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스커피, 코스피어
어제처럼 아홉 시에 일어나 카페로 향했다. 오늘의 시작은 모모스커피 온천장 본점. 가는 김에 코스피어까지 들르기로 계획을 세웠다. 온천장역에 내려 조금 걷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 시간인데도 카페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야외 테이블과 긴 테이블 좌석만 남아 있었다. 한여름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 야외 자리에 앉아보기로 했다.
따뜻한 드립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에티오피아 웨시 부키사 워시드'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있는데 왼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주연 바리스타님이었다. 순간 연예인을 본 것처럼 놀랐다. 괜스레 수줍은 마음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음료를 기다리며 원두 진열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패키지가 고급스러워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종류도 다양했다.
드립 커피와 함께 나온 카드의 문구처럼 커피의 맛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말린 재스민과 천도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퍼지더니 끝에는 시트러스의 화사한 산미가 남았다. 꽃향과 과일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마지막에는 블랙티 같은 깊은 맛이 더해졌다.
시간이 지나며 날씨가 점점 더워지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때문에 마치 야외 사우나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야외에 앉았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아래 돌담길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마저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신 뒤, 온천장에서 코스피어까지 천천히 걸었다. 날은 조금 더웠지만 길이 예뻐서 그 어느 때보다 여름을 충실하게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피어에서도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에티오피아 시다마 타미루 알라체 아나에로빅 내추럴. 이곳의 드립 커피는 LILY, APPLE MANGO, BLUEBERRY, PEACH, JUICY - 커핑 노트에 적힌 설명 그대로의 풍미가 느껴졌다. 지금까지 마신 드립 커피 중 가장 인상 깊은 맛이었다. 한 모금마다 다채로운 맛이 났다. 애플망고의 달콤함 뒤로 블루베리의 산미가 이어지고 은은한 꽃향이 입 안을 감쌌다. 원두를 사 가고 싶었지만 내 드립 실력으로 이 맛을 그대로 낼 자신이 없어 다음을 기약했다.
드립 커피 두 잔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속이 조금 쓰려 원래 가려던 다른 카페들은 뒤로한 채 천천히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 들르고 싶은 카페 두 곳을 저장해 두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