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호기심
시대의 소리가 요란할 때는 역사서를 읽기에 좋은 시점이다. 상황에 대한 복잡성이 간결하게 선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순환성을 가진 역사를 보면서, 사람들의 욕망이 권력과 연결되어 어떻게 전반적인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중국과 일본 역사를 권력 중심으로 써놓은 책이다. 권력이 인류 문명을 바꾸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다. 중국 역사가 흘러가면서 한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시대를 살던 민생들은 어떤 삶을 살아 나갔을지를 가름해 본다. 우리네 삶 또한 여전히 주변국인 미국, 중국, 일본에 의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를 그려보는 행위가 왜 필요한지 알 것 같다.
중국의 중화사상, 고구려가 중국에 조공을 바친 이유, 절반이 이민족인 중국의 역사, 왕이 되고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던 왕들의 이야기, 큰 나라 사이에서 새우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조선, 중국 대륙의 새로운 주인, 그리고 중화 민족 탄생 배경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중국 황제라는 호칭의 배경이 잘 설명되어 있다. 건국 신화들의 공통점은 왕들이 자신을 신과 연결시켜, 다수의 백성을 보다 쉽게 통치할 수 있도록 이용한다는 점이다. 서양과 달리 중국 황제 칭호는 민간 신항에서 시작한다. 삼황오제의 민간 신앙 중 가장 위치가 높은 신인 ‘황’을 선택해 황제라는 칭호를 쓰게 된 것이다.
중국의 역사는 분열과 통합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온 것 같다. 단지, 역사가 거듭 될수록 통합의 시간이 길어진다. (주-춘추전국 시대- 진- 한- 위진 남북조- 수- 당- 오대 십 국- 송- 원- 명- 청- 중화민족, 중국)
중국 최초 통일을 이룬 진시황이 죽고 난 후 4년 후 다시 분열되고 만다. 한족의 시작이라는 한나라의 한무제는 도교 사상을 거쳐 유교를 국교로 두었다. 분열된 나라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념을 통한 통합이다. 권력자가 취하는 이념이 무엇이냐에 따라 시대에서 피어나는 문화가 달라진다. 마치 정원사가 어떤 씨앗 종을 심느냐에 따라 피어 나는 꽃의 색채가 달라지는 것과 같다.
중화사상의 시작이 되는 ‘화이사상’은 중국 대륙과 그 외 지역을 화이로 구분 짓기 시작하면서 생겨 났다. 한족, 여진족, 만주족, 돌궐족, 몽골 묘족, 티베트족 등 50개 민족들이 대륙에서 뭉치고 분열되는 과정이 중국 역사다.
광개토 대왕도 중국 황제로부터 책봉을 받아야 했었다. 또한 조공을 바치는 횟수가 무역교류의 횟수와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즉, 조공 바치는 횟수가 많아야 중국에 수출입이 좀 더 자유로웠음을 의미한다. 중국 주변의 약소국가는 조공을 주면서 까지 중국 선진 문화를 도입하는 게 더 이익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런 관계를 유지한 것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방원은 아버지를 감금하고 형제를 죽이고 조선 왕이 되었다. 동시에 명나라 황제 또한 주원장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고 왕이 된 영락제가 쉽게 조선이라는 나라의 정당성을 승인해 주었을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사대주의 시작이 바로 건국 시점부터 시작된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의 도움으로 왜구를 물리쳤기 때문에 사대주의는 더 강해지게 된다.
