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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pr 12. 2022

시간밖에 팔 것이 없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의 삶.

직장인 대부분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점심시간 포함 하루 9시간 정도를 직장에서 보낸다.

직장인인 동시에 엄마인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정도도 없다.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 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없는 것이 많은데, 좋은 날씨조차도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비참하다. 침침한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싸우며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과 씨름하며 인생 대부분을 보낸다. 아무 대책 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다. 퇴직할 날만 기다리며 평생 시간을 팔 수밖에 없다. 시간 외에 무엇을 팔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시간 노동자의 장점도 있다. 직장이라는 곳은 일이 많은 시기도 있고 일이 적은 시기도 있다. 주어진 시간 내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돈을 더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적다고 해서 돈을 덜 주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시간, 내 맡은 바 일을 하면 월급이 나온다. 이번 해에는 꼭 그만두겠다 하다가도 통장에 꼬박꼬박 꽂히는 월급을 보며 또 버틴다. 그렇게 퇴직만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출근을 한다.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늙는 것은 싫지만, 퇴직하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늙는 것을 기다린다.


40이라는 나이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도 적성을 찾아가는 것도 사치스러운 나이다. 무슨 적성 타령인가, 하던 일하며 경제활동을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 10 20  하는 공부는 환영받지만,  공부 외에 40  하는 공부는 숨어서 해야 한다. 쓸데없이 공부해서 직장을 아무 대책도 없이 그만둘까, 대학원이라도 가서 가계경제에 위협을 줄까, 혹은 가족에게 소홀할까, 40대의 공부는 주위 사람들의 경계 대상이다. 공부는  때가 있고, 학창 시절 열등생은 열등생으로 살아야 한다. 그때  하던 공부를 해봤자 가족들의 염려만 살뿐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인생에 특별함을 추구하다가는 시간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없게  것이다.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을 10  넘게 버텨왔으니 절망스럽기는 하지만  하루하루 버티면 된다.


이렇게 20년 남은 기간 버티기로 했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조용히 몰래 공부하면 그뿐이다. 누가 알아줘야 할 것도 없다. 퇴근 후 누워만 있는 것이 아닌 무슨 일이든 나를 위한 일이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

생기 없는 인생에 몰래 공부하며 언젠가는 다른 것도 팔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느끼면 그것으로 되었다.

30대 때에도 현실에 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젊은 나이이다. 50대, 60대에 지금을 돌아보게 된다면, 역시 젊은 나이 일 것이다. 시간을 파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면 다른 것을 파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40대에 그런 용기를 내기엔 짊어진 짐이 많다. 고작 하는 공부라고는 독서와 영어 공부이지만 40대에도 꾸준히 하면 시간을 팔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을지 기록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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