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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Nov 19. 2024

하루 한 권 독서

[미각의 지배]- 존 앨런

‘생각하는 잡식 동물 The Ominvorous Mind’. 원제목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 특징을 보여 준다. 인지 뇌과학 센터와 두뇌 창의성을 연구하는 신경문화 인류 학자의 인간탐구 글이다.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 동물이라는 서두글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어떻게 두뇌를 사용해 음식을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생물 현상과 문화 현상까지를 알 때, 인간의 식이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복잡한 가공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음식이 보편화된다. 비만과의 사투가 보편화되고, 변형된 음식의 섭취가  질병을 불러 새로운 사회 생태계가 생겨 난다. 치유 의학이 일반화된다.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생활이 바빠지다 보면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요리가 소리 없이 생활 속으로 들어온다. 수년이 지나고나야 몸속에 쌓인 독소가 주인 행세를 하는 괴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두뇌로 음식을 섭취하는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섭취하는 삶의 기본 철학을 심어 줄 것 같다. 철학이 있어야 자신만의 섭취 주관이 형성될 수 있다. 


 책의 제목과 표지는 구수한 빵 굽는 냄새처럼 책장에 꽂혀 나를 유혹했었다. 다른 책에 눈이 팔려 미루어 오다가, 도서관 책 반납이 늦어져 대출 정지가 되어 일독한 책이다. 생각보다 소화가 쉬운 책은 아니다. 관심 있는 부분은 정독을 했고, 뇌 관련 부분은 가볍게 읽어 내려갔다. 


 8장의 소제목 중, ‘사람이 바삭한 음식에 끌리는 이유’, ‘매운맛이 고통인가’, ‘나는 왜 오늘 먹은 음식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는 왜 대부분 남자인가’, 그리고 ‘인생 최고의 맛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이다’라는 편이 흥미를 끄는 부분이었다. 


 바삭한 맛을 좋아하는 생물학적 이유가 바로 곤충 때문이다. 단백질 공급이 어렵던 시절, 키틴(다당류)으로 구성된 외골격을 가진 곤충은 좋은 식자재였다. 우리 뇌 속에 그 본성이 유전적으로 내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포도당이 갈색으로 변화할 때 음식은 바삭해진다. 몸의 연료로 쓰일 수 있는 음식의 소리를 뇌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기나 밀가루 표면을 음식으로 가열할 때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프랑스 화학자의 발견한 내용으로 그의 이름을 딴 반응)은 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부르는 소리다. 바삭한 음식과 소리는 청각 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영어에서 크리스피와 크런치는 바삭한 소리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실제, 피실험자가 의성어를 들을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가 그 일을 직접 겪을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와 같다고 한다. 그래서, 과자 광고에 바삭한 소리를 함께 넣을 때, 뇌를 쉽게 유혹할 수 있는 것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과자 코너에서 소리 없이 유혹하는 녀석들을 뿌리치기 힘들다. 뇌의 특성을 알고 마케팅적으로 활용한 현시대는 식당 안의 음악과 소리나 음향 환경에 따라 손님의 식사량과 시간까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자신이 먹은 음식의 양을 볼 수 있는 경우보다, 양을 볼 수 없을 때 20%나 더 많은 양을 섭취한다는 실험이야기는 인상적이다. 꽂개나 튀긴 닭을 먹을 때 가게 주인들이 바로바로 음식 쓰리게를 치워 버린다면, 뇌의 영향아래 있는 손님들은 더 먹게 되는 것이다. 섭취한 음식 잔재물을 쌓아두고 먹어야 그나마 덜 섭취하게 된다.

 

 미식의 국가 하면 떠오르는 게 프랑스다. 프랑스혁명 때 미식주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민이 예술과 과학에 논쟁에 빠지면 정치적, 경제적 문제에 신경을 덜 쓸 것이라 생각한 치안 당국이 프랑스 미식 문화의 시작이라고 한다. 어느 시대든 기득권자들은 다수를 향한 소리 없는 제압을 만들어 낸다. 