명, 청 교체기에 조선 관료들의 분열은 당연했을 듯하다. 망해가는 명이지만, 의리를 지키자는 파와, 금나라가 세운 청나라와 협력해야 한다는 파가 갈등이 깊었을 것이다. 정쟁은 조선 전반에 있었던 정치 형태다. 사신들의 갈등 속에서 인조는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듯하다. 결국,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고, 인조가 항복하고 청나라 사신에게 삼배를 올리는 치욕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리 추구 정책이 자국민을 위해 최선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해야 지금 상황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청나라를 망하게 했던 서태후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의 친아들과도 권력 다툼을 했던 그녀는 아들이 죽고 난 뒤 그 바로 다음날 죽었다고 한다. 투쟁보다는 협상과 협력 노선을 걷고자 했던 그녀의 아들 공친왕이 서태후로 인해 허수아비 왕이 되었다. 권력이란 한인 간을 실험하는 도구가 된다. 칼이 쓰는 사람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데, 권력은 마치 날카로운 칼과 같다. 결국, 그녀는 다시는 여자가 정권을 잡지 못하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은이 화폐로 사용되던 청나라는 서구 강대국들의 문호 개방이라는 압력에 응해 수출로 인한 이익을 본다. 영국은 차나 비단을 청으로부터 수입하지만, 영국 제품이 청으로 수출되는 게 거의 없다 보니 은의 손실이 많았다. 그래서 아편을 처음에는 싸게 공급하고 차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청으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짰다. 영국 식민지인 인도에서 양귀비를 키워 마약 제조 후 중국에 파는 형식으로 은의 유입을 만들어 낸다. 청은 자국민 마약 중독을 막기 위한 아편과의 전쟁을 벌이지만, 결국 영국과 전쟁에서 패한다. 두 번의 아편 전쟁이 청나라를 자멸하게 만들었고, 중화 공산당이 지금의 중국에 자리를 잡게 된다.
다민족을 융합하기 위한 중화사상 때문에 주변국가와 여전히 마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본 편은 생각보다 낯설다. 중국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읽으면서 전반적인 느낌에 집중했다. 첫눈은 땅에 쌓이기 어렵다. 지속해서 내리다 보면 어느 순간 형체를 덮고 그 이미지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 공부도 시간과 에너지를 더 넣어야 한다.
일본 역사는 천황과 사무라이 중심의 막부 세력 싸움으로 일관된 과정이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이 누가 더 힘을 갖느냐에 따라 일본 국내 정세가 변해왔다. 천황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실권을 쥔 사무라이들은 서서히 밀려 들어오는 서양 강대국들에 대한 견제를 했었다. 미국은 기름과 음식등 항해에 필요한 물품들을 공급받을 곳으로 일본이 적합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문호 개방을 원했고, 결국 일본은 문을 활짝 열고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다. 이때 당시, 천황을 신격화시킨 군벌이 등장하고 한국과 중국을 식민지화하기 위한 야심을 본격적으로 실행했다.
2차 세계 대전 종료를 이끈 것이 미국의 핵폭탄이다. 한 번의 핵폭탄 위력을 보고도, 신격인 천황이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2번째 핵본탄이 터지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다. 일본 내부에서는 2번의 핵폭탄이 자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상황에서 조차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사회 변화는 마치 잉태 전에 요동치는 산통처럼 고통스럽다. 근대 역사 속 중국, 한국, 일본 모두 서구 열강세력들이 두드리는 문소리에 놀라 문을 부여잡았다. 낯선 손님들을 견제하기 위해 공산국가를 만들어 낸 것이 중국이라면 일본은 손님을 적극 받아들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발전된 문물을 빠르게 받아 들 인후 오히려 남의 집에 불쑥 뛰어든 불청객이 되었다. 한국은 낯선 손님들이 서로 주인 행세를 하면서 한 집안의 부모를 이혼시킨 형국이 돼버렸다.
자국민의 이익 중심으로 세계 역사는 흘러 왔다. 변화는 늘 있어 왔고, 변화를 상승 기운으로 삼을 수 있는 지배 세력의 현명함이 더 필요한 시대임을 알 것 같다. 지금의 역사가 후손의 삶의 형태를 바꾼다. 눈 위를 처음 걷는 사람처럼 신중하게 걸어가야 함을 알 것 같다. 역사를 알아야 현재 행동 강령을 알게 되고, 그리고 원하는 미래를 이끌어 낸다. 유독 시끄러운 정세 지만, 성장을 위한 진통을 통해 더 발전된 나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