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Our own little paradise]- Marianne Kaur

by 조윤효

단순한 스토리 구조로 이해하기 쉬운 문장들이 책을 완독 하는데 빠른 템포를 준다. 맛있는 간식을 먹듯이 처음 몇 개를 먹다가 나도 모르게 한 봉지를 다 먹게 되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계속 읽게 되는 책이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 빈부의 격차를 느낄 수 있고, 그 시절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감정들을 맛볼 수 있다. 주인공 Nora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반에 짝사랑하는 Marcus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는 내성적이며, 친구가 없다. 새로운 학년부터 함께할 Wilmer가 전학을 왔다. 6학년 마지막 날 54일이라는 긴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오간다. 중산층 이상의 삶인 반 친구들은 핀란드, 타일랜드, 두바이, 그리스 등 다양한 나라에 갈 계획을 이야기한다. 선생님의 여름방학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반친구들은 외국이나 휴양지에 대해 발표한다. 주인공 노라는 갈 곳이 없다. 직장이 없는 엄마는 주 정부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 결국, 반친구들에게 Tropic에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돈을 달라는 소리를 하면, 짜증을 내는 엄마 때문에 친구 생일 파티에도 갈 수 없어 고민하는 어린 소녀의 마음이 안쓰럽다. 결국, 생일 선물을 깜빡하고 들고 오지 않았다고 변명하며 반에서 인기가 많은 올리비아 파티에 참석한다. 처음 가보는 반 친구집에 대한 묘사와 자신의 엄마와는 너무도 다른 올리비아 엄마의 옷차림에 대한 글들을 통해 12살 아이가 만나는 세상이 보인다. 나에게도 이런 기억이 있다. 밭일과 소를 키우는 우리 엄마의 옷과는 달리 집 근처 삼대대 부대에 대대장 관사에 살던 어린 시절 내 또래 두 남매 엄마의 깨끗하고, 예뻤던 하얀 블라우스가 떠오른다.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시절이다.


여름방학 동안 집에 혼자 있는 대신,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사는 할머니 집으로 가야 하는 노라는 거짓말을 한다. 가상의 친한 친구 마리아와 매일 바닷가로 놀러 다니며, 즐겁게 생활하는 것처럼 꾸민다. 가난에 대한 절망으로 마음이 지친 노라의 엄마는 늘 피곤한 눈으로 침대에 누워있을 때가 많다. 사랑과 가난은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노라의 엄마는 그 가난을 고스란히 딸에게 드러낸다. 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식사는 피자와 시리얼 등 간단하고 단조롭다. 마치 그녀들의 삶처럼.


새로 전학원 윌마는 파산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가난한 마을인 Chaplin Court에 이사 온 노라의 이웃이다. 가난한 동네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사회적 잣대가 물과 기름처럼 나누어져 있다. 우리 사회 또한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아파트가 잘 사는 곳인지, 어떤 아파트가 임대 아파트 인지... 아이들부터 그런 분류를 무의식적으로 알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방학 첫날부터 심심해하던 윌마는 노라집에 노크를 하고, 노라는 자신의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집에 없는 듯이 행동하지만, 결국 함께 놀게 된다.


버려진 아파트 지하실에 한때 열렬한 사랑을 했던 전경비 Anton의 편지, 반지 그리고 그의 사랑 Frida에 대한 마음을 노래한 시집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파리에서 모델 활동을 위해 떠난 프리다와 끝내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안톤의 이야기는 어린 두 주인공의 흥미를 끌어당긴다.


거짓말도 길어지면 꼬리가 잡힌다. 노라는 열대지역에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반친구들의 좋아요 라는 버튼에 행복해한다. 버려진 아파트에서 윌마와 함께 열대지역 느낌을 주기 위해 벽에 그림을 붙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마치 소꿉놀이 하듯이 아파트라는 공간을 가상의 열대 지방으로 만든다. 자신의 삶을 버거워하는 엄마 아빠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공간에서 나름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낸다. 그곳에서 또한 사진을 찍어 올리지만, 결국 반 친구 올리비아와 엠마가 노라의 거짓말을 알게 되고, 집까지 두 친구가 찾아온다.


어쩔 수 없이 윌마와 함께 놀던 버려진 지하 아파트까지 함께 가게 되고, 그 두 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윌마의 파산된 아빠 이야기와 촌스런 그의 외모까지 이야기하게 된다. 숨어서 이야기를 모두 들었던 윌마는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준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마. 어린 시절 우리 옆집 윤근이는 팔 하나가 없었다. 삼대대 부대가 근처에 있어, 군용차들이 수시로 마을을 가로질러 운전해 다녔다. 그때 어린 윤근이가 군용차에 치여 팔 하나를 잃었다. 초등 시절 어렸던 나도 놀다가 틀어지면 팔이 없는 그를 놀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잘못이 여전히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 있다. 사과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큰 잘못을 했다는 죄책감이 있다.


노라는 윌마와 다시 친구가 되고 싶어 노력을 한다. 프리다가 살고 있는 요양원에 찾아가 그녀를 한때 사랑했던 안톤의 반지와 시집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노라가 건네준 선물은 지친 프라다의 눈에 생기를 준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노년 삶에서 가끔 꺼내먹는 간식 같을 것 같다. 꺼내서 맛보고 다시 소중하게 넣어 두고. 삶이란 소중한 경험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화해를 하지 못한 상태로 개학을 하고, 노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과를 한다.

‘Welcome to the tropics. Wilmer and Nora`s paradise’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반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가장 친한 친구 윌마와 함께 만든 열대지방에서 최고의 여름휴가를 보냈다고 발표한다. 두 어린 친구가 주고받는 웃음이 따뜻하다.


삶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공간이다. 외부에서 주는 것들로 행복의 성을 쌓을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만들어 내는 편안함의 성역을 가질 때, 삶은 경이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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