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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좋은 삶을 위한 안내서]-윌리엄 B. 어빈

by 조윤효

목수는 나무로 작품을 만들고, 조각가는 청동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 말한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오늘 하루를 가지고 무엇을 하지? 분주한 하루 속에서도 질문들이 강아지들처럼 계속 따라붙는다.


철학 교수가 들려주는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 이야기다. 삶 자체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철학이 필요함을 들려준다. 갑자기 생긴 공돈에 가슴 설레면서, 어떻게 쓸지를 생각하면서도, 돈 보다 더 가치가 있는 시간을 가진 내가 가슴 설렌 적이 있었던가? 벅차게 주어진 이 젊은 시간들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래서 철학이 필요함을 알 것 같다. 돈 사용에 기준이 있을 때 낭비가 없다. 삶의 구성요소인 시간을 쓰는데 기준을 잡아주는 게 철학이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삶의 철학은 없지만, 절대 택해서는 안 되는 삶의 철학이 있다고 말한다. 완벽하지 않은 삶의 철학이라도 가지고 사는 편이 철학 없이 사는 것보다 낫다는 저자의 조언이다. 종교를 대신한 자리에 스토아 철학을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한 사람이다.


스토아 철학은 인간 마음의 작동을 면밀히 관찰한 심리적 요소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인간의 기본 욕망은 시대가 변해도 비슷하기 때문에, 스토아 철학은 유행 없이 지속적으로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다. 책은 스토아 철학의 등장, 스토아 철학의 심리 기반, 스토아 철학의 조언과 오늘의 삶을 위한 스토아 철학을 이야기한다.


철학을 배우기 위해서는 인간 삶에 대한 관심이 먼저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말하듯이, 철학은 삶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삶의 기술을 연마하는데 필요한 도구다. 철학의 시작을 부른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천상에서 사람이 사는 도시와 가정으로 끌어내린 최초의 인물(키케로의 말이다)로서 두 명의 제자에게 영향을 주었다. 스승의 이론적 관점을 취한 플라톤과, 좋은 삶에 관한 관점을 취한 안티스테네스가 현존하는 철학의 기본 흐름이 된 것 같다.


삶에서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종교가 건네는 조언은 두리뭉실하다면, 스토아 철학은 명확성 덕분에 마음속 갈등이 적을 것 같다. 도로에 있는 신호등을 보고 지킬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과 철학하던 곳인 아고라에서 시작해, 플라톤이 만든 아카데미아는 철학을 위한 명시적 장소였다. 저자의 말처럼, 현대에 철학 학교가 없다는 것이 부끄럽다.


초창기의 스토아학파는 이성을 강조한 논리학, 주변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자연학, 삶의 철학을 담은 윤리학이 기본이다. 논리학이 작물을 키워내는 담장 역할을 한다면, 자연학은 작물을 키우는 흙 역할을 하고, 밭에서 자라는 작물이 바로 윤리학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스토아 철학자인 제논은 금욕주의를 버리고 행복 윤리학을 중요시했다. 삶이 선사하는 좋은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영혼으로 좋은 삶과 행복한 삶에 관심을 갖게 한 윤리학인 스토아 철학은 행복주의를 담고 있다.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인 덕은 탁월성을 드러나게 해 준다. 로마 스토아 철학은 덕을 성취해서 평정심을 얻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평정심으로 다시 더 높은 덕을 쌓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좋은 삶의 기술이 연마되는 것이다.


로마의 4인 스토아 철학자로, 세네카, 무소니우 루푸스,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있다. 스토아 철학을 자신에 맞게 변화시켜 나라를 이끌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잘 알려진 책이다. 그의 철학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작은 등불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큰 오빠가 대학 들어가는 작은 오빠에게 선물했던 명상록을 내가 가지고 있다. 빛이 바래 낡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들과 동생을 생각한 형의 마음 담긴 메모가 좋아 버릴 수 없는 책이 되었다.


