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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r 29. 2024

하루 한 권 독

[넌 대체 몇 년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니?]- 김재우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사람은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진다. 저자의 책은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으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영어를 해오고 있지만 늘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저자의 책을 꼭 만나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저자는 영어 교육현장의 지킴이이자 원어민이 인정하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다. 통번역 대학원을 지나고 영어 교육현장에서 살아온 저자의 전문가 다운 분석은 탁월하다. 


 책은 영어 공부를 오랫동안 해오지만 실력이 늘지 않은 사람들의 원인 분석을 1,2장으로 구성했다. 특히, 중급 단계의 정체기에 머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3,4장은 문법 공부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학습법을 소개한다. 5장은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영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6장은 영어 공부 사례를 소개한다. 


 영어 스피킹 공부 따로, 시험 준비 영어를 따로 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 영어 공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언어학습에서 듣고 말하기는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논리적 이해를 위한 독해의 경우 결정적 시기가 없다는 저자의 말도 공감이 간다. 

학생 시절에 진짜 소통을 위한 영어를 거의 80% 까지는 완성해 두어야 훗날 자신의 커리어에서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미국아이도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바로 시작해도 된다. 유아부터 청소년 까지는 반드시 소리 위주의 영어 교육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춤을 책으로 배울 수 없듯이 언어 또한 소리 없이 배울 수 없다. 영어로 능수 능란하게 읽고 말하고,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쉬운 영어에 포커스를 두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쉬운 영어 기준은 ‘단어 하나하나는 쉬운데, 문장으로 보면 어려운 영어’를 의미한다. 언어로써 영어는 어쩔 수 없이 국내파와 해외파의 실력차이는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쉬운 영어로 소리 위주로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영어가 만만해질 때가 올 것이다. 이때 TOEFL이나 IELTS를 준비하면서 보다 고급언어를 만나게 된다면 국내파 일지라도 해외파만큼 구사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영어 공부법은 어렵지 않다. 어휘를 공부할 때 맥락 속에서 습득하는 방법을 습관화 하라고 한다. 예로, ‘female(여성)’이라는 단어는 성별표기를 나타낼 때만 명사처럼 쓰이지만 대부분 형용사(female voters 여성 유권자)의 느낌으로 쓰인다고 한다.


영자신문 같은 어려운 지문으로 공부하는 단점은 공감이 간다. 말하는 문장이 너무 길고 장황하고, 비유적인 표현과 수사적인 문장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다듬어진 글이라 실생활에서 자유롭게 구사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어려운 단어보다는 범용성이 높은 단어로 공부하는 게 더 낫다.

 미디어를 통해 구어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디어에는 관용적 표현과 비유적 표현이 많아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구어체 영어를 익히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문법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합리적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알고 있는 문법 지식을 원어민 표현법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문법은 필요하지만 공부 방법이 잘못되면 오히려 유창한 영어 표현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을 만들 것 같다. 문법 위주 학습자의 단점으로 지나치게 상세하게 표현하려 하는 것, 한국어와 영어를 1대 1로 매칭하려다 보니 문장이 어색해지게 된다. 상대방이 하는 말대꾸에는 일반동사를 말하지 말고, 조동사나 Be동사로 대답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문법 학습에 치중하다 보니 전치사 활용이 서툴고, ‘something/ anything/같은 두루뭉술한 표현법과 친해지는데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법의 중요한 부분과 유창하게 소통하기 위한 언어의 규칙이 다르다. ‘관계사(관계 대명사, 관계 부사)’사용을 자제하고, 한 문장을 짧게 하고, 뒤의 정보는 등위 접속사(and, but, so)로 이어간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부사절 사용을 자제한다.’ 


명사절로 표현해야 자연스럽고, 지시 대명사(it, that, this)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으로 좀 더 사용해 보는 것이다. ‘because’라는 말로 시종일관 말하기보다는 같은 의미를 가진 ‘for’를 사용해 보고, 또는 그 원인의 근거를 ‘from’이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해 보다는 서이다. 동명사 시작하는 주어로 말해 보기나, to 부정사의 결과적인 용법도 자연스럽게 써보는 연습을 통해 자연스러운 언어 구사력의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영어식 주어를 잡아내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핵심 정보가 주어가 되는 특징이 있고, 부분보다는 전체를 통칭하는 것이 주어가 되며, 말의 의도가 주어를 결정한다는 것도 알아 두면 유용할 것이다. 영어는 표현 방식 자체가 한국어와 다른 언어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번역시 단어 대 단어를 번역하는 습관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행위’나 ‘상태’를 철저하게 구분해서 쓸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저자의 책은 한국인들이 잘못 학습하고 있는 방법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막연한 이론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영어 학습과 학습자들을 가르치면서 발견한 작은 오류들의 공통점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얻은 귀한 정보를 책 속에 잘 정리해 두었다. 특히, 문법 지식을 원어민 표현법으로 연결하라는 조언을 통해, 내 몸과 손이 조금 바빠진다. 영어의 규칙을 영어로 말하는 학습법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 토대 위에 원어민 표현법으로 좀 더 간결하고 쉽게 구사하는 문장과 어휘를 더 수정해야 함을 알 것 같다. 귀한 경험과 정보를 아낌없이 쏟아내 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하고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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