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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y 24. 2024

하루 한 권 독서

[말이 힘이 될 때]- 최동석

잘 들리는 말보다 가슴에 남는 말을 남긴 적이 있던가? 성급하게 마구 쏟아낸 말들이 마치 길거리의 쓰레기처럼 그 누군가의 삶을 어지럽힌 적이 있던가. 잘 말하는 일이 업인 아나운서 최동석이 들려주는 말하기를 위한 철학책이다. 그의 진솔하고 단아한 표현들이 마음에 와닿다. 독자들의 시간을 잡아먹지 않고, 의미 있는 내용으로 글을 써내려 가고 싶다던 그의 바람이 잘 이루어진 책이다. 


 책은 적절하게 말하는 법, 힘이 되는 다정한 말 그리고 말이 빛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보의 왜곡 없이 진실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나운서라는 그의 신념이 KBS 입사를 허락받은 것이다. 그가 입사 시험에 답했던 루벤스의 그림 ‘노인과 여인’이라는 명화를 통해 아나운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잘 어필한 것 같다. 여인의 젖을 먹고 있는 노인의 그림을 보고, 왜설스럽다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그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평생 투사로 살아온 노인에게 ‘아사(굶어 죽는 벌)’라는 형이 내려지고, 음식을 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갖 출산을 했던 딸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젓을 물리는 그림이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림으로 재 탄생이 된다. 


 대화의 스킬로 말의 톤은 그 역할이 크다. 하이톤은 경쾌한 리듬감을 주며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반면, 낮은 톤의 말은 신뢰감을 준다. 상황에 따라 말의 톤 높이를 오디오의 볼륨처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함을 알 것 같다. 대화 시 오가는 질문에서 그 본질을 알고 대답할 수 있는 노력 또한 말이 힘이 되는 방법 같다. 아나운서로서 겪었던 경험들을 토대로 섣부른 예단의 말을 하지 않아야 됨을 보여준다. 


 말실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말을 적게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 칭찬이든 비난이든 삼가하는 것이다.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자신이 할 말을 미리 써보는 노력을 곁들인다면, 말로 쏟아내는 실수가 없어질 것 같다. 

입을 통해 마구 뿜어진 수증기는 공기 중에 흩어져 이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으나, 많은 양이 모이고 모여 구름이 되면, 끝내 비를 뿌리게 될 수도 있다.


 소중한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우리는 말로 상처 주는 경우가 잦다. 뇌과학자 정재승이 들려주는 뇌의 원리가 공감이 간다. 자신을 인식하는 뇌의 영영과 나와 가까운 가족을 인식하는 뇌의 영역은 타인을 인식하는 영역보다 훨씬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을 자신처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해 함부로 말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타인을 ‘통제의 대상’으로 착각하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분명한 선이 필요함을 알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우선이다. 그런 마음이 경청을 부르고, 상대의 말에 반응이 쉽게 나오며,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감정은 날이 선 생명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아이 훈육에 있어서도 중요한 핵심을 이야기한다. 타인 앞에서 혼내지 말고, 처벌 시 감정을 배제하고 담백하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부모의 이성적 힘이 필요하다. 훈육 시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상대가 합당한 사유와 절차대로 이루어졌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타인과 소통을 잘하기 위한 방법도 도움이 된다. 대화의 매듭을 질문으로 끝낼 때 소통의 오류가 줄어든다. 대화 후 당신이 하려던 말이 ‘000’ 맞죠라고 되물어 보는 것이다. 칼날이 아닌 솜사탕 같은 말을 구사하려는 의지도 물론 필요하다. 영국에서 저자가 횡단보도를 걷다가 다가오는 차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날 뻔했다고 한다. 방향이 우리와 반대이다 보니 당연 보행자가 봐야 하는 곳이 다르다. 위험했던 그 상황을 보고 있던, 길 가던 노인이 비난하기보다는 ‘이봐 젊은이! 자네는 죽기에는 아직 젊다고!’라는 위트 있는 말이 기억에 남는 건 당연하다. 


 타인과 소통을 잘하기 위한 마음 가짐으로 ‘온전히 들을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표현도 기억해 두어야겠다. 또한 내 생각과 판단을 절제하고 상대의 시선과 시간을 귀 기울여 듣는 고도의 절제가 경청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의견에도 공감이 간다. 온전히 듣기 위해 내 말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작은 노력이 모이면, 분명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만한 곳이 된다.’


 말을 잘해 자신의 품격을 높인 리더들의 예도 설득력이 있다. 내용의 충실함과 구조적 안정감을 최대로 활용했던 전 미국 대통령의 오바마의 연설은 훌륭한 리더의 말로 잘 알려져 있다. ‘비유’와 ‘함축’을 통해 의미 전달의 명확성을 보여준 손학규 의원의 ‘저녁이 있는 삶’ 또한 한마디 말에 많은 것을 담아낸 힘을 가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건드린 함축적 표현은 그 어떤 장황한 말보다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위트 있는 비유적 표현은 생각이 다른 사람 까지도 거부감 없이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장인의 좌익활동으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진실하고 직선 적인 화법, ‘장인이 좌익 활동을 했다고 아내와 이혼해야 합니까?’라는 표현은 말의 힘을 보여 준다. 영국 처칠 수상의 짧지만 강한 메시지 ‘Never give in 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표현은 명언이 되어 여전히 회자되어지고 있다. ‘거울 신경’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방송인 유재석의 ‘미러링 기법’의 가장 큰 힘은 말을 하는 사람이 '나에게 집중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자신의 말을 관찰하고, 발성과 발음을 점검하면서 말하는 습관이 세련된 언어 구사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말은 의식을 지배한다. 또 말이 그 사람이라는 저자의 말이다.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이해와 사용도 도움이 된다. 아기를 볼 때 고개를 조금 갸우뚱하게 되는데 이는 목의 경동맥을 드러내면서 ‘나는 당신을 경계하지 않아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중력을 거스르면서 눈썹이나 두 손을 드는 행위는 ‘내가 에너지를 써가며 당신을 반기는 거 예요'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말이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중요한 것은 내 생활 속으로 어떻게 실천해 좋은 습관으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 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내 의지대로 바꾸고자 하는 지배의식과 이별해야겠다. 말!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격려와 위로가 되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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