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 E의 행복 >
34평 남짓한 아파트였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마치 땅 속에 지어져 있는 개미 소굴처럼 사람들이 득실득실거리는 곳에서 E의 가족은 살았다. 좁고 축축하지도 않았고 따뜻함만이 넘치는 곳에서 E가 다섯 살이 되었을 무렵 그녀의 아버지는 말하셨다.
1년 뒤 나는 나의 행복에 곧 도착하게 될 거야. 그렇다면 너도 언젠가 너의 행복에 도착하겠지. 그걸 항상 기억하며 살아가렴.
다섯 살의 아이는 들었던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E도 그러했고 그녀의 아버지가 하셨던 말을 이해도 하지 못한 채 까먹어 버렸다. 그리고 정말로 1년 뒤 E의 아버지는 그가 했던 말 그대로 행복을 찾으러 떠났다. 어느 날 갑자기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눈을 감은 아버지의 표정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도착할 지점을 미리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일곱 살이 되지 못한 E는 아직도 세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연약한 육체를 벗어던지고 해방을 그리며 떠난 곳은 그녀가 살아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가 떠나고 어머니는 며칠간 말이 없었지만 그 후로 기력을 되찾으시고 자주 그녀를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괜찮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리고 몇 달 뒤 E에게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곧 행복을 찾으러 떠난다고 하셨다.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똑같은 표정을 지은 어머니가 똑같은 행동으로 지내오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E는 며칠 전에 샀던 파프리카를 아삭거리며 씹었다.
둘은 뭔가를 숨기기에는 아주 재능이 없는 거 알고 있어?
어머니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E의 파프리카를 뺏었다.
E. 너는 뭐가 되고 싶니.
전혀 문맥에 맞지 않는 질문이었지만 E는 당황하지 않았다.
생각해보지 않았어.
나는 네가 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
그저 행복하게만 지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