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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by 자하

< J가 죽고 나서 >

시계를 보니 이미 출근해야 할 시간이 훨씬 넘어있었다. 이대로 상사에게 전화를 하면 자신은 또다시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맨날 아프기만 하는 사람으로 각인될 것이고 그렇다고 늦게 도착하면 지각을 일상으로 삼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결과는 항상 나쁠 것이었다. 그에게 세상은 단 한 번도 좋은 적이 없었다. 단 한 번의 행운도 오지 않았던 그에게 희망이란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자신이 죽어서는 뭐가 남을까란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할만한 아주 단순한 생각. 분명 다른 사람들이라면 넘쳐나는 돈과 집,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추억이 남을 것이다. 사소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남게 되는 사람들의 죽고 난 후의 무덤은 잡초가 자라지 않고 초록 잔디와 꽃이 가득할 것이고 매년 찾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늙어버린 겉가죽도, 흉하게 쪼그라든 손과 피부도, 평생을 모았던 돈도, 결국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꿈도 남기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아이는 나를 기억이나 할까. 매일 늦은 밤 집에 들어가고 일찍 집을 나서는 얼굴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그녀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녀는 슬퍼는 할까.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사랑했었다고 말을 할까.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친구도 없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불쌍히 여기지는 않을까. 아. 오히려 영정에 있는 사진을 보곤 낯섦을 느끼겠지. 그제야 자신의 아버지는 이렇게 생겼었다고 말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