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 누비

by 자하

오늘 저녁, 엄마의 작업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줄곧 자수를 해왔다. 작은 꽃무늬부터 시작해서, 정성껏 한 땀 한 땀 새겨 넣은 새와 나무들,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장면까지 천 위에 담아내셨다. 엄마의 자수는 늘 집 안 구석구석에 놓여 있었고, 나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풍경처럼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 엄마는 조금 달라졌다. 자수만 하던 손길이 이제는 색실누비라는 새로운 길로 향하고 있다. 나는 처음에 색실누비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누비는 그냥 천을 덧대어 따뜻하게 하려는 바느질이라고만 알았는데, 그 속에 색실을 더해 무늬를 만든다니 신기했다. 바늘땀 자체가 그림이 되고, 선이 되고, 패턴이 된다고 한다. 자수가 실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면, 색실 누비는 바늘땀 자체로 무늬를 ‘짜내는’ 일이라는 게, 듣기만 해도 엄청 다른 세계 같았다.


엄마는 요즘 책상 위에 여러 색의 실을 차곡차곡 놓아두고, 한참 동안 그것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신다. 어떤 무늬로 엮어낼지, 어떻게 천 위에 선을 세울지, 눈빛이 반짝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처럼 설레는 마음이 느껴진다. 나에게는 바늘과 실이 그냥 도구일 뿐이지만, 엄마에게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열쇠 같아 보인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에게 바느질이 단순한 취미가 아님을 깨닫는다. 자수에서 색실누비로 이어지는 과정은, 엄마가 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나아가려는 여정 같다.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삶 전체의 리듬까지 바꾸어 놓는 것 같았다.


앞으로 엄마는 어떤 무늬를,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실까. 색실누비 다음에는 또 다른 길을 발견하실까. 오늘따라 엄마의 바늘땀이 단순히 천 위에 남는 게 아니라, 우리 집안의 시간 위에 무늬를 새겨 넣는 것처럼 느껴졌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