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비즈니스]- 박경수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젊은 세대의 부양비 급등 같은 사회적 문제라는 회색 코뿔소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을 때, 느닷없이 코로나라는 검은 백조가 나타났다. 저자의 책에서 인용된 회색 코뿔소와 검은 백조는 앞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트렌드 분석가이고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는 코로나라는 검은 백조의 출현으로 변한 사회를 명확하게 해석 해준다.
‘우리는 항상 위기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그래서 이런 위기에 항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회색 코뿔소만 보지 말고 어디선가 튀어나올 수 있는 검은 백조에 집중해야 한다.’
100년 역사의 전통을 자랑했던 백화점이 파산하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다는 자부심 어린 브로태니커 백과사전도 존재 가치가 떨어진 세상이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또 다른 세계는 빠르게 오프라인의 거인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기존에 가졌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사라질 위기를 맞이할 거라는 예견을 한다. 능동적 타성(기업이 변화에 대응하지만, 그 대응이 실질적 효과가 없는 기존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음을 알려 준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화는 가속이 붙었고, 개개인의 독특한 삶을 드러내는 취향 문화가 생겼으며, 구독과 팬덤, 인풀루엔서 문화가 중심이 되어 디지털 세상이 이미 펼쳐졌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내 삶과 일에 어떤 변화를 주고, 그리고 나는 어떤 주도성으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지금의 이상 기류 같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위기의 포지션에 서 있을지 아니면 기회의 포지션에 서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사회의 변화를 관망의 눈으로 예리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의 파도가 거칠게 몰려와도 그 파도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라는 검은 백조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 무인 가게가 늘어나고 있고,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 마트에 사람을 대체한 기계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또한 낯설지 않을 풍경으로 곧 자리 잡을 것 같다. 앨빈 토블러의 <미래 쇼크>에서 말하여 듯이 미래가 앞당기게 도래 함으로써 일어나는 현기증 나는 방향 감각의 상실이 일어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할 때 결과만 봐서는 안되고, 그 과정을 봐야 한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생각할 수 있는 미래와 생각할 수 없는 미래가 있다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생각할 수 없는 미래에 집중할 때 남과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시키는 콘텐츠인 YOLO(You only live once)족이 온라인 속에서 그들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시대다. 네가 아닌 나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있어 취향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라는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세대는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 세대다.
집안에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홈스마트 시대로 급변하게 된 것 또한 검은 백조의 출현으로 가속이 붙었다. 소비의 중심이 집으로 옮겨졌고, 집은 다양한 활동의 중심 공간이 되었다. 즐겁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사 노동의 ‘자동화’라는 인식이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간편식의 급격한 성장이 그 한 예이다. 코로나 블루 같은 우울증은 마음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온라인 속 요가나 명상 같은 채널은 수만 명의 구독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기업은 개개인에 맞는 빅데이터를 필수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제품 판매의 핵심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서히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 누구나 먹는 영양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혈액이나 개인 설문 조사를 통해 각가의 식습관에 따라 부족하기 쉬운 개별화된 영양제를 공급한다는 생각은 획기적이다.
디지털 교과서인 에듀 테크 시장은 코로나 이후 크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다. 온라인 속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몰입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하는 시대다.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짐으로써, 교사는 이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지식 촉진자, 동기 부여자, 상담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학위가 커리어를 높이는 유일한 시대가 아니라 디지털 러닝 경험을 통해 자격증, 배지, 지식 화폐가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직장인이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샐러던트(Saladent)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온라인 속에서 짧게 그리고 쉽게 정리된 지식들이 돈이 되는 시대가 지금의 시대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포노 사피엔스들은 취향이 중요한 요소다. 개인 중심의 경제 활동이 확산되고, 취향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대세보다 취향 중심으로 바뀐다는 말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업을 설정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것 같다. 구독 서비스는 경쟁사 상품을 자사의 상품으로 바꾸는 일보다 고객의 습관을 바꾸는 작업에 중심을 두라고 한다. 지식 전달에 앞서 공감대를 형성할 때, 수익이 올라가는 시대다.
언텍트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인 인문학이 다시 중요해진 시대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는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가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고객도 모르는 진짜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한다. 현상에만 집중하느라 본질을 놓쳐서는 미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저자는 알려준다. 업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에 있어서 변화를 줄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 변화의 소용돌이를 보는 힘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