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의 삶.
직장인 대부분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점심시간 포함 하루 9시간 정도를 직장에서 보낸다.
직장인인 동시에 엄마인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정도도 없다.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 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없는 것이 많은데, 좋은 날씨조차도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비참하다. 침침한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싸우며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과 씨름하며 인생 대부분을 보낸다. 아무 대책 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다. 퇴직할 날만 기다리며 평생 시간을 팔 수밖에 없다. 시간 외에 무엇을 팔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시간 노동자의 장점도 있다. 직장이라는 곳은 일이 많은 시기도 있고 일이 적은 시기도 있다. 주어진 시간 내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돈을 더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적다고 해서 돈을 덜 주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시간, 내 맡은 바 일을 하면 월급이 나온다. 이번 해에는 꼭 그만두겠다 하다가도 통장에 꼬박꼬박 꽂히는 월급을 보며 또 버틴다. 그렇게 퇴직만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출근을 한다.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늙는 것은 싫지만, 퇴직하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늙는 것을 기다린다.
40이라는 나이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도 적성을 찾아가는 것도 사치스러운 나이다. 무슨 적성 타령인가, 하던 일하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 10대 20대 때 하는 공부는 환영받지만, 돈 공부 외에 40대 때 하는 공부는 숨어서 해야 한다. 쓸데없이 공부해서 직장을 아무 대책도 없이 그만둘까, 대학원이라도 가서 가계경제에 위협을 줄까, 혹은 가족에게 소홀할까, 40대의 공부는 주위 사람들의 경계 대상이다. 공부는 다 때가 있고, 학창 시절 열등생은 열등생으로 살아야 한다. 그때 안 하던 공부를 해봤자 가족들의 염려만 살뿐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인생에 특별함을 추구하다가는 시간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팔 수 없게 될 것이다.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을 10여 년 넘게 버텨왔으니 절망스럽기는 하지만 또 하루하루 버티면 된다.
이렇게 20년 남은 기간 버티기로 했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조용히 몰래 공부하면 그뿐이다. 누가 알아줘야 할 것도 없다. 퇴근 후 누워만 있는 것이 아닌 무슨 일이든 나를 위한 일이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
생기 없는 인생에 몰래 공부하며 언젠가는 다른 것도 팔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느끼면 그것으로 되었다.
30대 때에도 현실에 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젊은 나이이다. 50대, 60대에 지금을 돌아보게 된다면, 역시 젊은 나이 일 것이다. 시간을 파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면 다른 것을 파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40대에 그런 용기를 내기엔 짊어진 짐이 많다. 고작 하는 공부라고는 독서와 영어 공부이지만 40대에도 꾸준히 하면 시간을 팔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을지 기록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