로 써 내려간 글들은 언제든 원할 때 그 색감을 드러내게 도왈 줄 것 같다. 


이미지로 글을 써내는 방식으로 이름을 붙여보거나, 주인공을 바꿔보거나 상징으로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해보라고 저자는 권유한다. 표면 들춰보기로 글을 쓰는 방식을 잘 소개해 준다. 배찬효의 그림 속에 헨리 8세의 얼굴에 동양 남자얼굴을 넣은 그림은 뭔지 모를 어색함이 묻어난다. 너무도 익숙하게 백인 모습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영화감독 그리피스가 썼던 ‘Close-up 방식’은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어느, 부분을 끌어당겨 확대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또한 독특한 글쓰기의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두 눈 사이에 마음의 눈이라는 또 다른 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잠시 책 읽기를 멈춰 본다. 세상을 보는 두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는가. 두 눈 사이 위로 마음의 눈을 상상해 본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이 본 세상을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들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또한 마음의 눈을 크게 떠야 하지 않을 까. 


 자비에 루케지의 ‘상처 입은 남자’의 그림을 통해 사연을 꿰뚤어 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화가가 떠나보낸 여인을 그림 속 안에 담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그림 안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여인을 보며, 그림이 담고 있는 각기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힘을 다시한번 느낀다.


 복을 기원하는 민화에 대한 이야기는 정겹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언뜻 본 것 같은 호랑이 그림의 상징을 이제야 알았다. 호랑이 그림을 집에 걸어 두면 그 집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두 눈 부릅뜨고 곧 튀어나올 듯이 그려진 호랑이 그림을 어린 나는 막연한 공포로 느꼈던 것 같다. 외가댁에 가면 마당에 풀어놓은 수탉들이 가끔 마루 위로 튀어올라 나를 공격했듯이.... 


 이미지로 글을 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꾸준하게 연습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미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해 보면서 보이지 보이는 것 너머 의미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묘사와 연상을 합해서 전체 이미지를 추론해보거나 핵심어 3개를 뽑아 양손으로 공 3개를 돌려보는 저글링 글쓰기를 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어원이나 용어를 정의하면서 전문적으로 글을 써보는 훈련도 필요할 것 같다. 어학 사전과 전문 용어 사전, 지식백과사전을 통해 그 주제어를 찾아보는 바지런함이 필요한 게 글 잘 쓰는 작가의 공통점인 것 같다. 낱말의 정의를 확인하는 것이 글의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글쓰기를 통해 독자와의 관계를 설정해 보고, 화가의 일화를 배경으로도 써본다면 글이 다양한 형태를 뛸 것이다. 뛰어남의 기준을 바꿔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메시지가 담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색과 관찰의 눈을 가질 때 글은 제대로 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쓸수록 더 강해진다. 하지만, 내가 담고 있는 어휘가 부족하거나 사색의 농도가 낮을 때 글은 존재감이 작아질 것 같다. 책을 보면서 화가들의 사상이 미술 작품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녀만의 전문성 있는 글들이 미술과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가끔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관찰하지만, 일정 거리만 유지하게 되는데, 다음부터는 저자가 제시한 방법인 이미지 글쓰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하늘아래 모든 것들이 자기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것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의문스러워진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말하면서도 홀로 독백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책이란 신기하게 읽을수록 나의 무지가 조용하게 드러나한다. 무지를 드러내는 책을 불편해하기보다는 나를 이끌어 주는 멘토로 생각해야겠다. 미술 작품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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