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말센스]- 셀레스트 헤들리

by 조윤효

말을 잘하고 싶고, 설득을 잘하고 싶고, 말싸움에 밀리고 싶지 않으며, 대화 자체가 가끔 두려워진다면 말센스를 배워야 한다. 저자의 책은 말센스에 관련된 정보로 알차다. 그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을 말센스라 칭한다.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말센스에 관한 이 책은 쉽게 열거되어 핵심을 잘 담아냈다.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관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쏟아지는 말이 화살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속에 깊은 상처를 낼 수도 있고, 향기가 되어 지친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말로 만들어 내는 복을 불교에서는 이야기한다. 물질적인 것으로 타인에게 복을 베풀 수 없다면, 말로 충분히 복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6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가 상대에 대해 10점 중 8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4 정도밖에 모른다는 실험은 예상 밖이다.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고 해서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휴대폰이나 SNS로 과시적이고 일방적 소통이 많아진 오늘날의 생활 태도는 말하고 듣는 능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센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말을 하다 보면, 주인공이 되고 싶고, 선생님이 되어 상대를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피어오르고, 대화 나르시시즘에 쉽게 빠진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자신의 경험에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나르시시즘은 누구나 가진 욕망이다. 대화를 하는 동안 상대에게 지지를 해주는 지지반응이 있다. 대화 주제를 맘대로 바꾸는 전환 반응은 가끔 내가 저질렀던 실수를 보여준다. 통계적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 자기 자신에 대해 60% 정도 이야기 한다. 나머지 40%도 상대방이 아니라 제삼자에 대한 말을 하는 우를 범한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말의 비율도 이를 닮아 있다.


더 적게 말하고, 더 많이 들어주려는 의식적 노력을 해야 말센스를 올릴 수 있다. 더 똑똑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편견에 더 잘 빠진다고 한다. 인지능력이 뛰어날수록 편견의 사각지대가 넓고, 그 편견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한다. 이 같은 무의식적 편견을 알아차리기 힘든 것을 ‘역류 효과 Backfire effect’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빠질 수 있는 무의식적 편견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쏟아내는 말을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짜 뉴스를 듣고 나서 진짜 뉴스를 들으면 그 가짜 뉴스를 더 강하게 신뢰한다는 내용은 놀랍다. 가짜 뉴스가 쉽게 확산되는 온라인의 세계가 한 사람을 쉽게 파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모든 사람이 내게 가르쳐줄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라는 20년 저널리스트 저자의 조언이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의 표출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라 조언한다. 늘 만나는 가족에 대한 호기심을 표출한 적이 없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매일 다르게 변하고, 다른 꿈과 다른 좌절이 마음속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 상대의 변화에 대한 호기심을 표출하는 게 큰 사랑의 표현일 수 있다.


호기심의 표현으로 상대에게 질문할 때 유념해야 할 아이디어도 도움이 된다. 질문이 상세 해질 때, 대답은 짧아지고, 질문이 단순할 때, 대답은 길어진다고 한다. 폐쇄형 질문이 있고, 개방형 질문이 있는데, 질문자가 대화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하고 싶을 때는 개방형 질문보다는 폐쇄형 질문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국회 청문회 영상에서 국회의원들이 폐쇄형 질문형태를 취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만 대화를 할 수는 없다. 싫어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야 할 때는 칭찬해 주기와 조언 구하기를 통해 관계의 거친 면을 부드럽게 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대화 시 발생되는 침묵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저자는 침묵을 좋은 신호로 보는 법을 알려 준다. ‘침묵은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침묵 시에는 흥분 중추, 감정 중추가 자극을 받고 있고, 잠들어 있던 두뇌를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대화 중 침묵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라는 조언이 이해가 간다. 대화중의 침묵은 나와 상대의 마음을 대화 쪽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 시 발생하는 침묵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으라는 말은 실천이 어렵다. 귀를 기울일 때 사람은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냥 듣는 수동적 듣기가 아니라 이해하고, 반응하고 기억해 주는 능동적 듣기를 해야겠다. 혼자 중얼거려도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인간의 뇌라고 한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면 더 많이 들으라고 조언한다. 실제, 듣기를 배우는 중이라 인식하는 학생의 인지능력이 더 올라가는 것을 실험은 보여 준다. 능동적 듣기도 배움의 일부다.


말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말을 짧게 말하고, 중간중간 생각을 편집할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40초 이상 혼자 말하면, 말은 이미 잡초밭이 된다는 말도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잡초가 아니라 화단을 꿈꾸어 본다.


회의의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적으로 재구성한다면, 더 이상 보너스나 휴가 같은 것으로 직원을 구슬리지 않아도 된다.’ 장시간 이루어지는 회의를 주관하는 상사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말을 잘하는데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머릿속 생각을 흘려보내는 법을 아는 게 명상이다. 생각의 통제권을 가질 때 말의 통제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말하기 습관은 대화의 질을 떨어 트린 다는 것을 안다. 아이에게 던지는 잔소리, 남편에게 건네는 말이 가끔 나도 모르게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반복을 하게 된다. 반복된 언어는 청자의 기억에 남는 효과가 아니라 말하는 화자의 기억을 강하게 하는 효과밖에 없다고 한다.


고독의 시간이 공감력을 높여 준다는 실험은 의외다. 고독과 공동작업 사이의 섬세한 균형으로부터 창의성이 촉발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느끼는 능력이 고독을 경험한 이후에 더 높아지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 준다. 잘 대화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독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날 인간의 평균적인 주의 집중 시간이 금붕어와 같은 8초라는 말은 놀랍다. 기계의 발달이 집중 시간을 짧게 만든 것 같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편견을 검토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말센스가 넘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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