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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pr 18. 2022

두 번째 육아휴직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의 육아휴직

공무원의 최대 장점은 여러 가지 휴직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장려해야 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쓴다고 눈치를 주는 경우는 없다. 10  신규직원   여자 팀장님들이 출산 휴가만 쓰고 몸도  추스르고 나왔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요즘 출산  육아 휴직 없이 바로 복직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아이가 갓난아기   육아란 처음 경험해  신세계였다. 아무것도   없는 갓난아기를 돌본다는 것은 먹는 , 자는 , 생리적인 욕구까지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율성은 하나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저 4시간 정도만 연달아 잠을   있기를, 시간   허겁지겁 먹는 것이 아닌 배고플  천천히 밥을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차라리 커피라도   여유롭게 마실  있게 일하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경험해    노동의 최고는 육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둘째까지 연달아 낳는 바람에 거의 2 넘는 기간을 통잠을 못 잤던 것 같다. 백일의 기적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들은 18개월까지는 밤에  번씩 깨서 칭얼거렸다. 그렇게 아이들이 어린이집  시기가 되고 복직을 하니,  시기에는 일하고 육아하는 것만 해도 버거웠다. 다이어트고 자기 계발이고  겨를이 없고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시기였다. 아이들이 어린 시기에 무엇을 이뤄내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첫째 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두 번째 육아휴직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반모임 등을 해서 엄마들과 교류하는 것이 여러 정보를 얻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엄마들과의 교류는 달성하지 못해 아이들이 어떤 좋은 학원을 다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두 번째 육아휴직은 삶의 질을 확 높여주었다. 아침에 첫째 아이를 데려다주고, 유치원에 둘째 아이를 데려다주고 나면 첫째 아이가 하교할 때까지 4시간 정도 내 시간이 생겼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에는 학교에 데려다 줌과 동시에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내 시간이 생긴 것만으로도 행복지수가 올라갔다. 이제까지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실천했다. 커피 맛집 찾아다니기, 붐비지 않는 서점에서 책 둘러보기, 햇살 가득한 카페에서 독서하기, 오후 6시 되면 품절되는 베이커리나 마카롱 가게 찾아다니기, 영어 원서 천천히 읽어보기, 오전 요가, 오전 산책 등 직장인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했다. 이런 시간이 퇴직하기 전에는 다시 올 수 없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를 즐기고 싶었다. 두 번째 육아휴직 마지막에는 코로나로 인해 둘째 입학식도 못하고 셋이서 갇혀 지내는 생활을 했지만, 지나고 보니 아이들과 또 그렇게 같이 붙어 있을 시간이 다시없을 것 같다.


육아휴직 후 남편이 이어받아 육아휴직을 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를 가다 안 가다 반복하는 시기여서 내가 휴직을 연장하든지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든지 해야 했다. 결론은 남편이 쓰기로 했고 남편 역시 만족한 육아휴직을 보냈다고 한다. 시간 날 때마다 달리기를 해 처음에는 숨이 차서 뛰지 못했던 구간도 이제는 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육아휴직 동안 뛸 수 있게 만들어놓으니 지금도 주말이나 시간이 있으면 달리기를 계속 이어 가고 있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추천한다고 했다. 아이가 갓난아기 일 때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어야 했다. 어쩐지 분하다.


아이가 아기 일 때의 육아휴직은 온전히 아이를 위한 휴직이었다면,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의 육아휴직은 아이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휴직이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아무 의미 없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직장 생활에 많은 의미를 두었다. 휴직 동안 책도 읽고 딴짓을 좀 하고 나니 사람들 모두 별 다를 게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도 아닌데, 안 맞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싶었다. 타고난 기질 상 완전히 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사람과 직장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 나 자신과 가족에게만 신경 쓰고 살기에도 하루가 짧다. 육아휴직 전에는 업무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시간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다른 것을 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지금은 휴직 때 했던 딴짓들을 하며 퇴직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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