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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22. 2024

하루  한 권 독서

[다국어 동시 말하기 유대인을 넘다]- 진기석, 김현수

목표의 크기가 해내는 크기를 좌우한다. 영어 하나도 버거운데 다국어로 목표를 잡을 때 영어라는 그 한 녀석은 너끈하게 들어 올리기 쉽지 않을까. 저자들의 <미라클 영어 코칭>을 읽었을 때 쉽고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가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공감이 많이 갔었다. 이번 책은 7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저자들이 특허 낸 방법으로 다국어를 지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와  모국어를 배우듯이 어른 또한 그 방법을 따라 한다면 어떤 언어도 쉽게 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라클 영어 코칭>처럼 이야기 식으로 전개되어 있어 읽어나가기가 쉽다. 


 세계인구의 80%가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세 언어를 말할 수 있다면 세계는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라 지구촌이라는 친숙한 공간이 될 것 같다. 

언어는 지식이 아닌 생명의 표현이다. 언어가 지식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은 지식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언어는 지식이 아니라 소통의 도구이자 생명의 표현이다. 한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영혼이 우리 안에 자리 잡는다는 뜻이다. 바라보는 눈의 위치를 바꿔야 한다. 세상과 사람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도구가 언어라는 저자들의 생각이 걸어 들어온다. 각기 다른 언어로 쓰인 책들을 읽어낼 수 있다면 생각의 폭이 우주를 닮게 될 것 같다. 언어 자체가 사람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저자들의 의견에 당연 공감이 된다.


 책의 핵심은 유아들이 모국어를 배우듯이 언어를 배워보자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의 비난에 신경 쓰지 않고, 남의 말을 무조건 따라 해 보는 용기와 같은 말을 반복해도 지루해하지 않을 그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다. 배운다는 ‘학學’이 아니라 습득하는 ‘습習’의 능력을 키우는데 중심을 둔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소리로 리듬 읽기 방식의 말하기 중심의 언어 습득이 필요하다. 


 씨앗이 되는 단어와 문장을 1만 번 말하면서 동시에 3개 국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50개 단어와 20개 문장에서 시작해 300 단어 말하고 100 문장 말하기를 80일에서 90일 동안 반복할 때 시냅스가 형성되어 언어의 씨앗이 심어진다는 것이다. 외우려 하지 말고 큰소리와 리듬을 가지고 읽고 난 후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습 후 몇 개나 기억하는지 스스로 점검해 본다. 사람은 누가 시키는 일보다 자발적으로 일할 때 더 생산적이다. 뇌도 외우라고 시킨다면 거부감이 든다. 대신 매활동마다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때 뇌는 스스로 중요도를 인식하게 되어 더 많이 기억하려는 자발적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말고 말하도록 코칭하라는 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유대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히브리어, 이디 쉬어, 영어를 8세 전에 습득하는 힘을 키워 준다고 한다. 우리 또한 다국어 학습 방법을 취학 전 아이들에게 시도해 봐야 한다. 언어의 힘이 곧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유대인 엄마들은 알고 있다. 다국어 습득을 통해 ‘익힘의 능력’을 심어주는 게 핵심 같다. 아시아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우리가, 습득의 힘을 아이들에게 줄 때, 미래의 우리 역사는 분명 달라질 것 같다. 저자들이 각 유아 교육기관을 방문해 다국어 교육 방법을 지도하고, 교사가 지도아래 아이들이 다국어로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정약용 선생님의 <아학편>은 언어 교육에 대한 핵심을 담고 있었기에 후일 지석영 선생님이 외국어 교재의 편저와 보급을 위해 다국어 교육을 대중화하려는 의도로 그 책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놀랍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소리 위주의 스마트한 언어 교육이 일본처럼 독해와 문법 중심으로 죽은 언어교육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몸을 리듬감 있게 흔들면서 천자문을 소리 내서 읽던 우리 조상들의 교육법이 옳았던 것이다. 몸을 일정 리듬에 맞춰 움직이면 심장 혈액 순환이 2~3배가 빨라지고 산소 공급이 좋아져, 뇌에 혈액과 산소 공급이 더 되어 생산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모방과 익힘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우뇌는 좌뇌 보다 1000배 기억용략, 400배 독지력, 300배의 연산력 그리고 1000배의 정보 처리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뇌의 수십 가지의 정보가 좌뇌 쪽 운동 신경 근처에 있는 브로카 영역(말하는 뇌)을 통해 발화된다. 아이들은 우뇌로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서서히 배운 말을 브로카 영역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라면서 우뇌와 좌뇌를 연결해 주는 뇌량이 늘어나면서 언어를 분석하고 논리와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로 받아들이는 패턴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뇌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좌뇌로 표현해 보려는 본능을 가진 아이들을 절대로 어른의 뇌처럼 이해하고 외우지 않게 해야 한다.

 모방을 좋아하는 거울 뉴런이 브로카 영역에 겹쳐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우뇌로 받아들인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잘 배우는 것이다. 모방과 익힘의 과정을 거치면서 운동 신경 세포를 기억 세포로 저장하게 만들어 익힘의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년 동안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해오고 있지만, 더 많이 공부하고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농부가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아이들의 뇌에 언어의 씨앗을 심어 주기 위한 더 구체적 방법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자들 덕분에.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뱉어내기 위해서는 7000번에서 2만 번의 옹알이 이후이고, 극소한 말을 익히지만 어느 순간 폭발적 언어성장의 기적을 이루어 낸다. 저자들의 말처럼 ‘빠른 속도로 큰소리로 리듬 읽기’를 1만 번 했을 때 아이들처럼 그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7세 후반부터 브로카 영역(말하는 뇌)이 베르니케 영역(이해되는 뇌)과 연결되면 이론과 실제가 하나로 일치되면서 언어의 폭발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고도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이 많아지면서 암묵적 지식(무의식 영역에 있는 지식)이 올라가는 것이다. 


 입과 몸으로 직접 익히도록 도와주면 그 자체가 놀이가 되면서 규칙과 요령이 생긴다고 한다. 말과 놀이 활동이 연결되도록 도울 때 익힘의 즐거움이 자리를 잡을 것이고, 다국어 동시 학습을 통해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많은 아이들을 길러 낼 수 있을 것 같다. 배움은 즐거운 것이고, 그것을 익히는 방법을 알고 있을 때 드디어 우리는 더 온전하게 삶을 누리고, 리드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게을리해왔던 스페인어를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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