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The Lemonade War]- Jacqueling Davies

by 조윤효

가족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모전은 마치 파도와 같다.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함을 줄 때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말과 상황으로 거친 물결이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한다. 장마가 다가올 때쯤 밤바닷가를 걸어 보았다. 맨발에 닿는 물결과 성난듯한 파도가 물밀듯이 쫓아 오다가 사라지는 광경은 마치 사람의 감정을 닮은 듯했다. 가끔씩 거친 파도처럼 밀려드는 갈등을 이렇게 조용하게 봐라만 봐도 언제 그랬냐듯이 사라질 것이다. 책은 남매의 갈등이 서서히 고조되다가 결국, 조용하게 가라앉는 과정을 보여준다.


싱글맘아래에서 남매, Evan과 Jessie는 사이가 꽤 좋은 관계다. 부모님이 심하게 다투시던 날 남매는 집밖으로 나와 서로를 조용하게 위로한다. 아빠는 그들 삶에서 떠나고, 엄마와 살면서 서로를 위하는 관계가 된 것 같다.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이들 집에 도착한 학교에서 온 편지 한 통으로 조용한 갈등은 시작된다. 수학을 잘하는 여동생 제시는 3학년이 아니라 바로 4학년 수업을, 오빠 애반과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빠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다는 기쁨을 갖는 제시와는 달리 애반은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오빠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제시는 오빠의 달라진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애반이 레모레이드를 팔기 위해 친구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제시는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무시당한다. 결국, 제시도 스스로 레모네이드를 팔기로 결심하게 되고, 남매는 5일 동안 레모네이드를 누가 더 많이 파는지 내기를 하게 된다. 일요일 저녁까지 100달러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번 돈을 이긴 사람에게 주기로 한다. 그리고 시작된 레모네이드 팔기 게임은 두 사람 모두를 분주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만든 레모네이드를 사서 마시는 자연스러운 동네 분위기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제시는 애반에게 관심이 있는 4학년인 Megan을 자신의 동업자로 선택해 다양한 방법으로 레몬에이드를 팔았고, 각자의 목으로 104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일요일 하루는 매간 가족과 해변으로 놀러 가기로 결정한다. 제시는 자신과 애반 중 누가 더 많은 돈을 벌었는지 몰래 오빠의 방에 들어가 돈을 세어 본다. 애반이 자신보다 몇 센트를 더 벌게 된 것을 알았고, 일요일에 자신이 놀러 간 사이에 오빠는 더 많은 돈을 벌 것을 두려워한 제시는 애반의 레모네이드 통에 날파리를 잔뜩 넣어 둔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는 제시는 매간과 함께 간 바닷가를 즐길 수 없다. 한편, 일요일에 더 많은 레모네이드를 팔기 위해 자신이 모은 돈의 40%로 레몬을 구입해 팔러 나갔던 애반은 날파리가 잔뜩 낀 레모네이드를 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제시가 일부러 자신의 레모네이드에 벌레를 넣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애반은 제시방에 들어가 그녀가 번 돈을 확인한다. 제시가 돈을 벌어 동물 구조대에 기부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메간이 그녀의 돈까지 제시에게 주어, 208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애반은 몰래 돈을 가지고 나온다. 이번에도 동생에게 졌다는 열등감과 자신의 레모네이드에 벌레를 넣은 동생에 대한 미움으로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숨긴다.


애반은 동네 친구들과 놀다가 친구의 집에서 수영을 하게 되고, 벗어둔 그의 옷에서 친구 스캇이 돈을 훔쳐가 버린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제시는 자신의 돈이 아니라 애반이 넣어둔 60달러를 보게 되고, 남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애반이 제시의 돈을 잃어버린 후 자신의 돈을 동생의 상자에 넣어두고, 게임에서 자신이 졌다고 승복한다. 화를 냈던 제시는 오빠에게 사과하고, 메간이 준 돈은 자신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게임은 자신이 아니라 애반이 이겼다고 이야기해 준다. 오빠 또한 서로 비긴 게임이라는 말로 다시 남매의 갈등이 조용하게 가라앉는다.


울면서 오빠와의 갈등을 이야기했던 제시를 위해 엄마는 일요일 저녁 폭죽행사를 함께 보자고 제안했지만, 남매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과정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하게 베란다에서 그들을 기다린다. 남매는 서로에게 사과하게 되고,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제시는 그제야 오빠가 수학을 못하는 것을 동생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생이 오빠보다 더 잘하는 아이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오빠의 우울함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폭죽이 터지는 장면을 함께 본다. 아이들 간의 갈등이지만, 엄마는 그들 스스로 잘 풀어 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배운다. 작은 갈등을 겪으면서 화해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까지를 서서히 알게 되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문장들과 잔잔한 내용의 이야기가 잘 어울린다. ‘Whaddya’라는 표현은 ‘What do you’의 줄임말로 책을 쓸데 때도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표현이다. 월반하는 제시를 보고, 애반의 친구 스캇의 질투 섞인 말이 귀엽다.

‘It`s like you miss a year of your life. It`s like you`re gonna die a whole year earlier than the rest of us because you never had third grade. 인생의 1년을 놓치는 거야. 넌 3학년을 한 번도 안 해 봐서 우리보다 1년이나 일찍 죽을 거야. ’


책은 제시의 대사로 끝난다. ‘Hey, I`ve got an idea. About getting Megan`s money back. 매간의 돈을 어떻게 돌려받을지 좋은 생각이 났어.’ 중간중간 레모네이드를 팔면서 남을 수 있는 이익 금을 수학으로 척척 풀어내는 제시가 어떻게 돈을 돌려받을 지에 대한 묘한 궁금증을 갖게 하면서 책은 끝난다.


어릴 적 동생과 오빠와 말다툼을 했던 기억이 있지만, 잔잔해진 파도에서 그 전의 출렁이던 파도의 존재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 간의 바닷가는 잔잔하다. 살아가면서 어떤 파도가 넘실 데어 넘어 올진 모르겠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용하게 기다려 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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