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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신의 문장술]- 후이코 후미오

by 조윤효

사는 게 쓰는 일과 닮아 있다. 하얀 종이 위에 생각 없이 써내려 가다 보면 가끔 좋은 문장도 나오고, 예상치 않았던 부조화 스런 문장들로 당혹스럽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구문들이 있는가 하면, 도통 막힌 도로처럼 답답하게 기어가는 문장들이 꼭 인생길 같다.


20년 동안 글과 함께 삶을 써 내려간 저자 후이코 후미오가 들려주는 쓰기 예찬은 설득력이 강하다. 읽으면서 그가 제시한 방식을 바로 따라 해 보았다. 한마디로 나에게 일어나는 고민들을 글로 쏟아내고 깔끔하게 지워 버리는 것이다. 감정을 글로 내려 두면, 자신 안의 고민들이 정리가 되고, 쓰고 버리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지 않아 솔직하게 써내려 갈 수 있다. 솔직한 글은 다 토해낸 말처럼 뒤끝이 남지 않을 것이다.


서른 쯤부터 시작된 저자의 글쓰기로 본 효과는 누구나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속적으로 쓰고 버린 글들을 습관화 하자 마음먹은 대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쓰고 버리니 인생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평범했던 셀러리 맨이 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갖게 되었고, 글로써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며, 자신의 일에서도 더 큰 성취를 얻은 경험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걸으면서 사색하기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쓰는 길이 닮아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가 좀 더 지름길 같은 느낌이 든다.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형식에 맞지 않게 마음대로 써보는 자유를 느낄 때 단연 스스로 자기를 이끄는 힘이 강해질 것 같다.


책은 인생을 바꾼 글쓰기, 글을 쓰자 생각이 명료해지고 쓰기가 인생의 나침반이 된 경험을 이야기한다. 쓰면서 생길 수 있는 장애물과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 그리고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방법까지 이야기한다. 책의 후반부는 ‘잼아저씨의 글쓰기 수업’이라는 이야기로 쓰기를 통해 삶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명확할 때 실천하게 된다. 쓸 때 고민이 가능성으로 변하고, 해소된 경험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쓰는 과정을 통해 과거를 보는 눈이 생기고, 인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명확해지면서 고민을 대하는 방식도 변한다는 것이다. 쓰기가 인생 훈련임을 알 것 같다. 쓴 글을 남기지 않는다는 조건이 바로 쓰기에 자유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손을 움직이면서 쓰는 활동이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보는 방법을 알게 해 준다.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글감’이 축적되는 경험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쓰자 나와 세상의 거리와 관계가 명확하게 의식되었다고 한다. 매일 일어나는 사고와 감정을 언어로 바꾸어 써보면, 정리 안된 서재의 책들을 책꽂이에 나란히 정렬해 두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왜 쓰는지를 알때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 매일 자신의 감정을 써보는 활동을 통해 작은 발견의 연속이 되는 일상을 만들 수 있고, 이로 인해 극복의 경험들이 쌓여 실패에도 마음이 경직되지 않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기 습관을 들이면 될까? 저자의 권유처럼 트리거(trigger) 의식을 만드어 보는 것이다. 매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의 활동에 쓰기를 꼬리처럼 연결해 보는 것이다. ‘글쓰기’는 개인적이고 고독한 일로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활동이다. 쓰기의 장점 중 하나가 정보가 숙성이 된다. 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 생각, 의견, 감정이 말로 바뀌면서, 언어가 취사선택이 되고, 사고의 해상도가 올라간다 하니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안에 있는 이야기를 쓰되, 싫어 하는 것, 흥미가 없는 것 까지도 써보라고 권유한다. 같은 주제로 글을 썼다면, 다시 쓸 때는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써보기를 추천한다.


고민을 줄인다는 목적을 가지고 온 힘을 다해 쓰고 버린다면 진짜 고민과 가짜 고민이 드러나게 된다. 고민의 계기, 결과 그리고 영향을 글로 쓰고 버리면 어느 순간 그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글을 쓰면, 고민이 말로 분해 된다.’


글쓰기의 역할은 자신에게 설명의 책임을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스스로 납득하고 몰두하게 되어 배움의 효과까지 커진다. 글로 의식에 입력하고, 작고 좋은 것이 쌓여 인생이 충만해지는 원리다. 본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은 쓰기를 통해 그 차이가 드러나고,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인 쓰기는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인생을 디자인하는 힘을 주는 것이다.


타인과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맞대면하다 보면 자기 안에서 쓰고 싶은 것과 써야 할 것이 보이게 바련이다. 그것이 자신만의 이야기 재료가 된다.’

쓰기를 하다 보면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쓰기의 소재로 보는 힘이 생겨 그 환경을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배움을 극대화하는 사고법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평상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발생하고, 자신이 개척해 온 길이 자신에게는 가장 빠른 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이든 정체를 알면 두려워할 게 없다는 말처럼 삶을 쓰다 보면 그 돌아가는 패턴이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거나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써야 한다. 1인 독자인 자신의 삶을 자신의 말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삶을 달라지게 할 것 같다. ‘결국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주는 것은 카리스마 있는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그 지점까지 걸어온 자신의 발자국이다.’


‘큰 이야기를 하려고 의식하면 저절로 자신의 인생을 큰 이야기가 나올 만한 것으로 만들려는 의식이 작용하고, 다양한 것을 흡수하는 의식이 생겨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인생이 잘 안 풀리는 사람은 그 생활 속에 이야기가 압도적을 부족하다.’


인생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바꾸는 것’이라는 것을 저자는 보여 준다. ‘종이에 써서 남기면 한눈에 위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조감하듯이 바라봄으로써 자기 사고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머릿속에서만 하는 생각이 어설프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생각과 고민을 1인 독자인 나를 위해 써보는 루틴을 만들어 냈다. 아이패드 노트 난에 마음껏 쓰고 과감하게 지우다 보니 왠지 모를 자유가 느껴진다. 나를 위한 글을 쓰고 날려 버리면서 잡념의 폭이 줄어들고,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책이 스승이다. 저자 덕분에 삶에 유용한 지혜를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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