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대한 위대한 착각]- 김성희
책을 빌리다 보면, 익숙한 제목과 내용에 손이 가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에서 정기적으로 영어 공부법이나 마스터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읽어 오고 있다. 익숙해서 빌렸더니, 2년 전 읽었던 책이라는 것을 완독하고 나서 알았다. 책은 그대로인데, 독자인 내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 글을 써본다. 다 읽고 나서 두 글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ducation is not the learning of facts, but the training of mind to think. 교육이란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할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사지선당 문제에 답을 찾는 중, 고등 교육을 받다 보면, 어느새 사실을 외우는 것에 몰입되어 사고하는 법을 놓쳐 버린다. 객관식 형태 문제가 아니라 사고를 꺼내 글로 표현하는 서술형 시험이 교육 선진 국가 정책인 이유이기도 하다. 한두 번의 클릭으로 알 수 있는 지식을 단순하게 외우게 하는 교육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게 해서는 안된다. 사색을 위한 교육,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교육,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들을 독특하게 엮어보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다.
책은 잘못된 영어 공부법, 잘못된 영어 교육, 잘못된 영어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잘못된 영어 교육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 영어 교육 시스템을 보면, 중학교까지 기본 영문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고등과정 영어는 독해 중심과 어휘력에 중점을 둔다. 또한, 영어 회화에 중심을 두다 보면, 쉽게 영문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 말처럼 난이도가 있고 깊이가 있는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어 문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간다. 영어 문법이 3번째로 복잡한 언어라고 하니, 쉽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인도 유럽어인 영어와 우랄 알타이어인 한국어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영문법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영어를 시작할 때, 쉬운 게 기초라는 착각을 흔히 하는데, 저자의 말처럼 영어 12시제를 이해하는 게 영문법의 기초가 된다. 영어 문장에서 수동태가 60%를 차지한다고 하니 제대로 이해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전치사는 생각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네이티브 학생들도 따로 공부를 한다고 한다. 제한된 전치사 몇 개만 공부하고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품사다. 전치사구를 포함해 180개나 된다고 하니, 작은 영역처럼 보이지만, 그 무게감이 크다. 저자의 권유대로 따로 떼서 공부를 한다면 효과적일 것 같다. 일례로, ‘run (달리다)’이라는 단어가 전치사 ‘into’를 만나 ‘우연히 만나다 run into’라는 뜻으로 바뀐다. ‘fall throug(실현되지 못한다)’ 같은 동사구는 공부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동사구들은 행동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구체적이고 부드럽고 생생한 상황을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전치사 공부도 꾸준하게 해나가야 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원서 독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수 어휘들을 무작정 단어만 떼어내서 공부하는 것보다, 다양한 영역의 글을 통해 문맥상으로 뜻을 알아낼 수 있을 때 영어 지문이 쉬워진다. 단지, 시간을 들여 꾸준하게 해 나갈 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읽는 습관을 만들어 가야한다.
회화를 잘하고 싶다면, 당연히 리딩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패턴식 영어 회화가 말하기 실력을 올려 줄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 과정은 단순히 정해진 몇 마디로 이루어 낼 수 없다. 관심 있는 분야나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의 영어글이 자신 안에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소리 내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영어는 언어다. 춤을 영상으로 배울 수 없듯이 언어도 소리를 내지 않고 배울 수 없다. 영어의 산을 넘다 보면, 모국어인 한국어는 잘한다고 착각을 한다. 실제, 한국은 문맹률이 1% 이지만, 실질 문맹률은 75%라고 하니 놀랍다. 글을 읽을 수 있지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국어조차 꾸준하게 읽고 쓰는 활동을 평생 해야 하듯이, 외국어인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고 싶다면 지속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언어 연구자 존슨 오코너는 ‘한 사람이 가진 어휘력 수준은 직업적인 성공의 최고 척도’라고 했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꾸준한 독서가 전반적인 삶 수준을 정해 줄 것 같다. 학교 영어 교육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 원문 독서다.
핀란드는 우리와 같은 우랄 알타이어이다. 초등 고학년 까지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영어 실력이 차이가 별로 없다. 하지만, 중, 고등 교육을 마친 핀란드 국민 대부분이 영어로 말하고 쓰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영어가 대학을 가기 위한 급수 나누기로 전락하면서, 실제 사용 능력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6년의 귀한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다. 대학 도서관에 가면, 여전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상당수의 대학생을 만나게 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고등학교까지 영어 실력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대학에 가서는 영어로 된 원문을 통해 지식을 쌓는 과정이어야 한다. 한국 최고 명문대인 서울 대학교에서 조차 교수가 영어로 수업을 하면 40% 학생들이 전혀 이해를 못 한다고 한다.
우리 교육과 다른 선진 교육의 3가지 점은 교육정책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첫째, 선행 학습이 없다. 둘째, 학습자 간의 비교가 없다. 독일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석차도 없고, 대학도 순위가 없다. 단지, 고등학교 졸업 전에 대학교에서 원하는 공부를 위해 지원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된다. 셋째, 가르치지 않은 부분에서는 문제를 내지 않고, 시험 문제는 서술형이라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세계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근원이 바뀌어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영어는 단순히 여행을 위해 배우는 간단한 언어가 아니다. 물론, 그런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해도 된다. 중요한 건 자라나는 아이들이 영어를 통해 새로운 학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고, 세계와 소통하고, 풍부한 정보력을 얻을 수 있는 언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이다. 영어를 통해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문제 해결 능력까지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저자 생각에 공감이 간다.
영어는 공부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자유자재로 쓰고 읽고, 말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 처음 영어를 접하는 아이와 부모들에게 필요한 인식이 영어 파닉스에 대한 생각이다. 파닉스를 배운다고 해서 영어를 다 소리 내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파닉스는 50% 정도만 규칙성안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나머지 글들은 꾸준히 읽고 들어서 익혀야 한다.
영어를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패턴을 알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이는 감각언어는 6개월 정도 공부하면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인지 언어는 상대를 배우고 자신의 생각과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야별 다양한 어휘력이 필요하다. 인지 영역에 중심을 두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각 언어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행복지수가 높고, 선진의식을 가진 북유럽, 서유럽 국가들의 특징 중 하나가 영어를 포함해 2~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특권층이 아닌 대다수가 쉽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부의 편중이 사회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국가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 되듯이, 영어 또한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구사할 수 있어야 지속적 성장국가가 된다. 초, 중, 고를 포함하여 10년 동안, 경쟁이 아닌 사용능력을 키우기 위한 실용적 목적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