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h in the dark]- Christina Soontorn
지옥도 천국도 한 공간 일 수 있다. 살아내는 사람들이 삶을 지옥으로 느끼는지 아니면 천국으로 느끼는지에 따라 같은 곳이라도 명칭이 달라진다. 소설은 빛과 어둠에 대한 이야기다. 대 화재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Chattana 마을 사람들에게 빛을 선물한 Governor는 절대 권력자다.
Namwon 감옥에서 태어난 주인공 Pong은 고아다. 부모가 죄수면 아이들도 죄수로 살아가야 하는 삶은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선을 선명하게 그어 둔다. 마치, 인도의 카이스트 제도가 영국인들이 손쉽게 인도인들을 다루기 위해 더 명시화 둔 것과 같다. 망고 나무아래에서 과일이 익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퐁. 망고 열매를 큰아이들에게 빼앗기고 옥신각신 하는 작은 다툼으로 책은 문을 연다.
친구 Somkit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퐁은 감옥을 빠져나온다. 퐁은 친구 삼킷을 만나 후에 혼자 빠져나온 것에 대한 사과를 하는데, 삼킷이 퐁이 걸리지 않도록 망고껍질과 쓰레기들이 담긴 통 뚜껑을 덮어준 사실을 알게 된다.
감옥에서 도망친 퐁은 왼손 손목에 죄인이라는 문신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도망친 후 다행스럽게도 Father Cham이라는 스님을 만나 절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퐁의 손목 문신이 보이지 않도록 스님은 실로 짠 팔찌를 선물한다. 팔찌를 선물하면서 퐁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하는 스님은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실로 짠 팔찌를 선물하면서 기도를 함께 해 주신다. 학원 아이들이 한 때 실로 짠 팔찌를 만들어 차고 다니면서, 그 실이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일상과 책 속의 일화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도시를 다스리는 가버너를 도운 Law Commissioner의 딸 Nok은 무술이 뛰어난 아이다. 무예경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지만, 퐁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 학교에서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된다. 신분 세습, 차별 시스템의 제도화가 몇몇 국가와 닮아 있다. 녹은 사회가 길러낸 사고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도망친 퐁을 쫒게 되지만, 자신의 신분도 결국 감옥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양 어머니의 사랑과 돌봄으로 살아온 것을 알게 된다.
빛이 상징하는 것은 사회에 필요한 재화를 의미하는 것 같다. 가지지 못한 자들의 침묵 행진을 알게 된 가버너는 법까지 바꾸면서 평화 시위자들을 감옥으로 보내고자 한다. 평화 시위자의 리더인 Ampai가 원인 모를 화재로 죽게 된다. 스승인 파더참이 그녀의 왼손 손목에 실로 된 팔지를 채워 주며, 용기 있게 살라는 진언데로 살아낸 그녀도 앳된 십대였다. 쫓기는 삶이 아니라 자유를 향해 차타나를 떠나고자 하는 퐁은 친구 삼킷이 마련해 준 보트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려 한다. 자유를 향해 떠나던 퐁이 바다 위에서 스승이었던 파더참의 환영을 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어둠이 싫어 빛을 향해 나아가는 그가 깨달음을 얻으면서 말하는 대사가 인상 깊다.
‘I could find that perfect place where life is fair and everything is good.’ 나는 삶이 공정하고 모든 것이 좋은 완벽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이 완벽하지 못해 더 나은 곳을 향해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판사, 니들이 먼데?>라는 책이 영화로 제작된 안성기 주연의 <부러진 화살>에서 판사들 집단이 자신들의 권위를 위해 교수였던 한 개인(안성기)의 삶을 재수로 만들어 버린 과정이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 거대한 산 같은 검찰 조직을 향해 용감하게 뛰어드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가 돕고자 하지만, 언론과 공권력으로 자신이 이길 수 없는 현실을 보게 된다. 한국에서는 더 못살겠다고, ‘우리 이민 갈까?’라고 아내와 바닷가에 앉아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포기하듯이 말을 던지는 변호사 대사가 생각이 났다.
‘You can`t run away from darkness. It`s everywhere. The only way to see through it is to shine a light. 너는 어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어둠은 어디에나 있어. 그것을 통과하여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빛을 비추는 거야.' 어둠을 피해 도망가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빛이 되어 그 빛들을 전파하는 것이다. 퐁은 도시를 탈출하는 대신 사람들이 가버너를 향해 시위하는 다리로 향한다. 가버너 또한 스승 파더참의 제자였고, 그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으로 대 화재로 빛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빛을 만들어 냈었다. 그러나 권력의 그 달콤함은 함께 나눌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정한 법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그를 향해 퐁은 빛을 만드어내는 가버너의 손을 움켜쥔다. 빛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퐁으로 전달이 되고, 함께 시위를 하기 위해 찾아온 녹도 퐁의 손을 잡고, 그 빛이 전파가 된다.
청소년 독자를 위한 책으로, 사회에서 나타나는 제도적 모순과 편견들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어느 사회나 빛과 어둠이 함께 공존한다. 부당한 현실을 외면하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그 어둠 속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으며, 자신이 빛이 되려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처럼.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 찬란하게 빛난다.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지만, 더 나은 빛을 만들기 위한 진통이다. 성장은 고통이 따른다. 추운 겨울을 지내는 나무가 나무테를 만들면서 더 크게 성장하듯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더 큰 성장을 위한 단단한 계단이 되어 줄 것이다. 모든 책이 스승이 된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말을 조용하게 건네주는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