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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24. 2024

하루 한 권 독서

[나는 쓸수록 내가 된다]- 손화진


일상에서 만나는 감정과 생각들은 향기처럼 잠깐 머물다가 사라진다. 그 사라지는 향기를 영원으로 잡아둘 수 있는 것이 글쓰기 같다. 1년 전 나는 무엇을 생각했고, 5년 전 나는 삶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글쓰기다. 


대중문화 기자인 손화진 작가는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말을 주제로 글을 써서 금상을 수상한 사람이다. 쓰는 삶이 개인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 중 '글을 쓸수록 삶의 무게 중심이 잡힌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다. 흔들리지 않으면 꺾일 수 있다. 그러나 흔들리더라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이 필요하다. 그 무게 중심을 주는 게 글쓰기다. 


 ‘펜을 든 자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영화 <콜레트>의 명대사는 저자의 생각을 보여준다. “펜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그 펜을 든 사람을 먼저 바꾼다. 쓰는 내가 글을 짓는 줄만 알았는데, 쓰는 만큼 글로 나를 창조했다. 씀으로써 나는 세상에서 오직 유일한 ‘나’가 됐다.”


 책은 ‘쓸수록 내가 되었다’, ‘내 안이 텅 빈 것 같아서’, ‘불안과 공허의 안개를 헤치고’, ‘글 쓰듯 살 수 있다면’, 그리고 ‘쓸수록 당신이 되기를’이라는 주제로 쓰기 예찬의 글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각기 다름의 빛깔을 발산한다. 쓰지 않고 사는 삶은 생각하고 살지 않는 삶과 같을 것 같다. 잘 쓰기 위해서는 각기 서로 다른 나의 얼굴과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넓은 아량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간결하게 쓰기를 저자는 권유한다. 간결하게 쓰기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마치 엄마의 잔소리처럼 같은 이야기를 줄줄이 말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삶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나만의 오답노트를 죽기 전까지 멈추지 않고 쓸 것이다.’ 오답 노트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매일 처음 살아보는 인생에서 실수를 피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그녀처럼 오답노트를 기록해 둔다면, 실수는 우리 의식의 성장을 돕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 같다.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인생에서 필요한 성품을 수첩에 적어두고 매일 실천하고 기록하지는 못해도, 간헐적으로 오답노트를 기록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그와 닮은 인품을 갖게 될 것 같다. 


 ‘쓴다’는 것에 대한 그녀만의 생각이 좋다. 쓴다는 것은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며,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주체의 일이라는 것이다. 초등 5학년때 친구의 원고지로 글쓰기를 시작해서 상을 받아시작된 그녀의 글쓰기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녀의 말처럼 내가 사는 방식이 내가 쓰는 방식이라는 말처럼 그녀의 삶은 쓰기와 함께한 생활이다. 걷기와 쓰기를 통해 흔들리는 자신을 잘 지켜낸 그녀는 오늘도 나와 다른 공간에서 그녀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것 같다. 


 경험과 노하우가 재산이 아니라 ‘감정’이 재산이라는 그녀만의 시각을 배운다. 긍정이란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정의도 공감이 간다. ‘팩트 체크 글쓰기’를 통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감정과 내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며 관계를 맺고 실존의 대상이 될 때 우리는 삶을 마음껏 누리는 넉넉한 마음의 폭을 갖게 될 것이다. 


 나를 사랑하라는 표현보다는 나에게 친절하라는 표현도 실천하기 한결 쉽고 구체적이다. 글쓰기에 진심을 담아 차를 우려내듯이 쓰라는 저자는 여러 조언을 아낌없이 내준다. 착하기만 한 글은 모가 나지 않은 둥근 원처럼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의 글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저기 모가 난 글이지만 황홀한 빛줄기들은 모서리 모서리마다 피어난다는 말도 인상 깊다. 착하다의 반대말이 뾰족하다는 정의가 기자다운 생각 같다. 


 ‘안팎으로 가난한 내게는 오직 배불리 먹어둔 언어 말고는 내어 줄 것이 없으므로, 나는 말과 글로 다른 사람들에게 귀한 것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쓰는 삶을 통한 그녀의 꿈이 더욱 크게 펼쳐지기를 바라 본다. 


 쓰는 삶을 습관으로 가지기 위한 조언도 실용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쓰기와 연결해 보는 지혜가 습관의 열매를 맺게 해 줄 것 같다. 에세이, 소설, 일기가 아니라 편지형식으로 써보라는 것 또한 공감이 된다. 글을 쓰면서 타인과 말하듯 쓰는 느낌으로 가장 적합한 게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느낌으로 쓸 때 조금 더 쉽게 써나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쓰고 난 후 다듬는 과정을 흔히, 수정할수록 멋진 글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은 유한하고 문장은 무한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자신만의 데드라인을 만들라는 조언도 값지다. ‘무한한 세계에 빠져서 유항한 세계를 지나치게 탕진해서는 곤란하다.’


읽고 생각하고, 느끼고 그리고 그 감정들을 정성스럽게 담아내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쓰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일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증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써야 산다. 아니 써야 제대로 산다라는 표현이 떠 오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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