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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Sep 01. 2022

내향인으로 살기로 했다.

나답게 사는 것의 편안함

지독한 내향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얼마 안 되었다. 그냥 내향인이 아니라 지독한 내향인이다.

언젠가부터 내가 속물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어떤 말을 꺼내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말을 하고 나서도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말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농담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더 어려워졌다.

동년배뿐만 아니라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대하기가 너무 어렵다 보니 내 주장은 없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을 탄 사람이 되었다.

원래부터 활발한 성격이 아니었지만, 더더욱 내향인으로 되고 있었다.


이 사실을 깨닫기 전에는 활발해지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유머러스한 사람을 보면 부러웠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다면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몸에 맞지도 않게 이야기를 먼저 꺼내려고도 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때와 결과는 똑같다는 것이었다.

다음 주 목요일에 약속이 있다면, 약속을 잡은 그날부터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까 걱정부터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어차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

그렇게 사람들과 만나고 오면 어떤 날은 두통에 시달릴 때도 있다.

세상에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은 없고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관계를 이어가게 될 사람은 이어가게 되고 관계가 끊어질 사람은 끊어지게 된다. 그러니 사람과 관계에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외향인이 더 즐거운 사회생활을 하겠지만, 내향인이 외향인처럼 사회생활을 한다고 해도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외향인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내향적인 성격은 쥐약이지만, 몸에 맞지도 않는 외향인 코스프레 보다 내향인으로 살기로 했다.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겪는 외로움과 사람들과 만남으로 인해서 받는 스트레스 중 고르라면,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겪는 외로움을 더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외향인이 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나는 사람들 속에서는 편안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줏대 없어 보이고 소심해 빠진 거절도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었다. 바꾸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절대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만남을 줄이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생긴다. 이제 그 시간들을 뺏기고 싶지 않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외향적인 것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내향인으로 사는 것이 외롭고 힘들기는 하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모두 거절 못하고 소심하고 줏대 없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쓰고 싶어 내가 선택한 방식이라 생각하고 생긴 그대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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