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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한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 허필우

by 조윤효

자신만의 성에 모래가 가득하다. 책을 읽는 것이 수많은 모래를 하나씩 성안으로 넣는 일이라면, 글을 쓰고 사색하고 삶에 변화를 이끄는 실천은 집을 짓는 일이다. 모래를 모으느라 분주해 그것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에 게을렀다. 많이 읽고 싶은 욕심에 달리기 하듯 읽고 있었다. 읽기라는 모래를 모았다면, 그것을 요리조리 섞어 원하는 것들을 디자인하는 게 쓰기다. 디자인이 완성되었다면, 이제는 실천을 통해 실제 물건을 만든다. 그래야 삶이 변한다.


책은 독서 후 ‘게임 체인지 GC (Gain & Change)’ 카드 만드는 법을 잘 소개하고 있다.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 제품 등을 이르는 말’인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에서 응용하여 저자가 만든 용어다.


일주일에 한 권을 읽되, 책을 잡고 있는 시간보다 책을 놓고 있는 시간에 더 의미를 두는 저자만의 지혜가 느껴진다. 읽는 사이사이 관련 내용을 일상에서 사색하고, 읽은 후의 절차들이 그의 삶을 변화시켰다. 넉넉잡아 5시간 읽는 시간을 확보하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1시간, GC독서 카드 정리 2시간 그리고 SNS 올리는 글을 쓰는데 2시간을 일주일 속에 패턴을 만들어 두었다. 일요일 저녁 한주의 결과물인 GC카드를 보면서 글을 SNS에 올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 때면, 뿌듯함이라는 선물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월요일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김정훈의 <에디톨로지>를 읽었는데, 그 속에 담고 있는 원석을 찾아내지 못했다. 저자는 그 원석을 찾아 보물로 만든 것 같다. <에디톨로지>에 담긴 독일 교육법인 ‘카타이카르텐(인덱스 함의 카드에 공부할 내용을 적어 자주 꺼내 보면서 기억력을 강화하는 법)’을 응용해 GC카드를 독후 활동에 넣었고, 읽은 책들을 10개 주제로 분류해 정리했다. 한 장의 카드를 분류하면서 다른 카드를 다시 꺼내 읽어 연결시켜 보는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진행이 된다. 분류된 카드를 수시로 꺼내 읽어 보고, 연결해 보면서 뇌는 책의 정보들을 장기 기억 속에 저장 한다. 책의 제목처럼 한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 효과를 가져온다. 분류와 연결을 통해 더 나은 지식의 총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책을 읽는것이 수동적 흡입이라면, 책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역동적 발산이다. GC카드로 정보를 재분류하고 통합하는 일을 업무에도 적용시켜 9급 공무원이었던 저자가 4급 공무원과 교수까지 하게 된 것이다. 삶에 변화를 주는 독서 결과를 보여준다.


가족이 여행할 곳을 책으로 먼저 공부하고, 함께 여행하는 것 또한 지혜롭다. 한때, 우리 가족도 함께 여행지를 선정하고 온라인을 통해 미리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고 떠나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지속할 수 없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 또한 작곡가를 공부하고 음악 감상을 하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세상은 딱 내가 아는 것만큼만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눈앞에 펼쳐진 멋진 공원을 두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수년동안 누리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이사를 앞두고서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거닐다 보니, 그제야 진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곁에 있는 산과 강과 바다 그리고 공원들과 박물관들은 또 하나의 책들이다. 유홍준 교수의 <아는 만큼 보인다>에서 이야기하듯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삶에 딱 맞는 표현이다. 그 앎을 위해 필요한 것이 독서이고, 앎이 기억 속에 오래 저장되어 서로 자연스럽게 통합하게 해주는 것이 GC카드다.


독서라는 일상을 생활 속에 넣기 위해서는 허들이 낮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이 간다. 먼저 쉽게 읽히는 자기 계발서부터 시작해 문학, 인문으로 서서히 진행해 가면 된다. 독서는 삶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재료다. 읽은 후 쓰고 사색하고 기억하면서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이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든다. 재능보다 앞서는 것이 인내라고 한다. 매일, 매주, 매달, 매년 실천가능한 루틴을 만들어 낸다면, 시간이라는 강물이 모래를 쌓아 땅을 만들어 주듯이 자신 만의 영역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책을 읽고 독서 카드를 만들었다. 단지, 아이패드 노트 기능을 이용해 읽은 책들을 9가지로 분류했고, 기존에 쓰던 브레인스토밍 그림이 아니라 저자의 추천 방식을 이용해 메모를 해두었다. 가장 효율적으로 느꼈던 것이 읽었던 책을 손쉽게 다시 꺼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달리기 하듯 급하게 읽는 책 읽기가 아니라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읽은 책을 분류하고 서로 연결해 보는 과정도 기대가 된다. 책이 스승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효율적 독서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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