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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장병혜

by 조윤효

아이를 키우는 일은 신의 영역과 닮아 있다. 온전히 나만을 의지하는 아이를 보호하고 돌보다가, 서서히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조용하게 지켜보는 게 부모다. 이처럼 신성한 일이 또 있을까. 한때 아이였던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여정을 걷다 보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아이는 삶이라는 여정에서 가벼운 짐은 아니지만, 기쁘게 안고 가야 하는 신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와 윤석열 전 대통령들이 만약 자신의 아이를 기른 부모였더라면 분명히 다른 행동을 했을 것 같다. 아이를 길러야 어른이 된다는 조상들의 이야기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책은 출판된 지 오래되었고, 저자 또한 현재 92세의 나이이지만, 변하지 않는 자식교육의 정석을 들려준다. 19살에 간 미국 유학은 당시 극히 드문 선택이었다. 그리고 부인과 사별한 중국인 남편과 그의 아이들 3명을 미국에서 만나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 낸 저자의 선택은 더 독특한 선택이다. 이혼한 오빠의 딸까지 키워낸 저자는 분명 4명의 어린 영혼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다. 훌륭하게 아이들을 키워낸 저자만의 노하우는 아직도 서툰 부모 초년생들에게는 귀한 철학을 심어 줄 것 같다.


아이의 인생을 한해 살이 잡초가 아니라 100년 또는 1000년이라는 긴 여정을 살아가야 하는 거목으로 보고 양육하는 기본력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기본력이란 나무의 뿌리 같은 것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성장한다. 그 뿌리가 되는 교육이 부모가 가정에서 행하는 교육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기본력을 갖춘 부모인지를 먼저 점거해 보는 게 우선순위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를 스스로 자문해 볼 때, 아이를 키우는 일이 나를 다스리는 일 중 하나라는 것도 알게 된다.


책은 아이를 거목으로 자라게 하는 힘, 아이의 백 년 인생을 좌우하는 9가지 기본력, 그리고, 아이의 백 년 인생을 생각하는 부모들을 위한 7가지 지혜를 들려준다.

아이를 거목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은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보다 긴 시각으로 인생을 통틀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기본 저력을 길러 주는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기본 생활로 기상, 취침, 식사시간을 정해두고 지키게 하는 것 부터다. 자기 물건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주고, 손쉬운 일부터 집안일을 거들도록 하는 것들이다. 작은 일을 잘 해내야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 공부력을 중요시하지만, 공부의 바탕이 되는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워주는 기본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또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기본 교육이다.


귀중한 시간을 중요하지 않은 다른 목적으로 탕진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다. 하루라는 삶이 자칫 연기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해진 기본틀을 정해 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배워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다. 부모가 도공의 자세로 자식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함을 알 것 같다. 나는 어떤 손으로 아이의 성장을 조심스럽게 이끌어 한 인간으로서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까. 잠든 아이의 모습을 가끔 바라보면서, 나의 부족한 능력으로 내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학습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 꿈꾸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 한다. 그 누군가의 꿈이 실현된 현재를 우리가 누리고 살기 있기 때문이다.


가족 안에서 서로 위하는 법을 배우고, 남에 대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익혀 큰 그릇으로 자라 타인을 돕는 사람으로 키워낸 저자만의 다양한 일화들은 읽는 재미를 더 해 준다. 미래 사회의 리더는 개인적 재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공감한다. 즉, 공존 지수 NQ(Network Quotient)가 높은 사람이 미래 사회의 리더가 되기 쉬운 것이다.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고, 사람이 사람을 도울 때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 같다.


아이를 잘 키워낼 부모가 갖추어야 할 4가지 기본력을 소개하고 있다. 부모 스스로가 떳떳한 삶을 살아가야 하고, 조건 없는 희생심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세운 원칙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하며, 내 아이뿐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가 함께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에서 제안한 아이의 백 년 인생을 좌우하는 9가지 기본력은 다음과 같다. 실패력, 철학력, 행복력, 리더력, 독서력, 커뮤니케이션력, 영어력, 경제력 그리고 자기 통제력이다. 미국에는 실패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우수한 기업으로 자리 잡은 다수의 기업들이 실패를 통해 성장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학력이란 철학자들의 주장이나 책이 아니라 일상생활, 당신의 생각, 아이의 생각, 부모의 생각 그리고 친구의 생각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힘을 말한다. 어려운 용어로 설명되는 것 만이 철학이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들이 모두 철학이 될 수 있다.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오랜 정성과 추억 그리고 충분하게 받은 사랑들이 어느 순간에나 자신을 지켜 주는 힘이 되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된다. 자기만의 세계는 부모가 주는 사랑과 정성이 추억이 되어 인생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아이에게 물질적 선물이 아니라 가슴 뛰는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부모가 어떤 조건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 같다. 행복의 열쇠라 불리는 자긍심이 자연스럽게 피어날 것 같다.


세상을 읽어내는 힘이 독서력이라고 한다. 책 읽기를 완성시키는 최종의 행위인 글쓰기 또한 분명 아이가 세상을 살아 가는데 필요한 귀한 능력이 된다.

아이의 의견을 듣고, 작은 일에도 의견을 구하며 아이에게 자주 질문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가진 의견에 부모의 보충이 더하는 일상이 반복될 때, 아이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 공영어인 영어 구사는 당연 삶의 질과 폭을 넓히는 평생의 도구가 된다.

무조건 아끼는 습관보다는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를 부모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돈을 대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합리적이어야 할 것 같다.


더 큰 결과를 얻기 위해 순간적인 욕구와 눈앞의 작은 만족을 자제하는 능력이 자기 통제력이다. 훈련받는다는 느낌이 없도록,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게 하려면,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환경을 점검하며, 적절한 보상과 칭찬으로 성취감과 자긍심을 심어 주면 자기 통제력이 생긴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뚜렷하게 의식하고 실천하는 힘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매 순간 지속적인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삶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보행자의 눈길을 뺏는 다양한 사건들이나 광경이 나타난다.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시간은 짧다. 지나고 나니 집중하지 못했던 시절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아이의 10년 후를 생각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앞서가는 교육이 아니라 반복을 통한 완전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그 선택이 기본력을 키워줄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면, 집중력이 올라가고, 행동이 능동적이 되며, 모든 일에 능률이 오른다.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고 학습력도 올라간다는 것을 저자의 아들 피터의 어린 시절 일화로 보여준다. 엄마는 아이가 제대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생활의 모든 것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고, 칭찬을 할 때는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온 마음을 다해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 원칙이 없으면 잔소리가 된다는 말도 반성을 부른다. 훈육과 잔소리의 차이는 잘못의 대상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다고 한다. 저지른 행동에 대한 훈육이 필요한 것이지, 아이 자체에 대해 잔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이 모호한 경계의 선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부모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게 되면 정말 해야 할 반성을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는 일이다. 도공이 재료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길이 무딘 것을 알아차리게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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