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 H의 개미 >
대학교를 가는 길이었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하루에 환멸을 느끼는 도중에 아스팔트 위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신발 밑에서는 나뭇잎을 밟은 소리나 열매가 터진 소리 같기도 했고, 누군가의 작은 비명 소리 같기도 했다.
이상해.
H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발을 움직일 수도 쉽게 들 수도 없었다. 정확히는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무언의 압력이 그를 바닥으로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발끝까지 잡아당기며 움직여선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을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무서운 것을 밟은 것 마냥. 머릿속에 들리는 자신의 예상이 틀렸기를 빌며 발을 조심히 움직였을 때, 그때의 기분은 그 어느 무엇보다도 가장 끔찍했다는 것을 H는 아직까지도 말할 수 있다.
찌그러진 검고 작은 개미의 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