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딸에게 들려주는 영어 수업]- 조영학

by 조윤효

세상을 살아가는 일 자체가 배움의 연속이다. 배움은 기나긴 마라톤이다. 영어 또한 목표에 도달할 때마다 가야 할 곳이 더 멀어진다. 중요한 건, 꾸준하게 자기 페이스에 맞게 걸어가는 것이다.


걸어온 길이 길어질 때, 나름 자신만의 방법이 생긴다. 그래서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애정을 쏟아 알려 줄 것이다. 저자는 영어 인문서 100권 이상을 번역해 온 번역가이자 저술가이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을 들어갔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기에 분명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딸에게 들려주는 영어 공부법은 사이사이 아빠의 사랑이 담겨있다. 영어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주는 귀한 책이다.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목표도 다르다. 저자의 책은 영어책 읽기를 도와주는 책이다. 단어나 숙어가 아니라 언어의 구조 즉 생김새를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구조가 곧 의미다. Structure is athe meaning.’


모국어가 뇌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힌 후 영어를 배우게 될 때는, 저자의 말처럼 읽고 이해하기부터 시작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읽고 듣기는 액티브한 활동이다. 읽고 듣는 능력이 향상되면 쓰고, 말하기 능력도 함께 따라옴을 이야기한다. 많이 듣고 많이 읽어 낼 때, 뇌에 가득 찬 정보들이 말로 쏟아지고, 글로 흘러나올 것이다.


영어에서 읽는 기술을 ‘Reading comprehension’이라고 한다. 글자에서 보여 주듯이 읽으면서 해석을 하는 활동이다. 한글처럼 읽어가면서 이해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유닛(Unit)을 한 번에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긴 문장을 만나면 유닛 해석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긴 문장을 하나씩 떼어내어 읽어 내려가다 보면, 문장의 의미가 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유닛을 순서대로 읽고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영어의 기본 문장은 하나의 주어와 하나의 동사로 이루어진다. 이 기본틀에 접속사, 부정사(to +동사)그리고 동명사(동사+~ing)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접속사는 쉽게 명사처럼 행동하는 명사절, 형용사처럼 행동하는 형용사절, 그리고 문장에 부가적 의미를 넣어주는 부사절이 있다. 명사는 문장에서 주어, 목적어, 보어 역할을 하고, 형용사는 명사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로, ‘tall boy, beautiful girl’에서 처럼 tall과 beautiful은 명사인 boy와 girl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 준다. 또한 명사는 주어를 묘사해 주는 보어 역할을 한다. 단어만이 형용사나, 명사 그리고 부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형태인 절이나, 부정사, 동명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8가지의 단어의 품사(명사, 대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들이 문장 속에서 자기 역할을 한다.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5가지 형태의 문장(1. 주어+동사, 2. 주어+동사+보어, 3. 주어+동사+ 목적어, 4. 주어+동사+ 직접목적어+ 간접목적어, 5. 주어+동사+ 목적어+목적보어)을 만들어 낸다. 단지, 이 문장들에 구(단어들의 조합)와 절(주어와 동사가 있는 단어들의 조합)이 주어, 동사, 보어, 목적어 자리로 들어가거나 부가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자리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모든 독해는 절의 기능을 찾는데서 시작한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언어의 속성이 짧아지고 있다. ‘A soldier, run!’ 이 문장은 ‘If you are a solider, run.’ 내가 병사라면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접속사, 주어, 동사를 생략하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겉추장스러워 보이는 것들을 다 떼어내고, 첫 의미를 담고 있는 동사에 ‘~ing’를 붙이는 영어의 간결성을 이야기해 준다.


부정사와 동명사를 함께 쓰면서 의미가 달라지는 동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명쾌하다. 시점이 우선이고 사건이 뒤늦게 발생할 때는 부정사, 사건이 일어나고 시점이 그 이후면 동명사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예, try to call, try calling)


우리가 아는 사역동사(make, have, let.... ; 주어 + 사역동사+ 목적어+ 동사원형)는 하나의 주어와 하나의 동사라는 규칙에 맞지 않는 예외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부정사( To + 동사)에서 ‘to’가 생략된 형태인 것이다.

단어를 대할 때, 단순한 표현만 보지 말고 그 단어의 주변을 함께 익히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새로운 어휘를 만날 때는 소리까지 같이 들어보는 부지런함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나의 마지막 영어 공부> 편의 저자와 같은 조언이다. 소리 없이 눈으로만 어휘를 접하는 습관이 익숙했었는데, 바꿔야 할 학습 태도다.


동사가 5 형식의 문장 형식을 만드는 기준이 된다. 1 형식(주어+동사)과 2 형식(주어+ 동사+ 보어)의 동사는 자동사(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동사)다. 자동사가 목적어를 데려올 때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그 사이에 전치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숙어가 탄생한 것이다. 3 형식(주어+동사+ 목적어), 4 형식(주어+동사+간접 목적어+ 직접 목적어), 5 형식(주어+동사+ 목적어+ 목적보어)의 동사는 타동사이다. 이중, 5 형식은 3 형식의 변형으로 보면 된다.


역사를 알면 암기할 내용이 줄어든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고대 영어(give, make, tell, teach...)는 4 형식으로 쓰일 수 있지만 노르만 정복 이후 프랑스에서 넘어와 남은 단어(introduce, explain, provide)는 3 형식으로만 쓰일 수 있다. 왜냐하면, 프랑스어에는 4 형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분하는 방법도 쉽다. 단어가 2음절 이상이면 4 형식을 만들 수 없다고 보면 된다. 학생들에게 쉽게 전해줄 방법을 얻은 것 같다.


영어에서 동사의 위치는 막강하다. 12가지 형태로 바뀌면서 시간과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시제(현재, 과거, 미래)는 하나의 점으로 보고, 상(단순현재형, 진행형, 완료형)은 시점과 기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면 좀 더 쉽게 동사의 형태를 선택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명사의 종류(셀 수 있는 명사, 셀 수 없는 명사 등등)를 알아야 관사(a, an, the)를 선택할 수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문법 이야기는 쉽고 단순하면서도, 기억에 남는다. 영문법을 통해 읽기를 정복하고 싶은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타인이 닦아 놓은 길을 어쩜 저렇게 한눈팔지 않고 달려가는지...’ ‘느림의 경험이 주변 세계와의 공감 능력을 키워 준다.’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조언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 같다. 마라톤 같은 인생을 100미터 달리기 하듯 전력 질주하다 보면, 주변을 둘러볼 사이가 없다. 그렇게 무작정 달리다가 원하는 목표지에 도달했지만, 그 지나쳐 버린 풍경을 어떻게 기억해 낼 수 있겠는가. 영어라는 긴 목표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제대로 걸어가는 법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제목 없음.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