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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by 자하

< H의 애벌레 >


새하얀 설원 속에 홀로 있는 애벌레를 본 것 같았다. 연두 빛깔의 몸을 가진 살이 잔뜩 찐 한 마리의 토실토실한 애벌레.

나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넓은 언덕에서 무언가를 향해 기어가던 작은 애벌레를 보았던 것이 분명했다. 커다란 몸체 뒤에 접힌 작은 살덩어리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구부러뜨렸다. 마치 애벌레와 한 몸이라도 되는 양. 몸을 웅크리고 애벌레가 기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손을 허리에 붙이고 바닥에 배를 기댄 채 하얀 눈 위를 가로지르며 배가 고파질 때까지 그렇게 꿈틀꿈틀.





(책 수정이 거의 끝나가네요. 이제 세상에 나올 날이 머지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