미국인들의 식문화는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프랑스는 맛을 평가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 능력을 키우는 활동으로 생각하고, 사회 계층의 이동 수단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자의 경우 음식 문화가 복잡해지고, 규범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외에 인간이 혀로 감지할 수 있는 제5의 미각으로 우마미(감칠맛)를 이야기한다. 우마미는 일본 화학자가 제안한 맛으로 일본어로 ‘맛있다’는 뜻이다. 가쓰오부시 국물에서 나는 우마미 맛의 성분 중 글루 탐산 성분과 나트륨을 섞어 화학조미료인 MSG가 생겨났다. MSG에 이노신산(IMP)을 함께 먹으면, 단일 섭취보다 더 큰 쾌락의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공 식품들의 맛이 더 뇌를 쉽게 유혹한다. 이런 맛들은 음식을 먹고 마실 때 느끼는 시식자의 기호가 아니라 두뇌의 뉴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엄마 손맛을 이기는 맛이 ‘라면’이라는 이야기가 생긴 것 같다. 


 맹인이 음식을 먹을 때, 미각, 후각, 촉각이 집중되고 민감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의 맛에 더 집중할 수 다는 개념을 가지고,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식당이 생겨났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연인이 될 운명의 첫 장소가 음식과 옆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은 식당인 장면이 설정이 아님을 알 것 같다.  


 매운맛 속에 있는 캅사이신은 침 분비량을 늘리고, 소화 기관을 활성화해서 내장 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단조로운 맛에 강렬한 맛을 더하는 매운 고추를 쓴다.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풍부한 매운 고추 같은 음식은 섭취자에게 내인성 아편이 분비되어 신체가 일종의 가벼운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게 해 준다고 한다. 천연의 매운맛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 만들어 낸 캅사이신도 더 많은 음식 중독자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일본의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80% 포만감을 목표로 식사 문화 덕분에 세계적인 장수촌이 되었다. 실제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한 동물이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소화와 두뇌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실제 포만을 느끼는 시상하부가 손상이 된 동물은 과식을 하게 되어 살이 찐다. 반면, 공복감을 느끼는 시상 하부가 손상이 되면 식이 행동을 중단하게 된다. 지방 형태의 에너지가 많다는 사실을 두뇌에게 알리는 게 렙틴 호르몬이다. 실제, 이 호르몬을 이용해 다이어트에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비만인 사람의 경우 전두엽과 측두엽의 대뇌 반구 속의 피질 부위의 회색질이 마른 사람보다 감소한다고 한다. 즉, 비만이 두뇌 변화의 유발 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이 정상 속도보다 더 빨리 인간의 두뇌 크기를 줄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는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에서 비롯된 두뇌 혈관의 손상이 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식욕과 공복감을 최대한 억제한 그룹의 남녀 비교 실험은 인상 적이다. 남성의 경우 편도체, 해마, 뇌도 안의 전주 피질이 활동이 감소한 반면, 여성의 경우 두뇌 활동 감소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여성이 더 살 빼기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주방은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장소임을 이야기한다.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창의적 음식 발상이 훌륭한 비즈니가 됨을 보여 준다. 요리사를 칭하는 ‘Chef’는 프랑스어로 지도자를 뜻한다고 한다. 주방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요리를 하는 곳이라 남자 세프가 더 많은 것 같다. 여성의 경우 일과 가정에 할당하는 시간과 비율을 변화시키기 어려워 남성보다 유명 세프가 적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먹고, 그저 쾌락을 느끼고자 먹고, 심심해서 먹고, 또는 다른 일을 연기하고자 먹는 현대인의 섭취행위는 지금까지 인류가 진화하면서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뇌는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과 포만감을 선호하는 상태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 같다. ‘현명한 사람이 먹는 기술을 안다’라는 맛의 생리학자 장 앙델르의 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음식 선택과 식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현대인이 해야 할 두뇌 운동의 한 영역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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