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

by 레미

총각 시절, 청소나 설거지 등 그래도 꾸준히 해왔다고 자부했건만 결혼하고 나서 꼼꼼하고 세심한 아내가 보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었다. 다른 집안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난 부족했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사랑하기에 얼른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결혼했건만 급한 것은 서로의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내는 나에게 과분하리만치 명석하고 똑똑했다는 것이다. 나의 상태를 파악한 뒤 원망하고 불평한 것이 아닌, 내가 할 수 있을 법한 것부터 꼼꼼하게 지시하고 체크했다. 물론 그 와중에 한 인생을 책임지겠다며 결혼해놓고 정작 같이 살아갈 공간을 관리할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내 마음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가 많이 참아 주었구나 싶다.

집안일을 '도와준다'라는 표현은 잘못되었다. 도와준다는 말이 자기가 주권을 행사하지 않고 능력을 굳이 발휘할 필요가 없는 공간에서 선의로 베푸는 행위라고 한다면, 같이 사는 공간에서 하는 일들을 도와준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집안일은 엄연히 '같이' 하는 것이다. 그 무게를 결혼하기 전에 제대로 느끼지 못한 나는 어리석었다.

결혼한 지 10년을 넘어가니 집안일이 제법 능숙해졌다. 물론 직장인인 내가 가정주부인 아내보다 더 많이, 더 잘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집에 있으나마나 별 힘이 되지 못하던 과거의 수준은 아니다. 실수를 하긴 하지만 집안일을 해놨어도 엉망으로 해놔서 다시 다 손대야 하는 예전 모습 또한 많이 사라졌다. 적어도 내가 집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아내가 그 차이를 피부로 실감할 정도로는 늘었다. 그렇게 나는 '남편'이 되어갔다.

늘 있는 일상사였기에 분명 내 부모세대가 어떻게 집안을 꾸려나가는지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지능이 떨어져서 봐도 모르거나, 안구에 문제가 있어서 못 보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긴 보았지만 그것들을 자세히 볼 마음도, 그것들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려는 노력도 없었다. '관심'이 없었다.

사람은 관심을 가져야 집중하게 된다. 아내가 남편의 스포츠 채널에, 남편이 아내의 일일드라마에 재미를 못 느끼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그냥 관심이 없어서다. 취향의 차이는 인정하되,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서로에 대한 관심 속에, 스포츠의 아무 규칙도 몰랐던 아내는 꽤 성실한 팬이 되었고, 결혼 전에 본 드라마 횟수가 한 손으로도 셀 정도였던 나는 같이 보는 드라마의 다음 회차가 궁금해지는 시청자가 되었다. '같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관심을 가졌기에 애정이 생기고 집중한 결과다.

매일 하는 집안일. 아내는 빨래를 개키고 청소를 할 때, 나는 쌓여 있는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분리수거를 하러 다녀온다. 그리고 보고 싶었던 채널을 보기도 하고 가벼운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우리는 '같이'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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