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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17. 2024

 하루 한 권 독서

[어른의 어휘력] - 유선경

‘수없이 쏟아내는 말들이 눈앞에 연기처럼 흘러나온다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한다. 긍정의 말은 하얀 연기로, 부정의 말은 까만 연기로, 에너지를 주는 말은 핑크빛으로, 희망을 주는 말은 푸른빛으로 그리고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말은 진한갈색으로. 눈에 보이는 그 효과로 가족과 또는 일하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내려놓을 것 같다. 


 저자는 30년 이상 매일 글을 써왔고, 1993년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다. 또한 일주일에 5권의 독서를 하는 애독가인 그녀의 언어 방에는 다양한 어휘가 빼곡하게 차있을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는 숲을 보는 글쓰기나 독서를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숲에 존재하는 나무 한 그루, 돌하나, 풀잎 하나하나를 생각하게 한다. 


 어휘를 안다는 것 외에, 관련된 어휘를 경험한다는 것은 말과 글의 농도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다. 말을 통해 주고받는 위안이나 상처가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많이 좌우한다. 

책은 ‘이래서 어휘력이 중요하다, 어휘력을 키우는 필수조건,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들 그리고 어휘를 만나는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깊이를 더해가는 책이다. 


 ‘인간의 삶은 타인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규정되며, 이런 상호작용은 주로 말을 통해 확립된다.’ 장폴 사르트르의 인용글을 보며, 며칠 전 말로 상처받은 일로 심난했던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10번 잘하다가도 1번 말실 수 하면, 그 잘한 10번은 사라지고 그 한번 실수에 집착하는 게 사람마음이다. 

어휘가 다채롭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든 필요할 때 적절하게 잘 골라내서 사용 할수 있다는 것 같다. 마음을 글로든 말로든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어휘 재산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2017년 국가 평생 교육 진흥원에 발표에 따르면, 22%의 한국 성인이 실질문맹 상태라고 한다. 문장의 뜻을 파악해 생활이나 업무에 적용하는 실질적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글자 자체를 알아보고 읽고 쓰는 능력은 높으나 실질문맹이 낮다는 것은 급격히 변해가는 세상에서 도태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시대에는 새로운 직업, 신기술등 학습을 수행하게 만드는 힘이 부족한 개개인들에게 안전망이 사라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휘력은 개념을 이해한다는 말인데, 어휘가 부족하다 보면 글에 지체 구간이 생기고, 늘어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말이나 글의 품위가 떨어진다는 저자의 말에 긴장감이 든다. 변화된 시대를 유연하게 살아남기 위해 읽어야 한다. 


인터넷 보급, 스마트폰 보급 99%로 세계 1위 지만, 독서량은 166등이라는 구문을 보면서 만약 독서량도 세계 상위권으로 들어간다면, 대한민국의 역량은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읽을수록 왜 읽고 살아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모든 일정 중에서 읽기가 생활의 우선순위가 되고, 그리고 습관이 됨을 알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유저가 똑똑해야 그 도구가 빛을 발산한다. 똑똑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유저의 뇌 성능이 좋아야 변화를 리더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언어의 한계는 상상과 인식의 한계이고, 나의 세상은 언어 한계만큼 작거나 크다는 소제목들이 인상 깊다. 어휘는 관성만큼 줄고, 관심만큼 는다는 말뿐만 아니라 새로운 어휘를 안다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아는 것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인간뿐 아니라 낱말하나도 소우주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표현법들을 보면서, 사용되지 않아 사라질 수 있는 어휘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순수 국어표현들을 생각보다 많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의식적으로 다양한 어휘를 쓰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책 속에 다양한 표현법 중 적어도 기억해 두고 일상에서 사용하고 싶은 표현들이다.


보람줄- 책에 붙어있고,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끼워 넣는 줄

발샅- 발가락 사이의 살

손거스러미- 손톱이 박힌 자리 주변에 살갗이 일어난 것

새물내- 빨래를 하여 이제 막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

서표-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두는 종이쪽지나 끈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기본 문장 쓰기부터 능숙하게 익히고, 문장 수집과 필사하기도 해 보는 것이다. 또한 글을 쓰되 쉽게 쓰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말한 대로 써라’라는 간결한 조언이다. 지나친 수식어를 용어로 돌려 보고, 문장에서 형용사나 부사를 걷어네라고 한다. 그 형용사의 유혹이 생각보다 진한데, 나의 글에서 형용사나 부사가 제법 등장한 것 같아 살짝 고민이 된다. 마치 옷 위에 걸치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하는 게 형용사나 부사다. 옷에 어울리는 딱 하나의 멋스러운 형용사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주렁주렁 매달린 액세서리가 전체 분위기를 깨듯이 글 또한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같은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는데 저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같은 틀 만드는 연습을 해보는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어휘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부지런히 해야겠다. 새로운 영단어를 기억하듯이 한글 또한 부지런히 사전 찾고 기억해 두고 써두어야겠다. 또한 생각들을 새롭게 표현해 보는 연습으로 무미건조한 일상에 리듬감을 넣어야겠다. 저자처럼 기억하고 싶은 인용구 말들을 따로 정리해서 언제든 글에 응용할 수 있도록 엑셀파일을 만들었다. 알고는 있었는데, 직접 실천할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1년 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삶을 나는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어휘들을 기꺼이 만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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