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인간 해석]- 서보경

by 조윤효

인간을 해석한다는 책 제목이 독특한 관심을 갖게 한다. 가장 친숙하고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의외로 발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모를 수 있다. 흔히들 인문학을 읽어야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삶의 지혜를 갖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인문학이 인간의 깊은 속성을 알려 주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사랑받는 필독서가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중요한 단서는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을 읽고 내면 욕구를 채워주고, 인간의 편리함을 돕기 위해 산업의 구조가 변하듯이 모든 산업의 수요는 인간의 본질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서로 정보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SNS가 발달한 요즘 같은 세대에도 사람과 대면해야 한다.


세월이 지나도 인간의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에 세상이 변해도 인간사의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서두글에 공감이 간다. 인간의 본질이 사회, 가정, 개인의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면서도, 심도 있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는다. 눈앞의 현상을 쫓기 바쁜 현대인에게 인간 본질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자 글을 쓴 저자의 의도가 충분한 목적을 달성할 것 같다.

책은 변하지 않은 인간, 변하지 않은 세상, 변하지 않는 관계 그리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변하지 않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생존 본능이다. 개인의 생존을 위해 사회 무리 속에서 배제당하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많다.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외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정서 불안이나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죽기 살기로 악성 댓글을 단다고 한다.


말은 거짓말을 해도, 우리의 몸은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 예로, 미국의 성폭행자가 말로는 자신이 성폭행 장소가 아닌 방향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의 손짓은 그 장소롤 가리켜 범인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몸의 신호를 읽는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자시의 마음상태를 알아차리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비언어적 요소를 깊게 관찰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고 하니, 실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의 탐욕은 영원하다.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 ‘현재에 만족한다’라고 합리화하는 것을 ‘나는 탐욕이 없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타인과 내가 가진 탐욕을 인정하고 바라볼 때,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인간 손실 회피 성향을 이용한 기업의 마케팅은 흔한 일화다. 우선 구입한 후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바로 환불 가능하다는 홈쇼핑의 속삭임은 한번 구입한 상품을 다시 반품할 때 손실을 겪는 듯한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한 전략이다.


이성을 내려놓고, 단 하루 라도 마음의 울림에만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라는 저자의 조언을 실천해 봐야겠다. 자신의 본성을 잘 알아야 타인의 본성도 이해가 되고,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내면 속에 먼지처럼 쌓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 속으로 훌훌 날려버리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변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과거를 담고 있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과거부터 반복되는 인간사는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과거와 이어진 오늘, 오늘과 이어진 내일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대형 참사의 원인도 타당하다. 큰 사고 전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나타난다고 하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조금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때 더 큰 사고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양국화 현상은 존재한다. 또한 나라 간의 또는 권력층 간의 다툼으로 다수의 국민 등이 터진다. 변하지 않은 시대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40%가 1인 가구인 초 개인주의 사회라고 한다. 삶의 초점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생각할 때 고독사는 사라질 것 간다. 세상은 변해도 여전히 전쟁이 있고, 범죄가 있다.


짧은 영상을 선호할수록, 앞뒤 맥락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사고력을 약화시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는 말에 긴장감이 든다. 유독 짧게 지나가는 인스타가 자꾸 생활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자제가 필요하다.


사회 속에서 무리를 짓고 사는 인간은 여전히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신조어인 관태기(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피로를 느끼는 상태)는 상대와의 관계가 살짝 틀어지기만 해도 손절을 하는 현상이 생기게 된 것 같다. ‘인간은 셈하는 대상이 아니라 품어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저자의 말을 깊이 새겨 본다.


일상에서 70~80%가 무의시적 결정이라고 한다. 원시 시대부터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음식이 없을 때를 대비해 왔다. 에너지의 20~25%를 소비하는 뇌를 수시로 사용하기보다는 평상시에는 절전 모드로 사용하고 있다. 서로의 오해가 깊어질 때, 절전 모드 상태인 뇌로 인한 현상일 수 있다는 것만 알아도 마음의 장벽을 낮추어 줄 것이다.


부부관계든 연인 관계든 의도가 지나치면 도리어 관계가 틀어지는 ‘과잉의도’도 경계해야 한다. 갈등은 늘 일어나는 인간사의 한 면이지만, 둘 중 한 명이라도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질 때, 일상의 거친 파도는 잔잔한 파도가 되어 줄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사람은 없다. 쥐똥만큼 감사한 일에도 의식적으로 말하면, 습관이 되어 나중에는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감사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관계의 핵심이 이해가 아니라 인정이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데 남는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 나다’는 인정을 가질 때 수습할 수 있는 영역과 수습할 수 없는 영역의 구분이 뚜렷해질 것 같다. 두려울수록 본질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값지다. 현혹되기 시윈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중심을 잡고 살기가 어렵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언행, 습관, 생각, 생활 방식이 관성이 되고, 그 관성은 나이가 들수록 깨기 어렵다. 그 수십 년의 관성을 깨기 위해 1년의 노력으로 쉽게 이룰 수 있다는 조급함을 내려 두어야 함을 알 것 같다.


성인이 되어도 사춘기가 계속된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며, 사회적 지위가 변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관도 업그레이드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전의 가치관이 조금씩 균열이 생겨 내적 갈등이 극에 달해 폭발이 되는 게 당연하다. 그 균열의 흔들림이 당연하다고 인정할 때 마음의 평화는 손안에 든 선물이 될 것 같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이해하는 일이 자신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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