스토아 철학의 심리 기법은 일상에 도입해 볼 수 있는 실용적 기법들이다. 끊임없이 원하는 삶은 쾌락 적응력에 의해 마치 바닷물을 마시듯 그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지금 손에 든 소중한 것이 사라질 때 겪을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부정적 시각화를 통해 주변의 세상에서 당연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진 것에 눈을 둘 때, 마음은 가벼워지고, 머리는 맑아지며, 수행이 잘된 스님들 얼굴빛처럼 편안한 미소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약간 떨어져 관찰하듯이 보면서, 나쁜 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인식하는 투사적 시각화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상함을 자주 떠올릴수록 진정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한다. 100년이라는 삶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삶의 세트지만, 하루라는 시간은 영원처럼 살 수 있는 길고 긴 여정이라는 마음 연습이 필요하다.


평정심이라는 내면 목표를 세울 때 실패를 대하는 심리적 태도가 바뀌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나 지금 문득 찾아든 아픈 현실에 대해서는 운명론을 믿어 버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내 손안에서 재단해 가는 옷감으로 생각해 보는 지혜도 스토철학의 좋은 점이다.


자기 통제를 위해, 실제로 불편한 상황으로 살아보는 자발적 불편도 스토아 철학의 심리기법이다. 독감 예방 주사가, 감기 바이러스를 몸에 미리 넣어 우리 몸 스스로가 이겨내는 훈련을 해 더 독한 감기를 이겨낼 힘을 길러 내듯이 자발적 불편을 통해 용기와 절제의 기술을 얻게 될 것 같다. 굶어봐야 음심의 참맛을 느끼고, 집 밖에서 헤매봐야 안락한 집에 대한 감사함이 생기듯, 지금 삶이 너무 편해 영혼의 긴장감이 없다면, 스스로 자발적 불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잠자리 명상을 실천해야겠다. 어지러운 나라 정세로 유튜브에 몇 달 동안 심취해 있었다. 이제는 휴대폰에게 혼자 고요히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겠다. 잠들기 전에 그날 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평범한 삶과 기본만 갖춘 생활에서 기쁨을 찾는 능력을 깨워 명성과 부에 대한 지나친 욕심의 잡초가 영혼의 정원을 점령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제대로 된 삶의 철학 없이 맞이하는 노년은 한 번뿐인 삶을 낭비했다는 후회를 나을 것이다. 건강이 쇠약해져 어떤 것도 당연시하지 않은 80대 할머니가 완벽한 건강으로 모든 것을 당연시하며 삶을 지루해하는 20대 손녀 보다 더 기쁘게 살 수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좋은 삶을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스토아 철학이다. 스토아 주의자들은 삶을 즐기고 살아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도 기쁨을 느끼고, 그 기쁨 자체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사람 들이다.


인간관계에서 만나는 모욕, 내 안에서 불쑥 나타나는 화를 조용하게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유머가 최고의 명약이 될 수 있음을 조언하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화를 온화한 얼굴과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느린 걸음으로 바꾸어 보라고 한다. 우리의 내면이 외면을 닮아 간다고 조언한다.


진화 프로그램으로 조상의 생존, 번식법이 도움이 되었지만,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비참한 삶을 살게 한 유전적 걸림돌이다. 불안, 슬픔, 두려움이라는 부정적 에너지는 생존을 유리하게 한 질병이었지만, 스토아 철학이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책을 읽는 동안 믿음이 생긴다. 스토아 철학을 통한 생존 질병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어 더 큰 기쁨을 느끼게 도와줄 것 같다.


자기 규율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으로 무엇을 해야 할는지 알 수 있다. 자기 규율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상황이 정해주는 길을 평생 따라다닌다. 그 결과 삶을 잘못 살 위험이 크다.’

스토아 철학 실천은 느리게 꾸준히 걸어야 하는 산책길이다. 스토아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한 저자의 책은 좋은 삶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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