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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pr 23. 2022

이번 주만 갓 생 살기

이번 주는 새벽 달리기를!

갓 생 사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40대에도 유행은 못 참는다. 이번 주 날씨예보를 보니 계속 맑음이다. 다음 주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그러면 이번 주 갓생 목표는 새벽 달리기이다.


아이들 아침을 차려주고 등교 준비를 도와주고 출근 준비를 하고 나면 출근할 시간이다. 매일 쫓기듯 아침을 시작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무엇이라도 해보려 했다. 아무래도 출근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워 이불속에 있고만 싶다. 이불속에서 나가는 순간 무거운 하루를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날씨가 따뜻해져 새벽 산책이라도 하는 하루를 시작하면 좋을 텐데 행동보다 생각에 압도당한다. 결국 이불속에서 있을 수 있을 만큼 버티다가 하루를 시작한다. 이불속에 좀 더 있는다고 오늘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짧은 인생 매일 아침을 이런 식으로 시작하다니, 저녁만 기다리는 삶은 그만하자 싶었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직장의 일은 직장에 두고 오기로, 집에까지 가져와 내 일상을 망치지 않기로 했다. 무엇을 하든 안 하든 변하는 게 없는 일상에 아무것도 안 하면 나만 손해이다. 내 삶에 도움이 된다면 그냥 하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니 오히려 시간이 여유롭다. 아침은 항상 비몽사몽 정신없었는데, 달리기 하려고 일찍 일어나니 시간도 많아졌다.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니 더 너그럽게 대하게 된다. 아침 햇살이 반짝거리는 계절이 되니 새벽 달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옷을 입고 일단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가면 달리게 된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새벽에 일어나도 따뜻한 계절이다. 겨울의 미라클 모닝은 웬만한 의지 없이는 힘든 일이지만 봄이라면 해볼 만하다. 달리기 때문인지 봄이 와서인지는 몰라도 걱정만 되던 업무가 조금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내가 소홀히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 이상 어떻게 했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삶에 빈 틈에 좋아하는 것들을 끼워 넣고 걱정은 걱정할 때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오늘 했던 걱정이 뭐였는지 생각이 나는 사람은 없다고 다들 그랬다. 오늘 달리기를 하면 내일은 오늘보다 건강해진다. 그것은 사실이다.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는 것 대신 달리기만 먼저 생각한다. 조금은 여유로워진 기분을 느끼고 싶다. 이번 주는 달리기로 갓 생 살기로 했다. 한 달 두 달 이렇게 오래는 못해도 고작 한 주의 결심은 지킬 수 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새벽 달리기 같은 일을 기약 없이 하기란 힘들다. 정말 삼일 정도 하니 의지가 뚝 떨어졌다. 나흘째 오늘만 참자하며 달리러 나갔다. 직장에 저당 잡힌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벽 달리기라도 하니 오늘이 내 것처럼 느껴진다. 새벽 달리기로 인한 부작용으로 잘 챙겨 먹었더니 다이어트 효과는 없었지만 말이다.


한 달 만이라도 새벽에 일어나 무엇이라도 해보자. 봄부터 여름까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에도 최적의 계절이다. 미라클 모닝 일지 그냥 모닝 일지는 모르지만, 한 달 갓 생 살기 도전이다. 다음 주의 갓생은 또 내키는 걸로 정하면 그만이다. 이 길고 긴 인생에 올해 한 달이라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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