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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pr 17. 2022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은둔형 글쓰기가 목표입니다.

브런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람이 왔다.  

라이킷 수도 별로 없는데 무슨 조회수가 갑자기 높아졌나 하고 놀랐다. 다른 글들과 다를 것도 없이 여전히 미숙한 글인데 조회수 돌파라니, 역시 의원면직이나 퇴사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핫한 이슈였다. 유입 경로는 기타, 기타 유입경로라는 것이 무엇인지 검색을 해보니 다음 메인에 노출되면 갑작스레 조회수가 오른다고 한다. 몇 번을 찾아보아도 스마트폰에서는 메인에 노출된 내 글을 찾을 수 없었다. 나만 빼고 이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봤단말인가. 패드로 접속을 하니 떡하니 메인에 부끄럽게도 내 글이 노출돼 있었다. 아직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방향도 잡지 못했는데 메인 노출에,  4000명의 사람이 내 글을 봤다니, 기쁘기도 했지만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논쟁을 좋아하지 않는 소심한 내향인이라서 이 글이 댓글 싸움은 일으키지 않을까, 혹시 일하는 직장에서 불이익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안 해도 될 걱정까지 했다. 4000이라는 조회수로는 파장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행스러우면서도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썼을 때는 아무도 내 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브런치에 글을 쓴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메인 노출이라니 감사한 일이기는 했다.


40살부터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자는 목표 아래 브런치 작가 되기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글을 몇 개 쓰다 보니 소재도 없고, 이제는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브런치 조회수 돌파 알림은 무엇이라도 써보자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글쓰기 초보인 나에게 선물 같기도 한 조회수 돌파 알림은 좋은 글을 쓰도록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심어주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했더니 나이 들어서 시간도 없는데 이렇게 공부할 것이 많이 생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쓰고 뛰고 싶으면 뛰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보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가고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며 살아야겠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점이다. 두서없이 떠 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해놓으니 한 줄도 못 쓸 줄 알았던 글이 열 줄 넘게 써지는 경험을 했다. 어제 새벽에 쓴 글이 오늘 아침에는 오글거리는 현상은 있지만, 내 글이 내 성향에 딱 맞았다. 내 글의 애독자는 내가 되었다. 누가 내 글을 한 번 두 번 열 번 읽어주겠는가. 무슨 나르시시즘인가 싶지만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스쳐가는 생각 하나하나를 기록하는 습관도 생겼다. 글쓰기에 제일 좋은 것은 매일 글 쓰는 것이라고 한다. 매일 쓰려면 매일 소재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소재를 찾아야 할지 답이 없었다. 매일 소재를 찾으려면 매일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백수라고 해도 그 누구보다 철저히 백수 생활을 해야 글이 나오고, 언젠가는 이 놈의 직장 때려치우자고 생각해도 일단 몸 담고 있는 이상은 열심히 일해야 글이 나온다. 내가 내 인생을 열심히 살지 않는 이상 좋은 글은 고사하고 소재하나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뭘 더 열심히 살란 말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자기 계발의 끝판왕들을 보면서 저렇게는 못한다는 생각도 하고, 퇴근 후에는 맛있는 음식과 맥주 두 잔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그냥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해 예전보다 주위를 더 둘러보고 한번 더 생각하고,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 글을 누군가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것이 가족은 아니다. 브런치에 소소한 생각을 남기는 것은 영원히 비밀로 할 생각이다.

가족의 의견을 듣고자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그 의견이라는 것이 가족일수록 더 날카로워지는 것이라 브런치는 나만의 공간으로 두고 싶다.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자마자 남편에게 자랑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이성적으로 참아냈다. 자랑은 찰나이지만, 평가는 영원히 계속될 거라, 남편이 아는 순간 브런치에 글 쓰는 것을 검열당하고 급기야 그만두고 말 것이다. 내 글에 남편이 코멘트를 다는 것은 어쩐지 부끄럽다.  브런치에 관심도 없는 남편이 브런치 작가 되었다고 축하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글을 못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는 중이다.


글 쓰는 것이 알려졌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어 은둔형 글쓰기를 하려고 했다. 브런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두 명 중 한 명은 알고 있는 듯하다. 한 명은 브런치에 대해 알고 있고 한 명은 맛있는 브런치를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브런치를 다 알고 있으나, 글 쓰기에 관심 없는 사람은 브런치를 모른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고 있지만, 글에 관심 없는 사람은 모르는 곳, 나와 성향이 맞는 친한 사람은 알 수도 있지만, 글에 관심 없는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은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모를 것이라는 것, 은둔형 글쓰기를 하기로 시작한 나에게 딱 맞는 플랫폼이라 생각했다.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어 두렵기는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또 조회수가 예전처럼 바닥을 유지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가까운 사람은 모르지만 조회수 대박을 또 기대하며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은둔형 글쓰기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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