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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r 15. 2024

하루 한 권 독서

[90년 생이 온다]- 임홍택

80년 생이 쓴 90년생들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담당하면서 느꼈던 그 낯선 대상들을 탐 구하기 위해 대학 캠퍼스와 도서관의 열람실, 대학 부근의 카페에서 그들의 언어습관, 행동, 관심사, 공부 등을 기준으로 90년 생들을 관찰했다. 90년 생들이 불쑥 사회에 출현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직원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선배의 전통을 따르라고 하기엔 그들의 개성이 독특했을 것이다. 모난돌로 취급하기보다는 그 모난돌로 어떻게 조화롭게 삶의 건물을 건축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90년 생의 소비 형태와 일을 바라보는 가치관은 그들을 이해하는 첫 단추로 꽤 괜찮을 것 같다. 


 대상을 길들이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부터가 긍정적인 신호다. IMF라는 사회적 시련 속에서 성장한 90년 생들은 개인의 생존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사회가 그들을 배려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경제적 수입보다는 직업 안정성을 더 선호하다 보니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젊은 청춘들이 몰린다고 한다. 

‘어린이를 포함한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은 그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 같은 역할을 한다.’

 대학이 일개 취업 학원으로 전략하고, 기업은 신입보다는 경력자를 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이행합니다(이과라서 다행입니다)’라는 말이 생겨난 현실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다양성이 배제된 사회는 진보보다는 정체나 퇴보로 나아가기 쉬울 것 같다. 90년 생들의 가치관에서 시작하는 직업관은 그들만의 생산품이 아니라 사회적 시류를 타기 위한 개개인의 몸짓 같다. 


 자기중심적이고 소비에 민감하면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이 가능한 X세대(1965~1976)들은 한때 구속받기 싫어하고, 관념의 틀림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신의 뜻대로 행동해서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었다. 지금의 90년생들을 바라보는 X세대들은 다시 그 눈총을 쏘는 사람이 된 것이다. 1980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을 밀레니엄 세대라 불리는데 이들의 특징이 덜 반항적이고, 개인의 가치보다는 집단의 가치를, 권리보다는 의무를, 감정보다는 명예를,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출생률이 1명 미만인 소비 중심의 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이라 한다. 


세대들의 특징을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한 시대를 함께 살아낸 사람들에게는 마치 유행처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듯하다. 이해할 때 존중할 수 있고, 존중받을 때 그때 사회는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새대인 90년 생들을 맞이하는 제도를 갖추지 않은 사회에서 그들과 부딪치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 세대 간의 갈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음을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한때 신세대라 불렸던 사람들이 갑자기 등장한 90년대 생들을 자신들도 모르게 기존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됨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어렵게 입사하고도 1년 전후로 퇴사하는 젊은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생선배들이 이해라는 눈으로 시작해서, 존중으로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때 기업이든 사회든 성장할 수 있다. 


 ‘신기술의 변화는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를 흥분시키는데 반해, 35세 이상에겐 당황하고 난처하게 만든다.’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을 쓴 찰스 핸디의 말처럼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탈 수 있는 능력은 젊고 도전적일 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몸을 사리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존 세대들은 위험하다는 하나의 기준으로 경계를 긋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심리일 것 같다. 책에서 말하듯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라는 책에서도, 고전인 한비야에서도 젊은 세대를 부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일류의 발전은 그런 작은 충돌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감을 알 것 같다. 갈등이 피할 수 없는 단계라면, 반발되는 에너지를 함께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이 더 생산적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세대가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이 더 나은 방안 같다. 


 90년 생들은 간단함을 선호해 유난히 줄임말을 많이 만들어 낸 세대라고 한다. 청소년기에 겪는 생활과 가치관은 일생에 영향을 주는데, 그들이 지나온 공통적 경험을 관찰해 보는 게 이해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90년 생들은 10대부터 모바일을 사용했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웹 검생이 아니라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로 정보를 찾는 것을 선호하고, 긴 장편의 소설보다는 초단편 소설이 인기가 많고 진지함 보다는 유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먹방 방송(먹는 음식을 소재로 출연자들이 직접 음식을 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을 일종의 유희로 생각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한다. 게임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이미 90년 생들에게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하나의 활동이다. 


고객 만족이나 감동의 시대를 지향하기보다는 ‘번거로움을 제거’해주는 게 90년 생들에게는 더 큰 매력으로 다가간다고 한다. 

 사회에서 만나는 고지식한 인생 선배들을 ‘꼰대’로 부르는 90년대 생들은 삶과 일의 균형을 원하는 세대다. 책에서 ‘꼰대’ 테스트가 있는데, 나 또한 꼰대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났다. 출근 시간 10분 전 미리 와서 준비하는 게 우리 때는 직장 예절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꼰대의 사상이 될 수 있음이 당혹스럽다. 


 시대에 맞춰 기업도 변화를 시도한다. 4일 근무나 4.5일 근무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시켜야 능력 있는 인재들이 회사를 위해 성과를 쏟아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강한 통제 방식이 통하지 않은 세대이고, 참견보다는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일을 통해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라고 한다. 또한 일을 시작하면서 이직을 막기보다는 차라니 돕는다는 생각이 더 회사에 이로울 것이고, 만약 힘든 과정이 있다면 ‘무조건 버텨라’라고 말하기보다는 기한을 알려 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너희는 참는 법을 배워야 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응을 도와주는 것이 90년 대생들을 맞이하는 조직의 새로운 리더십이 될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회사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업무 내용을 프로젝트해 보라는 조언도 시도해 볼 만할 것 같다. 


 이제는 연결이 권리가 된 시대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자신이 사용해 보고 불편했거나 좋았던 물건들은 개개인들의 SNS에서 소개되고, 순식간에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이 진정으로 변하지 않으면 쉽게 외면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칼자루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들고 있는 접속의 시대다. 


결국 미래의 기업은 마케팅이 아니리 브랜드 구축의 시대로 회귀 하고, 진실된 것, 즉 인간에 대한 인 사이트에 기반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곳에 관심을 기울이라. 그리고 연관성 있는 대화 속으로 뛰어들라.’ P&G 최고 매니저의 말이 변화된 시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젊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심한 노력과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며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을 때, 중국의 샤오미 기업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꼰대로 살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몸을 낮추고, 귀 기울여 듣는 자세가 먼저다. 남은 생에서 만날 수 있는 젊은 우주인들이 우리 삶을 보다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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