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이야 말로 인생이다]- 켄포 소달지
행복으로만 가득 찬 인생은 설탕으로만 양념한 음식일 것 같다. 삶의 달콤함은 괴로움의 쓴맛이 함께 할 때 그 가치를 더한다. 티베트 불교의 큰 스승인 켄포 소달지의 인생에 대한 불교 관점을 이야기한 책이다.
‘괴로움을 알아야 인생의 행복이 보입니다.’ 서문의 글이 책으로 들어가는 큰 노크 소리 같다. 아름다움도 변화를 피할 수 없고, 변화는 괴로움을 가져온다. 이것이 바로 인생은 모두 괴로운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갓 태어난 아기가 솜털을 벗고 예쁘게 자라 성인이 되고, 그리고 노년을 맞는 그 진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 변하는 과정을 직면하고, 고통을 직면해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을 이롭게 하는데 무관심하고, 무상에 대한 무지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을 하늘의 구름처럼 수시로 나타나는 허상에 휘둘리는 것은 아닐까.
산다는 것은 배움을 필요로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들소처럼, 군중 속에서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 다운 삶을 살아 보기도 전에 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후회하는 한 노인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세상의 수많은 종교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 신을 믿던 또는 믿지 않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믿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할 것 같다. 믿음은 삶의 영역에 옳고 그름의 경계를 만들어 줄 것이고, 혹시 죽어서 또 다른 세계가 있다면, 그나마 나은 환경에서 내세를 보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고통스럽지 않을까'는 사람 고유의 괴로움을 이야기한다. 나만 겪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고난이 없는 삶은 빈배와 같아서 폭풍우에 쉽게 뒤집힌다는 것도 좋은 예다. 어떤 좌절이 오든지 외부 환경을 원망하지 말고 고요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고난은 이겨내면 재산이 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고통을 극복하는 5가지 방법도 지혜 롭다.
1. 이기심을 없애고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마음을 가진다.
2. 고통과 즐거움 모두 수행의 기회로 삼는다.
3. 남과 나를 바꿔, 남의 입장이 되어 본다.
4. 강인함으로 고통에 굴복하지 않는다.
5. 마음을 유쾌하게 하는 법을 활용한다.
티베트 사람들이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번뇌와 고뇌가 생겨날 때, 벗어나고자 하는 다양한 염송을 암송하는 것이다. 그리고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때도 염송을 한다. 염송을 통해 고뇌의 무게를 잠시 내려 두는 힘이 생기고, 목표를 향해 잊지 않고 달리는 힘을 주기 때문에 행복감이 큰 것은 아닐까. 주문마다 가피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평생 동안 자신 안에서 피어오르는 번뇌를 제거하고, 원하는 것에 대한 실천을 구체화시켜주는 것이 염송이다. 그중 문수보살의 염송은 마음속에 있는 지혜를 발굴해 주는 힘을 준다고 한다. ‘옴 아라빠자나 디’라는 염송을 조용하게 읊어 본다. 내 마음속 지혜가 발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성불’의 개념도 희망적이다.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어야 하고, 은혜를 알고 잊지 않으며 보답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남의 허물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고, 타인을 향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 그 복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타인을 향한 선행은 메아리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개념을 부쩍 많이 느낀다. 나눌수록 다시 돌아온다.
어떤 만남이든 반드시 헤어지는 때가 있다는 무상의 법칙을 이해하는 게 불교다. 세상 만물은 어느 것 하나 고정된 것이 없고 움직이고 변한다. 불교의 핵심은 내세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현세의 즐거움을 가지고,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탈과 생생세세의 고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교를 공부하는 것이다.
‘얻게 되면 행운, 얻지 못하면 운명’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삶에 대한 요구를 줄여나가야 행복이 커짐을 이야기한다. 행복은 일지적이고, 같은 것을 반복해서 얻을 때 그 크기가 줄어들고, 과정이 험난할 수 록 커지며, 갈망이 없을 때는 행복도 없다.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쉽게 빚을 잃는 것이 행복의 특징임을 이야기한다.
역경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오늘 받은 고통은 어제 뿌린 씨앗이다. 인과응보를 믿고, 인내심을 가지고 시련을 견딜 때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생긴다. 언어 수행을 통해 삶을 스스로 개선시키는 힘을 키워야 한다. 악한 말로 남을 해치면 악한 과보를 받는다. 말해야 할 때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한다. ‘극도로 기쁠 때 약속을 하지 말고, 극도록 화날 때 답장을 보내지 말라’라는 말도 도움이 된다. ‘당신의 말이 당신을 상처 입힐 수 있습니다.'
부모가 바로 보살이니, 효도를 미루지 말라고 조용히 조언한다. 부모님께 항상 부드럽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맹자가 이야기하듯이 부모와 자식관계는 수평 관계가 아니다. 부모가 잘해야 자식이 잘한다가 아닌, 세상에 자신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부모에게는 무조건 보답해야 하는 게 자식의 도리다. 우리 조상들은 효가 모든 복의 근원임을 이야기하셨다. 이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 주신 부모는 신과 같다는 생각을해서다. 신을 인정하고 따르는 인생은 거친 삶의 길에 보호막을 갖는 것과 같다. 그 보호막이 바로 부모다.
‘늙은 것을 두려워하면서 장수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그릇된 생각일 뿐이다.’ 추석 때 들렀던 구례의 ‘사성함’에서 그 누군가의 소망이 기록된 낙엽모양의 종이를 다시 제자리로 붙여 주었다. 그분의 소원이 ‘오래 살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었다. 바위 사위로 걸린 수많은 소원들을 보면서, 생각보다 우리가 원하는 소원들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더라도 오래 사는 게 맞는지, 불행하더라도 그저 오래만 사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죽음에 대한 준비를 잊지 않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이번생에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생로 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늘 죽음에 대해 사유하면서 부지런히 수행해야 비로소 깨달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가 바로 마음에서 비롯됨을 알 것 같다. 만족하는 마음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놓쳐 버린다.’
돈이 많을수록 욕망을 줄여야 괴로움이 적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생명을 해하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진정으로 생명의 무상함을 알고,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재물을 버릴지언정, 시간을 헛되이 쓰려하지 않는다.’
이 생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