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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혼자이고 싶어서 북유럽]- 송경화

by 조윤효

사람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그 방을 어떻게 가꾸고 꾸미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방이 어떤 색채인지를 볼 수 있었다. 몰두된 여행, 독서와 영화 그리고 캔버스 유화가 가득한 방은 분명 멋스럽다. 나만의 방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가족에게 둘러싸이고, 사람들 속에 사느라 자신만의 방은 어느새 정리되지 않은 서재처럼 곳곳에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가치를 잃어가고 있을 수 있다. 고슴도치처럼 서로 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상처 내는 대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되 각자의 공간에서 가끔은 홀로 지내는 것을 지켜봐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핀란드, 노르웨이, 페로 제도, 아이슬란드 여행기에서 보여주는 사진들은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부채질을 한다. 중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는 여름 방학 때마다 원하는 곳으로 4개의 무거운 짐꾸러미들을 들고 거침없이 뛰어간다. 아담한 채구의 그는 50이 넘었다고 보기 힘들 만큼 열정적이다. 남편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해 준 여행이 저자 삶의 클라이맥스가 되어 주는 것 같다. 일 년 열두 달이 같은 화음이 아니라 여름이 다가오면 환희와 기쁨의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공감이 간다.


페로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저자 또한 여행 중 만난 한국 신혼부부로부터 듣게 되고, 그곳에 발자국을 꾹 눌러 찍는다. 여행 중 중요한 것이 음식과 머무는 공간이다. 거창한 먹거리가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 섭취가 가벼운 여행의 리듬을 준다. 홈스테이, 호텔, 에어비엔비 숙소, 유스호스텔, 탠트에 자신의 몸을 어떤 환경이든지 살포시 내려놓는 지혜는 다년간의 여행 경험 덕분일 것이다. 호텔 싱글룸이 게스트 하우스 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는 것도 책은 알려 준다.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는 저자를 핀란드로 불러들인다. 일본어로 갈매기라는 뜻의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의 꿈은 소박하다. 핀란드 갈매기처럼 사람들을 잘 먹여 통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강은경 작가의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이라는 책은 저자의 또 다른 여행 동기가 된다.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읽으면서, 잠시 동여 되었던 지난날의 감정이 떠오른다.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는 동화 속 캐릭터 같은 퍼핀 새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덴마크 령인 페로 제도의 사진들은 정겹기 그지없다. 느닷없이 마을을 감싸는 안개가 잔디 지붕의 단층집들과 잘 어울린다. 집들 모두 단층이고, 산을 등뒤로 두고, 앞은 물을 바라보듯이 나열된 사진들은 우리나라 ‘배산임수’의 원칙을 떠오르게 한다. 도심 속 복잡한 곳에서 사람을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살포시 내려 두게 만든다. 그들의 생계는 어업이고, 관광객들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생을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인생철학이 궁금해진다.


생애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4박 5일간의 트랙킹 일정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할애되어 있다. 아이슬란드에만 있는 독특한 트랙킹 일정 같다. 정해진 곳까지 걸어가 하룻밤 지낼 곳에 탠트를 치고, 자연 속에 잠을 자는 과정은 오로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가질 수 있었을 것 같다. 약간의 두려움으로 걷고 또 걸으며, 자연에서 만나는 낯선 외국인들 조차 희망으로 보인 저자의 마음이 보인다. 키 큰 캐나다 커플을 뒤쫓아 걸어가는 키 작은 동양 여인의 안간힘이 정겹다.


삶의 길도 이처럼 막막할 때, 그 누군가의 길을 쫓아간다는 느낌으로 걷다 보면 희망이 생길 것 같다.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더 멋스럽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이 떠오른다. 낯선 이탈리아 공원에서 현지인들의 눈길을 받으며 홀로 걸었던 공원의 불안감이 여행의 또 다른 맛 일 것이다. 삶 속에서 만나는 익숙함이나 친숙함, 그리고 안전감은 단맛이지만, 슬픔과 좌절은 쓴맛이다. 홀로 하는 여행에서 만나는 낯섦이나 약간의 긴장감은 신맛이 아닐까. 삶의 맛을 다채롭게 해주는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다면, 그 낯선 것들에 대한 거침없는 발걸음에 용기를 내라고 응원해 주는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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