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으로 오시는 어르신 중에 사장님과 내가 쫌 어려워하는 어르신이 계신다. 손님들을 다 똑같은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로봇이 아니어서 이기도 하고, 어떤 어르신은 우리의 친절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고,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필요 없는 대화를 줄이신 분도 있고,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다
손님 중에 연세가 있음에도 사업체를 꾸준히 운영하고 계신 분이 있다. 나도 그 회사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분이 사장님과 내가 어려워하는 손님 중에 꼽힌다. 이분은 시간이 돈인 분이시다. 항상 미리 예약 전화를 하는 비서분이 계시고, 부득이하게 보청기를 새로 맞추는 경우가 아니라면 센터에는 비서분만 오셔서 보청기 청소를 받거나, 그때그때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신다.
그러던 중에 어르신에게 위에서 얘기했듯이 새로운 보청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보통 보청기 수명은 5년이다. 사용기한이 그쯤 되면 성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르신은 사업을 운영하시다 보니 보청기 성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자주 있는 회의에서 큰소리가 나와야 하니, 보청기를 하나 새로 해서 기존 보청기와 상황별로 번갈아 가며 사용할 생각과 서브 보청기로 보청기가 갑자기 고장 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로 하셨다.
그렇게 어르신이 보청기를 새로 하시고 6개월이 지나서 센터에 다시 방문하셨다. 새로 보청기를 구매하실 때 어르신 청력 검사를 했고 기존 청력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으며, 새로운 보청기의 성능이 좋은 점을 감안해서 사장님께서 기본 세팅을 새로 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최근 들어 보청기 기본 세팅 값이 커져서 방문하셨다는 것이다. 의아해하며 다시 청력 검사를 진행했다. 건강검진을 하러 갔을 때 받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소리 들리는 방향 쪽 손을 들어 확인하는 방법보다는 훨씬 체계 적으로 청력 검사가 이루어진다. 검사기가 있는 부스 안으로 들어가 소음을 차단하고, 오른쪽 귀 따로 왼쪽 귀 따로 각각의 주파수에 따라 반응하는 데시벨을 확인한다. 주파수 1000, 2000, 3000, 4000, 6000 그리고 다시 1000, 500,250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반응을 확인하는 검사와 더불어 보청기를 착용한 검사도 추가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근무를 하면서 청력검사를 하면 그날그날 검사받은 분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어제 검사값과 오늘 검사값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경우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 어르신의 경우처럼 정말로 청력이 좋아진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허벅지 근육이나, 복근은 그 부분을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해서 나이를 먹어도 식스팩을 가질 수 있지만, 청각기관은 유전적인 부분과, 노출된 환경에서의 소음으로 사용할수록 나빠지기만 하는 신체기관이다. 마치 무릎 연골과 같다.
그래서 청력이 조금이라도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현재 청력을 유지하고자 하거나, 나빠지는 속도를 좀 천천히 늦추려면 평상시 책을 소리 내서 1시간 정도씩 매일매일 꾸준히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보청기 센터에 오시는 어르신들 중에 보청기를 해도 효과를 못 보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 수가 아주 많다. 귀가 나빠진 지 오래되면 아무리 성능이 좋고 비싼 보청기를 착용해도 정작 상대방 말소리는 또박또박 안 들리고, 열린 창문으로 차들이 씽씽 달리는 소리, 집안에서 딸그락 거리는 그릇소리, 시끄럽게 물 내려가는 소리, 여름날의 맴맴 매미소리만 역으로 크게 들리는 상황에 놓인다. 청신경이 나빠져서 의미 없는 소리들만 크게 들리고, 정작 중요한 말소리는 분간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거나,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청신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들릴 정도 목소리를 내서 책, 신문등을 읽고 그 소리를 본인 귀로 다시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장님은 종교에 따라 성경책을 추천하기도 하셨다. 하지만 본인이 귀가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으로 훈련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사장님께서 몇몇 분들에게 이 방법을 힘주어 말씀드렸어도 10명 중에 한 명이 몇 번 시도해 볼 뿐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바로 하루 1시간은 어려울 수 있으나 차츰차츰 시간이 쌓이면 효과가 분명 있음에도 책 읽는 습관이 없고, 눈도 예전보다 안 좋고,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인걸 알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시골에 계신 엄마도 언제부턴가 TV 볼륨 단계를 높이셨다. 가족들과 일상을 나누는 소중한 대화를 오래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소리 내서 책 읽기를 다시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또 엄마에게 부탁 어린 잔소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