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공부]- 박소운
말과 글로 먹고 산다는 통번역가의 책이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영어는 할수록 갈증이 난다. 마치 독서처럼... 전문성을 갖춘 영어 통번역가인 저자의 글은 겸손이 묻어나 있다. 가득 찬 수레는 요란하지 않다. 졸졸 소리 내서 흐르는 시냇물이 아니라 깊은 바다의 소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외국어인 영어를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환상은 인간의 얄팍한 본성인 게으름일 수 있다. 절제 없이 먹고 살이 빠지기를 기대하고,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릴 때, 결과를 이끌어 내는 실천 방법을 깨닫게 된다. 여전히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꾸준하게 공부해 가는 저자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단번에 끝내려고 하기보다는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영어를 대할 때 원하는 목표를 얻을 수 있다.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영어공부 기간이 달라진다. 좋아하는 영어 원서책을 원어로 읽고 싶고, 한국어처럼 자유자재로 말을 하고 싶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외국을 여행하고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잡으면 그 여정은 짧아질 것이다.
한국인이 범하는 흔한 실수에 대한 서두의 말이 인상 깊다. 한국인들은 주로 문장 끝을 올려 발음한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모국어인 한국어조차 문법적 실수와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완벽 주의를 내려 두어도 좋을 듯하다. 완벽주의가 게으름이라는 불청객을 쉽게 불러 들일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실행력의 반대말은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실천을 미루는 습성이다.
‘올바른 영어 공부로 겉멋 영어를 극복하라.’ 영어 공부법과 영어 고수 사례를 소개하는 책이다. 부족함을 인정하되 위축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잔잔한 저자의 위로를 만날 수 있다. ‘방구석 어학연수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표현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화려하고 빠른 영어를 구사하려기 보다는 네이티브들 처럼 쉬운 표현으로 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우 윤여정 씨가 구사하는 영어는 간단하지만, 분명한 의사 전달력이 있다. 달성할 큰 목표 같은 산을 정했다면, 매일 쉽게 넘을 수 있는 작은 언덕을 설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매일 꾸준히 영어 근육을 키우기 위한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Excellence is not a skill. It is an attitude.’ 라프 마스턴의 인용말처럼, 탁월함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탁월함을 위한 태도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귀다. 저자의 말처럼 나 자신이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그것이 든든한 믿는 구석이 된다. 저자의 시사 정보 실력이 영어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강점을 이용한 영어 공부법이 유리할 것 같다.
‘좋은 글은 문장과 문단의 배열 그 자체로 논리적 흐름이 유려하기 때문에 문장 간에 연결하는 말을 쓰지 않는다.’ 저자가 신문사 수습시절 들었던 선배의 말이 학생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조언이 된다. 영어로 글을 쓰다 보면, 상당수 아이들이 한국어처럼 문장들 사이를 연결하기 위한 표현들을 묻곤 했었는데, 문장들 사이가 논리적 흐름이 맞다면 불필요한 단어들을 넣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소개는 독자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동양적 사고를 담고 있는 손자병법으로도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초등 고학년 수준의 세계사나 지리책 같은 미국 교과서는 깔끔한 문장, 다양한 삽화, 지도 및 도표로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중고등 학교 과정의 주요 개념을 담고 있는 ‘Big Fat Notebook’이라는 책을 만났다. 온라인으로 국제 과정을 밟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찾았다.
미디어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한 구체적 가이드가 도움이 된다. 비교적 발음이 명확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고, 영어적 논리를 배울 수 있는 정치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를 만나는 것이다. 실력이 쌓이고 나면, 다양한 구어체가 들어간 시트콤 순으로 공부를 해 나가다 보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어휘의 부족이 사고의 빈약을 불러온다는 헨리 해플릿의 말도 공감이 간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어휘의 부족으로 쓰기나 말하기의 제약이 빈번히 일어난다. 영어는 하루 평균 17개 단어가 생성되고 있는 성장이 빠른 언어다. 매일 배우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단어를 만날 때, 소리와 강세를 듣고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바로 실천하고 있다. 새로운 단어를 쉬운 단어와 연결해서 외우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중수와 고수를 나누는 비결로 의문문을 이야기한다. 특정 중요 질문틀을 외워 두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자신이 아는 것에 조금씩 살을 붙여 구성하는 능력을 키워 나갈 때, 재테크가 아니라 어학 실력을 돕는 어태크가 가능할 것 같다. 저자가 말한 어태크를 부지런히 실천해야겠다. 매일 조금씩 특정 시간을 정해 공부한다면, 몸에 의지의 힘을 넣을 필요가 없다. 그냥 습관 처럼 하다 보면 어느새 1년이 가고 2년이 지나다 보면, 그 작은 습관의 행동들이 형체를 드러낼 것이다. 어학 공부를 단숨에 하려는 욕심으로 하다가 포기하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면 재미가 붙고, 재미가 있으면 더 많이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원하는 목표를 이룬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저자가 알려준 재미있는 영어 표현]
I`m going to go bananas. 나돌겠어. (You are nuts. 너 미쳤구나.)
000 is my middle name. 000은 나의 전문이다.
It sounds Greek to me. 잘 모르겠어.
Kick the bucket. 세상을 떠났다.
Storm in a teacup. 작은 일에 큰 소동을 피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